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글로벌 블록버스터 신약을 찾아라…불꽃 튀는 신약 전쟁]
-한미약품, 스펙트럼에 라이선싱한 호중구감소증 치료 신약 FDA 승인 신청 눈앞
권세창 한미약품 사장 “신약 개발은 시간과의 싸움, 일희일비 말아야죠”
[한경비즈니스=최은석 기자] “보유 파이프라인(신약 후보물질)이 많다 보니 다른 회사보다 이슈도 많을 수밖에 없죠. 일희일비하지 않고 전진해야 하는데, 임상 개발 과정에서 당연히 있을 수 있는 사실까지 회사를 비판하는 소재가 될 땐 가끔 힘이 빠지기도 합니다.”

한미약품의 연구·개발(R&D) 부문을 총괄하는 권세창 사장의 말이다. 권 사장은 “수많은 시행착오와 시간과의 싸움, 막대한 R&D 투자 등 신약 개발의 특성이 간과된 채 과정보다 성과에만 주목하는 국내 제약·바이오산업 투자 분위기가 아쉽다”고 말했다.

권 사장의 이 같은 토로에는 최근 불거진 일라이 릴리의 ‘BTK 억제제(HM71224)’ 임상 중단 소식을 대하는 외부 반응에 대한 아쉬움이 담겨 있다. 양 사는 면역 질환 분야에서 새로운 적응증을 찾아 나선다고 공식적으로 밝혔지만 외부에서는 계약 해지를 기정사실화하거나 때아닌 공시 논란까지 제기했기 때문이다.

한미약품은 올해 설 연휴 전날 장 마감 후 진행했던 공시가 이른바 ‘올빼미 공시’ 오해를 받으며 논란에 휘말렸다. 악재를 숨기기 위해 의도적으로 연휴 시작 전날 장 마감 후 공시했다는 게 오해의 핵심이다.

권 사장은 이에 대해 “논란을 피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신약 라이선스 계약을 하지 않는 것뿐”이라고 돌려 말했다.

권 사장은 “임상 개발과 중단 결정의 모든 권리가 파트너 회사에 있고 한미는 통보받는 입장”이라며 “임상 중단 이슈가 공시 논란으로까지 이어지는 것을 보면서 한국에서의 신약 개발이 정말 쉽지 않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다”고 덧붙였다.

공시 관련 내용에 대해 해명할 땐 다소 지친 기색을 보였지만 회사의 향후 계획과 비전을 이야기할 땐 자신감을 거침없이 내비쳤다.

권 사장은 “올해 한미약품의 경영 슬로건은 ‘제약 강국을 위한 한미 혁신 경영’”이라며 “한국이 제약 강국으로 가는 길에 한미약품이 앞장서 책임감을 갖고 글로벌 신약 개발에 전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실패를 기회로 여기는 문화, 신약 개발이란 미지의 영역을 개척하면서 남들이 가지 않는 길을 뚜벅뚜벅 걷는 한미약품에 많은 격려와 응원을 부탁드린다”고 강조했다.
권세창 한미약품 사장 “신약 개발은 시간과의 싸움, 일희일비 말아야죠”
약력 : 1963년생. 1986년 연세대 생화학과 졸업. 1988년 연세대 생화학 석사. 2009년 서울대 동물자원과학 박사. 1989년 선경인더스트리(현 SK케미칼) 입사. 1996년 한미약품 연구센터 이사. 2010~2011년 한미약품 연구센터 상무·전무. 2012년 한미약품 연구센터 소장(전무·부사장). 2017년 한미약품 신약개발부문 대표이사 사장(현). /사진=서범세 기자

▶타사 대비 많은 파이프라인이 강점입니다. 올해 R&D 전략은 뭡니까.

“한미약품은 2013년 유가증권시장 상장 제약사 중 최초로 R&D 투자액 1000억원을 돌파한 회사입니다. 2015년에는 매출액 대비 23%(라이선스 계약금 제외 기준)인 1871억원을 투자했죠. 지난해에도 매출의 18.6%인 1707억원을 R&D에 쏟아부었습니다.

올해 한미약품의 R&D 키워드는 ‘점프’, ‘혁신 가치 창출’, ‘파트너십’입니다. 점프는 한미의 바이오 의약품 기반 기술인 ‘랩스커버리’를 뜻합니다. 과거 랩스커버리는 비만·당뇨 등 대사성 질환과 ‘투약 편의성’에 초점을 맞췄어요.

하지만 최근에는 비알코올성 지방간염(NASH), 선천성 고인슐린증, 단장증후군 등 희귀 질환으로 치료 영역을 확대해 ‘HM15211(랩스트리플 아고니스트)’, ‘HM15910(랩스지엘피-2 아날로그)’ 등의 파이프라인이 전임상 단계에서 의미 있는 결과를 도출하고 있습니다.

혁신 가치 창출로는 올해 JP모간 헬스케어 콘퍼런스에서 새롭게 선보인 급성골수성백혈병(AML) 치료제 ‘HM43239(FLT inhibitor)’와 난치성 표적 항암 신약 ‘포지오티닙’ 등을 꼽을 수 있죠.

HM43239는 지난해 노바티스가 출시한 AML 1세대인 라이답트(성분명 미도스타우린)보다 진일보한 차세대 약물로, 올해 상반기 임상 1상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포지오티닙은 ‘엑손20’ 유전자 변이 비소세포폐암 환자를 대상으로 80% 이상의 종양 크기 감소 효과를 확인했습니다. 사실상 치료제가 없는 분야이기 때문에 해당 질환 분야에서 혁신을 주도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마지막 키워드인 파트너십은 한미약품과 협력 중인 사노피·얀센·릴리·스펙트럼·로슈의 자회사인 제넨텍 등 글로벌 제약사와 긴밀히 소통하면서 한미의 신약이 빠르게 상용화할 수 있도록 전력을 다한다는 의미입니다.”

