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그 거지' '시급 애인'.. 인정욕구에 목마른 20代

김현아 기자 2018. 4. 10.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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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 이모(여·21) 씨는 지난달 뜬금없이 날아 들어온 카카오톡에 어리둥절했다.

선배는 "내가 이 게시물을 나중에 또 보고 싶은데, 못 찾을까 걱정되니 태그해달라"고 했다.

의구심이 들었지만, 이 씨는 게시물 댓글에 선배 이름을 태그해줬다.

이들은 여러 사람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는 걸 SNS에서 인증하기 위해 댓글이나 태그 구걸을 서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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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맥·사회관계 자랑하려

SNS에 인증사진·글 올려

4명중 1명“관심받고 싶어”

“이 페북(페이스북) 글에 나 좀 태그해줄래?”

대학생 이모(여·21) 씨는 지난달 뜬금없이 날아 들어온 카카오톡에 어리둥절했다. 학과 선배가 페이스북 게시물 링크와 함께 이 같은 메시지를 보내왔다. 링크를 클릭하니 최근 개봉한 영화 ‘레디 플레이어 원’ 예고편이 떴다. 선배는 “내가 이 게시물을 나중에 또 보고 싶은데, 못 찾을까 걱정되니 태그해달라”고 했다. 의구심이 들었지만, 이 씨는 게시물 댓글에 선배 이름을 태그해줬다. 그런데 곧이어 선배의 댓글이 달렸다. ‘이 영화 너랑 안 볼 건데?’라는 댓글이었다. 이 씨는 10일 “어이가 없었어요. 그때 알았죠. 이 사람이 ‘태그 거지’라는 걸요”라고 털어놓았다.

하나의 일반문화로 자리 잡은 20대 ‘인증 문화’가 변화하고 있다. 과거에는 ‘나도 여기에 가봤다’는 ‘인증샷’이 주를 이뤘다면 이제는 인맥 및 사회관계를 인증하는 게 대세다. 태그 거지도 이러한 추세를 반영한 현상. 이들은 여러 사람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는 걸 SNS에서 인증하기 위해 댓글이나 태그 구걸을 서슴지 않는다.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지인이 프로필 사진 잘 나왔다고 댓글 달아달라고 해서 그렇게 했더니 ‘왜 그렇게 생각하느냐’는 식의 답글을 달아 황당했다”는 글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른바 ‘1만 원 애인’도 확산하고 있다. 여자·남자친구가 있는 척하기 위해 시급 1만 원 안팎을 주고 아르바이트까지 고용한다. 성적(性的)인 뉘앙스가 강했던 과거 애인대행과는 달리 ‘벚꽃 축제 같이 갈 사람’ ‘애인이 찍은 것처럼 사진 찍어줄 사람’ 등을 구한다. 지난달 29일에는 한 네티즌이 “4월 14일 토요일에 시급 8000원 드리겠다. 밥도 제가 사겠다. 아싸(아웃사이더)인 거 티 안 나게 옆에 있어 주시고, 사진만 찍어달라”며 공개 고용 글을 올렸다. 한 네티즌은 자발적으로 “벚꽃 축제 같이 가서 사진도 찍어드리고 여자친구인 것처럼 해드리겠다”고 썼다.

‘대학내일20대연구소’가 2016년 전국 20대 남녀 410명을 대상으로 시행한 ‘20대의 인정욕구에 대한 인식 및 실태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25.6%가 ‘SNS를 통해 다른 사람들의 관심 받는 것을 즐기는 편’이라고 답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SNS가 만들어낸 일종의 ‘연예인 증후군’이다.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것을 보여줌으로써 스스로 유명인이 된 듯한 느낌을 즐기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현아 기자 kimhaha@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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