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증권 쇼크] 국민연금, 급락장에 82만주 던졌다.."노후자금도 피해"

전준범 기자 2018. 4. 10.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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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일 발생한 삼성증권의 ‘배당 오류’ 사태가 금융투자업계를 넘어 사회적 논란으로 일파만파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국민연금 등 연기금이 사고 당일 삼성증권 주식 82만주(312억원)가량을 대량 순매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삼성증권 주가가 급락하자 연기금이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 로스컷(손절매·하락장에서 손실을 감수하고 주식을 매도하는 것)에 나선 것으로 파악된다.

삼성증권 제공

일부 투자자들은 “한 증권사의 어이없는 실수 때문에 국민 노후자금에 손실이 발생했다”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 연기금, 6일 삼성증권 313억원 순매도

1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연기금은 삼성증권 사고가 터진 6일 이 회사 주식을 총 312억5500만원 순매도했다. 수량으로 치면 81만8599주다. 연기금은 올해 첫 개장일인 1월 2일부터 4월 5일까지 삼성증권(016360)주식을 총 955억7000만원어치 순매수했다. 그런데 하루 만에 순매수 물량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물량을 팔아치운 것이다. 연기금의 삼성증권 순매도 규모로는 사상 최대다.

삼성증권 배당 사고는 직원의 실수로 우리사주 직원에 주당 1000원이 아닌 1000주가 입고되면서 발생했다. 계좌를 확인한 직원 16명은 입고 실수를 모를리 없었지만 잘못 배당된 총 501만주를 내다팔면서 삼성증권 주가는 6일 장중 한때 11.68%까지 곤두박질쳤다. 주가 급변시 발동하는 가격 안정화 장치(VI·2분간 체결 정지)도 7차례나 실행됐다. 이들 중 6명은 회사가 두차례 매도 금지 팝업창을 띄웠음에도 주식을 매도한 것으로 드러났다. 심각한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 현상이 빚어진 것이다.

연기금이 로스컷에 나선 것도 이런 급락 상황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기관마다 특정 종목이나 펀드의 수익률이 일정 수준 아래로 떨어지면 보유 비중을 자동으로 줄이는 리스크관리 규정을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특히 연기금의 돈을 받아 위탁운용하는 자산운용사들이 로스컷에 적극적으로 임했을 것이라고 전했다. 장기투자를 원칙으로 삼는 연기금이 하루이틀 낙폭이 크다고 해당 종목을 곧바로 팔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국내 최대 연기금인 국민연금공단 관계자는 “6일 우리(국민연금)가 직접 운용하는 파트에서는 삼성증권 순매도가 없었던 것으로 파악된다”며 “연기금 매도가 대량으로 발생했다면 위탁운용 쪽에서 비중 조절에 나선 것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 “연기금에 노후자금 들어있는데”

조선DB

손절매는 리스크 최소화를 위한 투자자의 여러 가지 선택지 중 하나다. 연기금의 이번 삼성증권 대량 순매도도 같은 경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장 참여자들 사이에서는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나온다. 납득할 수 없는 사고에 의한 손절매란 이유 때문이다.

한 개인 투자자는 온라인 투자 커뮤니티에 “연기금이 나름의 판단에 따라 투자했다가 손실을 입은 상황이면 이해할 수 있다”며 “하지만 이번 건은 삼성증권이 말도 안되는 실수를 하고, 직원들이 이 사실을 인지하고도 자사주를 팔아 벌어진 일이라 분노를 느낀다”고 적었다.

투자자들의 불만이 커지자 각종 루머도 양산되고 있다. 9일 한 투자 토론방에는 “위탁운용사들이 손절매했다고 해도 312억원(6일 순매도 금액)은 지나치다”며 “연기금이 삼성증권의 장내 매수를 도와주기 위해 손실을 보면서까지 매물을 던져줬을 가능성이 있다”는 글이 올라왔다.

또 다른 투자자는 “연기금이 굴리는 돈은 우리들의 노후자금”이라며 “이런 말도 안되는 사고 때문에 일반 국민이 피해를 봐야 하다니 황당할 따름”이라고 토로했다.

이에 대해 삼성증권 관계자는 “6일 사고로 발생한 매도 물량 전부를 장내 매수와 기관 대차(貸借)를 통해 정상적으로 마련했다”며 “이 과정에서 불법 거래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한편 연기금은 6일에 이어 9일에도 삼성증권 주식을 139억4400만원 순매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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