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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을 그리다 - 신윤복, 정선`展 조선의 바람을 만나다

입력 : 
2018-04-11 11:42:25
수정 : 
2018-04-11 14: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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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양부터 금강산까지’라는 부제가 붙은 이 전시에서 우리는 두 명의 화가, 즉 신윤복과 정선의 그림을 통해 당대의 모습을 엿볼 수 있다. 게다가 56점의 원본과 함께 솜씨를 제대로 부린 다양한 미디어 아트는 재미를 넘어 감동을 준다.

사진설명
신윤복의 쌍검대무를 미디어 아트로 표현해 역동감을 강조했다.
-장소 DDP배움터 2층 디자인박물관

-기간 ~2018년 5월24일

-티켓 1만 원

-시간 화, 수, 목, 일, 공휴일 10시~19시 / 금, 토 10시~21시(매주 월요일 휴관)



혜원 신윤복은 ‘정조 대에 화원을 지낸 신한평의 아들로 대를 이어 화원을 지냈다’는 사실 외에는 알려진 것이 없는 인물이다. 하지만 그가 남긴 그림들은 정교한 필치와 다양한 색채를 사용하여 당시 인물들의 외양과 정취를 실감나게 묘사했다. 특히 남녀의 애정사를 소재로 한 이른바 ‘춘의풍속도春意風俗圖’에 독보적인 경지를 이룬 화가이다. 겸재 정선은 사대부 출신 문인화가로 동지중추부사를 지냈다. 정선은 산수, 인물, 화조 등을 두루 잘 그렸는데, 특히 중국풍의 관념산수가 아닌 조선의 산천을 직접 사생한 ‘진경산수화’의 대가로 널리 알려져 있다. 음양조화와 대비의 원리를 적용한 독특한 구도, 강경한 필선과 부드러운 먹의 적절한 운용 등을 통해 조선 산천의 외형뿐 아니라 내면의 아름다움까지 형상화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 두 천재의 그림을 한 곳에서 볼 수 있는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원작만을 보여주는 전시가 아니다. 원작에 미디어 아트가 함께한다. 쉽게 상상하기 어려울 수 있지만, 전시는 영리하게 조선시대 작가들의 그림을 풀어냈다. 국보 제135호인 신윤복의 <혜원전신첩> 속 원화 30폭 중에서 몇 개의 풍속화를 ‘조선 시대 데이트 모습’ ‘어느 멋진 날’이란 주제로 엮어낸 애니메이션은 마치 스토리가 있는 한 편의 영화처럼 느껴진다. 곧 보물로 지정될 정선의 <해악전신첩> 12폭은 정선이 평생을 그려온 금강산의 내밀한 곳을 담고 있다. 파도가 치고, 안개가 자욱하고, 폭포물이 떨어지고, 여름 비에 묵의 농담이 변화되는 등 그야말로 눈앞에서 ‘진경眞景’을 보는 듯한 감동을 안겨준다. 미디어 아티스트 이이남 작가는 정선의 ‘단발령망금강’과 ‘금강내산’을 모티브로 새로운 해석의 ‘신 단발령망금강’을 선보였다. 원작 금강의 산과 계곡 사이에 지금의 서울 야경을 채워 넣은 역동적 서사는 ‘원작과 미디어 아트의 만남’을 더욱 풍성하게 한다. 이 전시회의 주제는 ‘바람’이다. ‘풍속風俗’으로 당시 한양 사람들의 가슴 속에 부는 바람을 화폭에 담아낸 신윤복, ‘풍경風景’으로 한강에서 금강산까지, 우리 강산에 부는 바람을 그린 정선, 이들의 그림 속 바람은 비록 그 대상은 다르지만 이들이 그린 것은 바로 ‘조선의 바람’이다.

전시의 다양성을 실감할 수 있는 요소는 바로 신윤복의 그림에 붙은 ‘해시태그#’이다. 이를테면 양반과 기생이 한강에 유람선을 띄우고 노는 ‘주유청강’에는 ‘#한강유람 #선상파티 #커플꽁냥’ 등의 해시태그가 붙어있고 달밤에 담장에서 서로 안고 있는 남녀를 묘사한 ‘월야밀회’는 ‘#으슥한골목 #아슬아슬 #위기의주부들’이, 햇볕 좋은 가을날, 뜨거운 정사를 마치고 옷을 추스르는 젊은 남녀와 그 사이에서 웃음을 흘리는 노파를 담은 ‘삼추가연’에는 ‘#가을볕아래남녀 #그사이의노파’라는 해시태그를 붙여 보는 즐거움을 더한다. 더 있다. 당대의 무속신앙을 대담하게 드러낸 무녀들의 한 판 굿을 그린 ‘쌍검대무’는 ‘#조선판킬빌 #BGM빵빵’이, 빨래터의 여자들을 지켜보는 선비의 모습을 그린 ‘계변가화’에는 ‘#빨래터 #눈맞음 #넌내게반했어’라는 해시태그가 함께 해 그림에 대한 이해를 돕는다.

이 전시는 원작과 미디어, 사람과 기술의 조화를 꿈꾼다. 첨단 미디어가 300년 전 선조들의 숨결을 우리에게 보내는 것이다. 우리가 다가가야 하는 전시가 아니라, 작품이 다가오는 전시이다. 단 ‘혜원전신첩’은 아쉽게도 진본 전체를 감상할 수 없다. 전시 기간에 따라 매월 12개씩 나누어서 전시하고 있다.

[글 김은정(프리랜서) 사진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or.kr)]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624호 (18.04.17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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