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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에서 마카롱을 맛본다면 어디로 갈까?

정영선 기자
입력 : 
2018-04-10 15:0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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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카롱
[푸드 트래블-18] 우리가 파리에서 묵은 에어비앤비(airbnb) 숙소의 주인 루스는 자상하고 유쾌한 사람이었다. 숙소에 도착한 우리에게 웰컴 꽃다발을 안겨주는 것을 시작으로 정말 작은 부분까지 배려해주었으며 매일 아침 갓 구운 바게트를 사 와서 빵과 과일을 곁들인 간단한 아침을 차려주기도 했다. 그 덕분에 파리 사람들은 차갑고 쌀쌀맞다는 생각이 조금은 바뀌기도 했다(물론 아주 조금이지만). 수다 떨기를 좋아하는 그녀는 틈만 나면 우리에게 다가와 말을 걸었는데, 이런저런 얘기 끝에 내가 요리연구가라고 하자 그녀가 흥분하기 시작했다. 본인도 요리하는 걸 아주 좋아한다는 것이다. 그녀는 주방 구석구석을 구경시켜주며 다양한 식재료와 도구를 설명했고 자신의 여동생은 셰프라며 동생이 출간한 책을 보여주기도 했다(그녀의 여동생은 생선 요리를 전문으로 하는 셰프였다). 내가 프랑스 디저트에 관심을 보이자 그녀는 프랑스 디저트에 관해서도 자부심을 보이기 시작했는데 이야기는 흘러 프랑스 대표 디저트인 마카롱에 이르렀다. 그렇지 않아도 파리에 왔으니 마카롱부터 맛볼 참이었다. 그녀에게 어느 가게의 마카롱이 맛있는지 묻자 그녀는 '라 뒤레'와 '피에르 에르메'를 추천하며 우리에게 직접 먹어보고 어느 곳의 마카롱이 더 맛있는지 의견을 들려 달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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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피에르 에르메의 외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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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피에르 에르메의 마카롱
루스의 추천으로 먼저 찾아간 곳은 '피에르 에르메 PIERRE HERME'였다. 이곳은 프랑스의 유명 파티셰인 피에르 에르메의 매장이다. 안에 들어서자 쇼케이스 안에는 컬러풀한 마카롱이 가득했다. 그중에 내 눈을 잡아끈 건 '이스파한' 마카롱이었다. '이스파한'은 장미와 산딸기, 리치가 들어간 마카롱으로 지금의 피에르 에르메를 있게 만든 시그니처 메뉴다. 피에르 에르메의 마카롱은 실험적인 메뉴가 많은 게 특징인데 장미향의 이스파한을 비롯해 푸아 그라(foie gras), 트뤼플(truffle), 올리브오일 등 다양한 재료를 이용한 마카롱을 선보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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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샹젤리제의 라뒤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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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라뒤레
그다음 찾은 곳은 '라 뒤레'다. 민트색의 사랑스러우면서도 고급스러운 외관은 멀리서도 눈에 쏙 들어왔다. 가게 앞은 이미 세계 각지에서 온 관광객들과 현지인들로 긴 줄이 서 있었다. 라 뒤레는 우리나라는 물론 전 세계적으로 인기가 많은 디저트 숍이다. 1862년 제분 업자이자 작가인 루이-에르네스트 라 뒤레가 문을 연 이래 현재에 이르고 있는데 오픈 당시부터 마카롱을 판매하는 매장은 아니었다. 하지만 1930년 라 뒤레의 손자인 피에르 데퐁텡이 두 겹의 머랭 과자 사이에 가나슈 필링을 채운 마카롱을 개발한 이후부터 유명해지기 시작했다. 이 마카롱이 현재 우리가 알고 있는 파리지앵 스타일의 마카롱의 원조로 제르베(gerbet)라고도 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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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라뒤레의 마카롱과 디저트
우리가 마카롱을 생각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하나다. 작고 동그란 머랭 과자 사이에 달콤한 필링이 채워져 있고 둥근 테두리를 따라 레이스 같은 작은 잔주름이 잡혀 있는 형태다. 하지만 이건 파리 스타일의 마카롱으로 그보다 훨씬 다양한 형태의 마카롱이 프랑스 각 지역에 존재한다.

