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용산미군기지 '쇠말뚝' 드래곤힐 호텔 이전 방안 검토

2018. 4. 10. 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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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용산미군기지 평택 이전 뒤에도 잔류하는 것으로 결정했던 드래곤힐 호텔의 이전·폐쇄를 검토 중인 것으로 9일 확인됐다.

드래곤힐 호텔 등 "잔류시설에 대한 합의가 끝났다"던 정부가 온전한 반환 쪽으로 방향타를 돌린 모양새다.

용산미군기지 온전히 되찾기 용산주민모임 김은희 대표는 "드래곤힐 호텔은 용산기지에서 가장 크고 화려한 건물로 위치도 한 가운데여서 잔류하게 되면 남쪽과 북쪽의 연결을 끊게 된다"며 "뒤늦게라도 호텔 이전을 논의하는 것을 환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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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부 관계자 "호텔 이전 방안 논의중"
"잔류시설 확정됐다"던 입장 전향적 변화
연합사 이전에 편의시설 잔류명분 사라져
"온전한 미군기지 이전 방향으로 바람직"

[한겨레]

경기 평택시 험프리스 기지로 이전 절차가 진행중인 용산미군기지의 전경. 한 가운데 미군들의 편의시설인 드래곤힐 호텔이 자리잡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정부가 용산미군기지 평택 이전 뒤에도 잔류하는 것으로 결정했던 드래곤힐 호텔의 이전·폐쇄를 검토 중인 것으로 9일 확인됐다. 드래곤힐 호텔 등 “잔류시설에 대한 합의가 끝났다”던 정부가 온전한 반환 쪽으로 방향타를 돌린 모양새다.

국방부 관계자는 이날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최근 청와대에서 드래곤힐 호텔의 이전과 폐쇄 등에 대한 방안을 강구하라는 지시가 내려왔다”며 “현재 드래곤힐 호텔을 어디로 옮길지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드래곤힐 호텔은 110여년 만에 시민 품으로 돌아오는 용산미군기지 한 가운데 남아있는 ‘쇠말뚝’ 같은 존재였다. 전체 용산기지의 중심축에 위치한데다, 군 시설도 아닌 미군 전용 ‘숙박시설’이 잔류하는 일은 국민 정서상 받아들이기 힘든 문제였기 때문이다. 국방부와 주한미군이 뒤늦게나마 드래곤힐 호텔 이전을 논의하는 일이 온전한 미군기지 이전을 위한 노력으로 평가되는 이유다.

시민들은 앞선 정부의 드래곤힐 호텔 잔류 결정에 대해 강하게 반발해 왔다. 한-미 정부는 박근혜 정부 시절이던 2014년 10월 열린 제46차 한-미안보협의회(SCM)에서 용산기지를 경기도 평택 험프리스 기지로 이전하되 한미연합사령부(연합사) 일부는 용산기지에 남긴다고 합의했다. 이와 함께 드래곤힐 호텔과 출입방호부지, 헬기장도 함께 용산기지에 남기로 결정됐다. “연합사 소속 미군이 잔류하는 이상 그들을 위한 편의시설도 함께 남겨야 한다”는게 미국 정부 쪽 주장이었다.

문제는 드래곤힐 호텔의 규모와 입지다. 부지 규모만 8만4000㎡에 이르는 드래곤힐 호텔은 미군기지를 양분하는 ‘메인포스트’와 ‘사우스포스트’의 중심축에 자리잡고 있다. 더구나 드래곤힐 호텔 등 잔류시설은 용산기지가 한국으로 반환되더라도 운영권이 미국에 있고 한국인의 시설 접근이 불가능하다. 시민들을 위한 공원 한 가운데에 수영장·레스토랑 등을 포함한 미군을 위한 ‘위락시설’이 담장을 두르는 꼴이었다. 이에 “용산기지 한 가운데에 안보와 상관 없는 상업시설이 남는 것은 반쪽짜리 기지 반환”이라는 시민사회의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

문재인 정부 출범 뒤 “미국과 합의가 끝났다”며 완강한 태도를 비치던 태도에도 변화가 감지됐다. 미군과의 추가 협상이 진행되는 듯한 기류가 형성되더니, 빈센트 브룩스 한미연합사령관 겸 주한미군 사령관은 지난 1월4일 한 강연에서 “연합사 본부가 국방부 구역 안에 함께 있으면 한·미 동맹의 군사역량을 한 곳에 집중시킬 수 있을 것”이라며 변화된 입장을 표시했다. 곧이어 한·미 양국 정부는 연합사의 국방부 부지 이전을 공식화했다. 편의시설을 이용할 미군이 사라지는 마당에 호텔만 잔류할 명분 자체가 사라진 셈이다. 군 관계자는 “연합사가 용산기지에서 나가게 됐으니 드래곤힐 호텔과 출입방호부지도 남을 필요가 사실상 없어졌다”고 말했다.

드래곤힐 호텔의 이전·폐쇄 논의가 본격화되면서 용산기지 이전에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시작된 용산기지 이전은 당초 계획보다 1년 늦춰진 내년 말께 완료될 예정이다. 용산미군기지 온전히 되찾기 용산주민모임 김은희 대표는 “드래곤힐 호텔은 용산기지에서 가장 크고 화려한 건물로 위치도 한 가운데여서 잔류하게 되면 남쪽과 북쪽의 연결을 끊게 된다”며 “뒤늦게라도 호텔 이전을 논의하는 것을 환영한다”고 말했다. 용산공원 조성 사업을 담당하는 서울시 관계자도 “공원 한가운데에 미군 전용 호텔을 남겨두고 부지를 반환받는다는 것이 애초에 말이 안됐던 것”이라며 “온전한 의미의 미군기지 반환에 한발 가까워졌다”고 말했다.

최민영 기자 mym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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