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군 첩보 수집해야 할 기무사, '나꼼수' 요약해 MB 청와대 보고
[경향신문] ㆍ민주당 이철희 의원 ‘전 대북첩보계장 공소장’ 입수
ㆍ2009년부터 사이버 여론공작 후 ‘국가안보망’ 통해 결과 보고
ㆍ유리한 기사 퍼나르고 야당 종북몰이…비판적 누리꾼은 사찰
‘이명박·오바마 절친’ 외신기사 띄우기, 팟캐스트 <나는 꼼수다> 녹취·요약해 보고하기, 대통령 비판하는 SNS 계정 신원 파악하기….
이명박(MB) 정부 청와대가 국군기무사령부에 내린 구체적 지시 내역이다.
경향신문이 더불어민주당 이철희 의원을 통해 9일 입수한 기무사 전 대북첩보계장 ㄱ씨(정치관여 등 혐의로 구속기소) 공소장에는 군에 대한 보안·방첩·첩보 수집을 주업무로 하는 기무사가 MB 정부 때 어떻게 사이버 여론공작을 벌였는지 상세히 담겨 있다. ㄱ씨는 2010년 12월부터 대북첩보계장으로 대응활동을 담당했다.
공소장에 따르면 기무사의 ‘사이버 대응활동’은 2008년 하반기에 기획돼 이듬해 1월부터 시행됐다.
기무사 본부와 예하 기무부대 소속 군인·군무원들을 ‘사이버 대응세’로 선발한 기무사는 2009년 1월15일 e메일로 첫 지시를 내렸다. “가족 및 친지 명의로 ‘다음’이나 ‘네이버’ 계정을 만들어 대응활동을 한다” “내일은 미네르바 구속적부심의 기각과 관련된 대응활동이 있을 예정” 등 내용이다.
‘대응 이슈’는 김철균 당시 청와대 뉴미디어홍보비서관 등과 기무사 지휘부가 함께 선정했다. 2011년 11월8일 월스트리트저널 한국판에 ‘이명박, 오바마 대통령이 절친인 이유’라는 제목의 기사가 나왔다. 그러자 바로 다음날 기무사 사이버첩보과장은 ㄱ씨에게 해당 기사를 이슈화할 것을 지시했다. 과장 역시 청와대로부터 받은 지시였다. 이에 ㄱ씨와 산하 대북첩보계원들은 해당 기사의 링크가 들어간 트윗을 작성하거나 리트윗하며 퍼날랐다.
야당 비판, 야당 주요 인사에 대한 종북몰이도 이어졌다. “(민주당은) 한·미 FTA하고 똑같이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구나”(2011년 8월19일), “문죄인, ‘NLL 북한이 원하면 논의’ 알아서 북괴에 상납”(2012년 3월14일) 등 글을 작성하거나 리트윗했다. 2011년 5월부터 2013년 6월25일까지 이런 식으로 작성하거나 리트윗한 글이 1만8474건에 달했다.
기무사는 사이버 여론조작 결과를 ‘국가안보망’을 통해 청와대에 보고됐다. 국가안보망은 국가위기관리 기본지침에 따라 북한·해외 등 국가안보 관련 정보를 유통하기 위해 특별 보안기능을 구비한 폐쇄망이다.
기무사 요원들은 이 전 대통령에 비판적인 글을 올린 누리꾼의 신상정보를 터는 등 사찰활동도 벌였다. 기무사는 2011년 2월 이 전 대통령에 보고되는 월간보고에 극렬 아이디 1624개를 보고한 뒤 다음달부터 다음 등 포털사이트 운영업체에서 아이디 주인의 이름·주민번호·주소·전화번호 등 가입자 정보 전체를 넘겨받아 대북첩보계로 이관했다.
청와대는 기무사에 <나는 꼼수다>를 녹취·요약해 보고하라고도 지시했다. 이에 ㄱ씨는 2011년 11월부터 이듬해 9월 초까지 24회에 걸쳐 <나꼼수> 내용을 요약·정리해 청와대에 보고했다.
이 의원은 “지금까지 밝혀진 기무사 댓글 관여자는 연인원 기준 600여명으로, 사이버사의 5배에 달한다”며 “정권의 보위역할로 조직을 유지해 온 기무사의 적폐를 철저한 수사와 처벌로 뿌리 뽑아야 한다”고 말했다.
<김한솔 기자 hansol@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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