찍히면 못 버틴다던 '정의당 데스노트', 김기식 금감원장은

김형구 2018. 4. 1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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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미 정의당 대표(가운데)가 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상무위원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번에는 정의당의 데스노트가 안 통하는 걸까”
청와대가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을 둘러싼 ‘부적절 해외출장’ 논란에 대해 9일 김의겸 대변인을 통해 “모두 적법하다는 결론을 내렸다”는 공식 입장을 밝히자 국회에서 나온 말이다.

김 대변인은 지난 6~9일까지 김 원장을 둘러싼 의혹을 확인한 결과를 브리핑하며 “국민 기대와 눈높이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지적은 겸허히 받아들이나 그렇다고 해임에 이를 정도로 심각하지는 않은 것으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이 9일 오후 춘추관 대브리핑룸에서 김기식 금융감독원장 의혹 관련 조사 결과를 브리핑하며 ’해외출장 건은 모두 공적인 것이고 적법한 것이었다“고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야당은 19대 국회의원 시절 피감기관 돈으로 외유성 출장을 갔다는 의혹과 함께 2015년 5월 미국ㆍ유럽 출장을 수행한 여비서가 정책비서가 아닌 인턴 신분이었다는 점을 들어 김 원장 임명 철회를 촉구하며 몰아붙이는 상황이었다.

특히 김 원장 거취 문제에 대해 어떤 스탠스를 취할지 관심을 모았던 정의당마저 부정적인 기류가 흘렀다. 정의당은 9일 추혜선 대변인 브리핑을 통해 “날 선 개혁의 칼을 들어야 하는 입장에서 뚜렷이 드러나는 흠결을 안고 제대로 직무를 수행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또 “정의당은 김 원장에게 불거진 의혹에 대해 면밀히 살필 것이다. 김 원장은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는 구체적인 해명을 내놓아야 할 것”이라고도 했다.

정의당은 문재인 정부 조각 때 반대하는 공직 후보자를 모두 낙마시켜 찍히면 더 이상 못 버틴다는 뜻의 ‘정의당 데스노트’란 말을 회자시켰다. 정의당은 김 원장 결격 여부를 놓고 그 동안 고민이 깊었다고 한다.

익명을 원한 정의당 한 의원은 “당 내에선 김 원장이 금융개혁의 적임자로 그만한 전문성과 개혁성을 동시에 가진 인물이 드물다는 지지론도 있고, 국민 눈높이에서 볼 때 적절치 않은 해외 출장이었다는 점에서 도덕성에 문제가 있다는 비토(거부)론이 섞여 있다”고 전했다.

또 다른 정의당 의원은 “정의당의 인사 판단 기준이 낙마 잣대처럼 받아들여지는 상황에서 김 원장 문제도 신중하게 봐야 한다는 기류가 처음엔 많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데 지금은 전체적으로 김 원장을 둘러싼 의혹이 계속 확산되는 국면에서 납득할만한 해명이 필요하다는 부정적인 기류가 커지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이런 흐름 속에서 김 원장의 ‘흠결’을 지적하며 원활한 직무 수행에 문제제기를 하는 당 대변인 공식 브리핑이 나오자 정치권에선 “데스노트에 올린 셈”이란 얘기가 나왔다.

정의당과 민주평화당의 원내 공동교섭단체인 ‘평화와 정의의 의원 모임’ 소속 의원들의 9일 비공개 합동 의원총회에서도 김 원장 처신이 매우 부적절했다는 의견이 다수를 이뤘다고 한다.

그럼에도 청와대가 이날 오후 정면돌파를 선택한 데 대해 정의당은 일단 “좀더 상황을 지켜보자”는 반응을 보였다. 추혜선 정의당 대변인은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새로운 팩트가 계속 이어져 나오고 있지 않은가. 섣부른 예단보다는 신중한 판단이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김형구 기자 kim.hyoungg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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