경제

'조선 강국' 코리아에 봄날 다시 오나

박태희 2018. 4. 11.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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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가 느는데 오히려 공급은 줄고 있다. 다시 호황이 시작되는 이유다."
영국의 조선·해운 분석기관 클락슨은 이달 초 글로벌 조선업황 보고서에서 이렇게 전망했다.
클락슨의 전망대로라면 2008년 이후 10년간 불황 터널을 지나온 조선 강국 코리아도 봄볕을 제대로 쬘 수 있다는 얘기다.


2020년 친환경 규제 발효, 교체수요 크게 늘 전망
업계에서는 수요 회복의 근거로 크게 세 가지를 꼽는다.
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 [중앙포토]
먼저 규제 강화에 따른 수요 증가다. 2020년부터 전 세계 선박들은 예외 없이 배출가스 규제를 받는다. 항산화물 배출량을 기존 3.5%에서 0.5%로 낮춰야 한다. 이 기준에 맞추려면 선박을 보유한 회사들은 연료를 기존의 값싼 벙커C유 대신 MGO(선박용 경유) 혹은 LNG를 써야 한다. 휘발유 차량에 경유를 넣어 쓸 수 없듯이 선박 역시 연료를 바꿔 쓰려면 상당한 비용이 든다. 엔진 계통을 모두 교체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항산화물 저감장치인 '스크러버'를 장착해야 한다.
현대중공업의 박준수 홍보부장은 "선박은 한번 건조하고 나면 20~30년을 운항한다. 저감장치를 설치하고 유지·관리하는 비용이 장기적으로 코스트 부담이 될 경우 친환경 규제에 맞춘 배로 교체하는 게 이익이 될 수 있어 교체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해양플랜트 발주가 늘어나는 것도 조선업황 회복의 원인으로 꼽힌다. 조선업체들은 배만 만드는 게 아니라 해양플랜트 수주 경쟁도 치열하게 벌이고 있다. 국내 조선업체들이 겪고 있는 경영 부진의 원인으로 설계능력을 갖추지 못한 상태에서 과도하게 해양플랜트를 많이 수주한 게 꼽힐 정도다.
해양플랜트 주문량은 유가와 밀접하게 관련돼 있다. 2011~2013년,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오르내릴 때 주문이 몰리자 마구잡이로 수주했으나, 이후 유가가 급락하면서 주문 취소가 늘어나고 조선업체들은 경영 애로를 겪기 시작했다. 업계에서는 해양플랜트가 안정적으로 이익을 내려면 유가가 배럴당 50~60달러 선을 넘어야 한다고 본다. 최근 수년간 유가가 바로 이 수준에서 움직이고 있다. 해양플랜트 주문이 조금씩 늘고 있는 이유다.

특히 해양플랜트는 기본설계(FEED) 후 1년 내 최종투자결정(FID)이 결의되고 생산설비 발주가 이뤄진다. 2016년 말부터 해양 프로젝트의 기본설계가 늘어나기 시작했다. 올해부터는 해양생산설비 발주 주문이 늘어난다는 의미다.


10년 불황 거치며 중소 조선업체 대거 정리
조선업 '봄날'을 전망하는 마지막 근거는 공급 측면이다. 10년 불황 기간 동안 글로벌 조선업체 구조조정이 자연스럽게 진행됐다. 전 세계 400여 개 조선소 중 40%가 넘는 167개 조선소가 2016년 수주물량이 전무했다. 지난해에도 수주잔고가 1척인 조선소가 101개 달할 정도였다. 조선업계에서는 "중국 중소 조선소들 상당수가 폐업했다"는 얘기가 끊이지 않고 나오고 있다. 수주 절벽에 위기에 내몰린 건국내업체뿐이 아니었던 셈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올 초 경남 거제에 있는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신뢰관을 찾아 쇄빙LNG선 모형을 둘러보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실제 국내 조선업계는 올 1분기 중국을 제치고 글로벌 수주실적 1위를 차지했다. 클락슨에 따르면 올해 1~3월 우리나라의 누적 수주량은 263만CGT다. 같은 기간 중국의 196만CGT, 일본 80만CGT를 넘어섰다. 우리나라는 전 세계 발주량 623만CGT의 42.2%를 차지했다. 중국은 31.5% 점유율을 기록해 우리나라에 이어 2위를 이름을 올렸다.

최근 정부가 내놓은 조선업 살리기 정책은 '춘궁기'를 버티는 데 큰 힘이 될 전망이다. 정부는 이번 대책으로 국내 조선업체가 향후 5년간 수주할 수 있는 물량을 10% 이상 증대시킬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특히 발주 물량들이 향후 3년 이내에 집중돼 있다.
케이프투자증권 최진명 애널리스트는 "2020년부터 교체수요와 신규수요가 겹치면서 글로벌 조선업이 제2의 '슈퍼 사이클'을 맞을 전망이어서 올해와 내년에 정부의 지원이 집중되는 것"이라며 "혹독한 구조조정기를 견디고 살아남는 국내 조선사들만이 향후 돌아올 호황기를 누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태희 기자 adonis55@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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