마카롱에 대한 정확한 기원이 기록으로 남아 있지는 않지만 마카롱의 어원이나 주재료를 볼 때 이탈리아의 영향을 받아 탄생한 것이라고 알려져 있다. 1533년 이탈리아의 카트린 드 메디치가 프랑스 앙리 2세와 결혼하면서 이탈리아의 많은 문물이 프랑스에 전해지게 되는데 마카롱 역시 그중 하나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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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라뒤레의 마카롱과 디저트
또 하나는 마카롱이 수녀원에서 만들던 과자라는 설이다. 육식이 금지된 수녀원에서 아몬드 함량이 높은 마카롱은 부족한 영양을 보충해주는 음식이었다. 동시에 작고 사랑스러운 형태의 이 과자는 상품성이 높아서 판매했을 때 교회 살림에 보탬이 되기도 했다. 이후 프랑스 혁명이 일어나면서 수녀원이 문을 닫자 두 명의 수녀가 생계를 위해 마카롱을 만들어 판매하기 시작했다. 이때부터 마카롱의 레시피는 수녀원 밖으로 나오게 됐고, 많은 사람들이 마카롱을 즐기게 됐다는 설이다. 지금도 낭시 지역에는 '수녀의 마카롱'이라는 뜻의 '레 쇠르 마카롱(les Soeurs Macarons)'이 판매되고 있다. 현재 우리가 알고 있는 마카롱과 다른 점이 있다면 울퉁불퉁한 단면의 아몬드 과자 같은 형태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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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라뒤레의 마카롱과 디저트
마카롱은 일반 과자와 제조 방법도 다르지만 주재료에서도 큰 차이를 보인다. 대부분의 과자가 밀가루를 주재료로 만든다면 마카롱은 아몬드 가루와 달걀 흰자를 이용해 만든다. 만들 때도 주변의 온도와 습도, 오븐의 온도와 시간 등에 따라 맛이 크게 달라지는 터라 세심하게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우선 달걀 흰자와 설탕을 이용해 단단하게 머랭을 만든다. 여기에 아몬드 가루를 넣고 주걱으로 잘 섞어서 매끈하게 만든다. 이렇게 매끈하게 만드는 과정에 노하우가 필요한데, 너무 되거나 너무 질면 마카롱의 모양이 나오지 않는다. 그 다음엔 팬에 둥글게 짠 뒤 30분에서 1시간가량 말린다. 손으로 반죽을 만져 보았을 때 묻어나지 않을 정도로 마르면 오븐에 구워낸다. 구운 마카롱 사이에는 다양한 크림과 가나슈, 잼 등을 넣어 완성한다. 이 과정을 거치면 겉은 바삭하면서도 속은 촉촉하고 가운데는 부드러운 크림이 들어가 있는 달콤한 마카롱이 완성되는 것이다.

'라 뒤레'와 '피에르 에르메'의 마카롱을 앞에 둔 우리는 고민에 빠졌다. 둘 다 너무 맛있었기 때문이다. '피에르 에르메'의 마카롱이 입안에 넣는 순간 재료들이 안에서 통통 튀는 느낌이라면 '라 뒤레'의 마카롱은 입에 넣는 순간 모든 재료들이 하나가 되어 사르르 녹는 듯한 매력이 있다. 둘 중 고민하던 우리는 루스에게 "둘 다 좋지만, 우린 피에르 에르메가 조금 더 좋아"라고 얘기했고 그녀 역시 '오! 나도 피에르 에르메인데!'라고 대답했다.

우리나라에도 '라 뒤레'와 '피에르 에르메'가 들어와 큰 사랑을 받다가 어느새 인기가 시들해져서 현재는 모두 철수한 상태다.

[정영선 요리연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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