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유세 오르면 집값은?.. "원가상승 효과" vs "공급확대 효과"

태원준 기자 2018. 4. 10.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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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보유세 개편 논의가 본격화됐다. 대통령 직속 재정개혁특별위원회는 9일 첫 회의를 열어 강병구 위원장을 호선하며 공식 출범했다. 세제·재정 전문가, 시민단체와 학계, 기획재정부 관료 등 모두 30명으로 구성됐다. 이들은 문재인 대통령 공약인 보유세 개편 방향을 검토하게 되며 정부는 이를 토대로 정책을 입안할 계획이다.

보유세제를 개편하면 어떤 형태로든 세금이 인상될 가능성이 크다. 보유세에는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가 있다. 재산세는 공시가격에 따라 모든 부동산 소유자에게 부과되고, 종부세는 ‘비싼 부동산’ 소유자를 대상으로 한다. 어느 세금을 건드리느냐의 문제가 남았을 뿐, 방향은 인상 쪽으로 잡혀 있다.

시장도 이를 점차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는 상황이다. 지난해부터 보유세 인상을 염두에 둔 부동산 분석과 전망이 잇따랐다. 관심은 보유세가 인상되면 집값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로 옮겨 가고 있다. 이 문제에도 두 가지 관측이 충돌한다. 집값이 “오른다”와 “내린다”. 전자는 보유세 인상이 ‘원가상승 효과’를 불러올 거라 말하고, 후자는 ‘공급확대 효과’가 나타날 거라고 본다.

◆ 보유세 개편, 세 가지 시나리오

강 위원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다주택자에 대한 세제뿐 아니라 1가구 1주택까지도 여러 의견이 있는데 재정특위 내 조세소위원회에서는 균형 있게 고려해 세제 개편안을 도출하려 한다”고 밝혔다. 부동산 보유세를 인상하느냐는 질문에는 “조세소위에서 다뤄야 할 중요한 사안”이라며 확답을 피했다.

보유세 개편방안을 논의할 조세분과 위원으로는 김우철 서울시립대 교수와 김유찬 홍익대 교수, 예산분과에는 변창흠 세종대 교수, 조영철 고려대 교수 등이 포함됐다. 진보적 성향을 띤 위원들이 다수라는 평이 나온다.

보유세 개편 시나리오는 크게 두 가지다. 다주택자를 대상으로 종합부동산세만 올리는 ‘핀셋 증세’를 할 수도 있고, 재산세까지 포함해 보유세제 전반을 개편할 수도 있다. 핀셋 증세를 할 경우 현행 0.5~2%인 종부세율을 1~4%로 2배 인상하는 안이 거론되고 있다. 이명박정부 시절 낮춘 종부세율을 노무현정부 시절로 원상복귀시키는 셈이다. 여기에 ‘똘똘한 1채’로 불리는 고가 1주택자를 겨냥한 보유세제 신설도 가능한 시나리오다.

◆ “보유세 올리면 원가상승 효과”

보유세는 ‘집주인’에게 부과된다. 집을 소유하고 있다는 이유로 내야 하는 세금이다. 집주인 입장에선 ‘비용’이 된다. 집을 사는 데 드는 비용에다 갖고 있는 데 드는 비용이 추가되는 셈이다. 비용은 가격과 직결돼 있다. 제품을 만들어 파는 공급자는 비용이 증가하면 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다. 보유세 인상이 집값 상승으로 이러지리라 예상하는 사람들은 주택시장에도 비용과 가격의 관계가 똑같이 적용된다고 말한다.

그동안 세금은 집값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지 못했다. 세금 때문에 집 사기를 망설이거나 세금 부담이 커서 집 소유를 꺼리는 경우는 극히 일부였다. 이명박정부에서 종부세율을 낮추면서 더욱 그렇게 됐다. 하지만 현 정부가 추진 중인 보유세 개편에 따라 이런 상황이 바뀔 수도 있다. 투기를 막기 위해 시작한 일이라 확실한 ‘비용’이 되도록 보유세를 손질하려 들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 전문가 중에는 이를 ‘원가상승’ 측면에서 바라보는 이들이 있다. 주택 소유 비용이 증가한다는 건 ‘주택 원가’가 높아지는 상황이 된다는 것이다. 집을 파는 사람들이 보유세로 늘어난 비용을 가격에 반영해 만회하려 할 테고, 이는 집값 상승 요인이 된다고 주장한다.

임대소득에 세금을 부과하는 문제를 놓고 제기됐던 논리와 같은 얘기다. 임대소득에 세금을 물리면 세금만큼 수익이 줄어들게 되니 집주인이 임대료를 올려 전월세 상승으로 이어지게 된다는 주장이 나왔었다. 임대소득 과세와 전월세 가격의 관계가 보유세 인상과 집값의 관계에도 똑같이 작용한다는 것이다.

◆ “매물 늘어나 공급확대 효과”

이와 반대로 보유세를 올리면 집을 소유하는 부담이 커져 매도 요인이 된다는 시각이 있다. 정부가 원하는 방향이기도 하다. 투기세력이 집값 상승을 기대하며 주택을 깔고 앉아 있는 현상을 해소하겠다는 의지가 보유세 인상론에 담겼다.

여당의 한 인사는 지난해 8·2 부동산 대책 발표 당시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양도세 중과에도 ‘버티기’로 맞서려는 부동산 투자자들을 향해 “버티기 힘들 텐데요”라고 했다. 세금을 감수하며 집을 소유하는 게 버겁도록 정책적 대응을 하겠다는 뜻이었다. 결국 버티지 못하고 팔도록 만드는 데 보유세 인상의 목적이 있다.

부동산 시장에서 주택 공급은 두 가지 루트로 이뤄진다. 새로 집을 지어 공급하는 것과 기존 주택이 매물로 나오는 것. 새로 집을 짓는 데는 물리적 한계와 시간적 제약이 있어 즉각적인 공급 확대로 이어지기 어렵다. 집을 가진 사람들이 시장에 매물을 내놓는 게 당장의 수요를 맞추는 데는 더 효과적이다.

보유세 인상은 주택 소유자들의 매도 심리를 높일 테고, 이는 매물 증가로 이어질 테고, 매물 증가는 곧 수요와 공급의 관계에서 공급이 늘어나는 상황이니 주택 가격도 그에 따라 내려갈 수밖에 없다는 게 ‘보유세 인상=공급확대’ 주장의 요지다.

태원준 기자 wjta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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