▶최근 글로벌 제약·바이오 R&D 트렌드는 어떻습니까.

“항암제와 희귀 의약품은 ‘미충족 수요’로 성장 가능성이 높은 만큼 전 세계 제약사들의 개발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의약품 지출 중 항암제가 13% 이상의 비율을 차지하고 있고 의료비 지출 규모도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죠.

현재 많은 블록버스터 의약품이 암을 타깃으로 하고 있지만 부작용 및 내성 발현으로 차세대 약물에 대한 수요가 절실합니다. 희귀 질환은 현재까지 알려진 7000여 개 질환 중 80% 이상이 생명을 위협하는 중증 질환임에도 불구하고 이 중 치료제가 개발된 질환은 5%밖에 되지 않아 유망 시장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몇 년 안에 성과를 기대할 만한 신약도 있을 것 같습니다.

“스펙트럼에 라이선싱한 지속형 호중구감소증 치료 신약 ‘롤론티스(에플라페그라스팀)’가 대표적입니다. 현재 후속 임상 3상을 진행 중이고 올해 4분기에 미국 시판 허가 신청을 목표로 개발 중입니다.

전 세계 호중구감소증 치료제 시장 규모는 약 5조원으로 해마다 커지고 있지만 ‘뉴라스타’ 외에는 뚜렷한 치료제가 없는 실정이죠. 롤론티스는 의약품의 약효 주기를 늘리는 한미약품의 독자적 플랫폼 기술인 ‘랩스커버리’가 적용된 파이프라인 중 상용화 가능성의 첫발을 뗀 의미 있는 신약이 될 것입니다.

사노피에 라이선싱한 지속형 GLP-1 계열 당뇨 신약 ‘에페글레나타이드(랩스 Exd4 아날로그)’ 역시 현재 다수의 글로벌 임상 3상을 동시다발적으로 진행하며 상용화에 속도를 높이고 있습니다.

얀센에 라이선싱한 당뇨·비만 이중 작용 치료 신약 ‘HM12525A(랩스GLP·GCG 듀얼 아고니스트)’는 최근 글로벌 2상에 진입한 바 있습니다.”

▶최근 많은 국내 제약사가 신성장 동력으로 ‘오픈 이노베이션’ 전략을 선택하고 있습니다.

“맞습니다. 오픈 이노베이션은 한 기업이 연구·개발 중 얻은 아이디어와 기술을 외부에 공개해 기업 간 시너지를 내는 전략인데요. 한미약품의 라이선스 아웃 또한 오픈 이노베이션의 일환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한미약품은 임상 단계마다 관련 자료를 외부에 공개하고 글로벌 제약사는 물론 임상시험수탁기관(CRO) 담당자 및 관련 전문가와 함께 검토하며 객관적이고 신뢰성 있는 임상 데이터를 확보 중입니다.

상용화 단계의 파이프라인은 글로벌 제약사와의 라이선싱을 통해 신약 개발 속도를 높이고 있고요. 한미약품은 자체 개발한 기술은 물론 외부의 유망한 물질을 도입하고 함께 개발해 나가는 데에도 매우 관심이 많습니다.

한미의 오픈 이노베이션은 단순히 회사의 파이프라인을 확대하는 차원에 그치지 않습니다. 학계·벤처·연구기관·국내외 제약사 및 글로벌 제약 기업과의 오픈 이노베이션을 통해 한국의 신약 개발 생태계를 건강하게 조성하는 것은 물론 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해 혁신 신약 개발 가능성을 높이고 리스크를 줄이는 전략을 지속해 나갈 계획입니다.”

▶한미약품은 2~3개 성분을 복합한 복합제 부문에도 강점을 지니고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한미약품은 지난해 차별화한 복합 신약을 잇따라 출시하며 의료진과 환자에게 다양한 치료 옵션과 혜택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대표 품목인 고혈압 치료제 ‘아모잘탄’에 이뇨제 성분(클로르탈리돈)과 고지혈증 치료 성분(로수바스타틴)을 각각 결합한 3제복합제 ‘아모잘탄플러스’와 ‘아모잘탄큐’, 전립선비대증·발기부전 치료 복합제 ‘구구탐스’, 골다공증 치료 복합제 ‘라본디’ 등이 시장에서 입지를 공고히 할 수 있도록 영업·마케팅에 박차를 가할 계획입니다.

한미약품은 전문의약품 외에도 어린이 영양제 ‘텐텐’, 인후염 치료제 ‘목앤’, 종합 영양제 ‘나인나인’·‘제텐비’, 구강 청결제 ‘케어가글’ 등 다수의 스테디셀러 일반의약품을 보유 중입니다. 이들 제품의 매출을 늘리기 위해서도 힘을 쏟을 예정입니다.”

▶마지막으로 향후 각오가 궁금합니다.

“한미약품은 국내 제약업계 ‘최초’, ‘최대’라는 수식어가 많이 붙습니다. 시행착오도 많았지만 한미약품의 행보 하나하나가 한국 제약 산업 발전사에 모두 기록됐다고 생각합니다.

올해 한미약품의 슬로건에 담긴 ‘제약 강국을 위한’이란 표현은 회사의 작은 의사결정 하나까지 한국 제약 산업 역사에 기록되고 이정표가 되고 있다는 책임감이 담겨 있습니다.

단순한 부담감보다 신약 개발의 선두 주자로서 자부심을 갖고 제약 강국으로 가는 여정에서 한미약품의 한 걸음 한 걸음이 좋은 선례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choie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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