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 없는 아파트..다산신도시는 택배와의 전쟁중

김성훈 입력 2018. 4. 10. 05:00 수정 2018. 4. 10.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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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1시까지 택배 배달한 적도 있습니다."

9일 오후 경기도 남양주 다산 신도시에 있는 한 아파트 정문에 택배차량 한 대가 멈춰 섰다.

올해 초 다산 신도시 소재 한 아파트 단지에서 후진 중이던 택배 차량과 아이가 충돌할 뻔한 사고가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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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신도시 아파트 '차 없는 단지' 조성
지하주차장 층고 낮아 택배 배달 어려워
입주민들 '차량 개조·손수레 이용' 요구에
택배회사 '택배불가 지역' 결정 내리기도
"입주민들과 택배 회사 측 타협점 찾아야"
경기도 남양주시 다산 신도시 소재 한 아파트 단지에서 택배기사들이 놓고 간 택배 물품이 쌓여있다. (사진=독자제공)
9일 오후 경기 남양주시 다산 신도시에 있는 한 아파트에서 택배기사들이 택배 배송을 하고 있다. (사진=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이데일리 김성훈 신중섭 기자] “새벽 1시까지 택배 배달한 적도 있습니다.”

9일 오후 경기도 남양주 다산 신도시에 있는 한 아파트 정문에 택배차량 한 대가 멈춰 섰다. 평소 같으면 단지 안으로 들어가 물건을 배달해야 하지만 이 차량은 단지 정문에 내려 수레에 택배를 쌓았다. 이곳에서 만난 택배 기사 김모(52)씨는 “오늘은 그나마 물량이 적은 날”이라며 “택배 물량이 몰리는 화요일부터 택배 수백개가 쌓이는 데 걱정이다”고 말했다.

다산 신도시에서 때아닌 택배전쟁이 벌어졌다. 건설회사가 다산 신도시 아파트 단지를 ‘차 없는 단지’로 조성해 소방차 등 긴급차량을 제외한 방문·주민 차량은 지하로만 이동할 수 있게 한 때문이다. 문제는 다산 신도시 아파트 단지 지하주차장은 층고가 낮아 택배차량 진입이 불가능하다.

입주민들이 택배회사에 차량을 개조해 차고를 낮추거나 단지 내에서는 이동식 수레로 배달하라며 요구하자 택배회사는 ‘택배 불가 지역’으로 지정해 배송을 거부하거나 단지 입구에 택배상자를 쌓아놓는 등 실력행사로 맞섰다.

입주민들과 택배회사와의 갈등은 지난달로 거슬러 올라간다. 올해 초 다산 신도시 소재 한 아파트 단지에서 후진 중이던 택배 차량과 아이가 충돌할 뻔한 사고가 일어났다. 이후 인근 아파트 4개 단지는 택배회사 측에 지상통행로 차량 출입을 통제하겠다며 앞으로 택배차량은 지하 주차장을 이용해 달라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

이 지역 아파트 지하주차장은 층고(2.1~2.3m)가 택배 차량 높이(2.5~3m)보다 낮아 택배 차량 진입이 불가능하다.

한 택배기사는 “이 동네 아파트 지하주차장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택배차량을 개조해야 하는 데 비용도 문제지만 차고를 낮추면 적재공간이 줄어들 수 밖에 없다”라며 “결국 단지 입구에 차를 대고 수레로 실어 옮겨야 하는데 하루 수백개나 되는 택배물량을 수레로 실어 나르는 건 불가능한 일”이라고 하소연했다.

다산신도시 소재 한 아파트 관리사무소에서 붙인 택배기사에 대한 대응 방안 (사진=독자제공)
아파트 관리사무소에서는 가구 배달을 거부할 경우 대응요령을 설명한 안내문을 단지 내에 부착해 갈등에 기름을 부었다. 관리사무소에서는 택배기사가 아파트 정문에 물품을 놓고 갈 경우 “지정된 정문과 동문 주차장에 주차 후 카트로 배달 가능한데 그걸 제가 왜 찾으러 가야 하죠”라고 항의하라고 안내했다.

또 택배 회사측이 아파트 출입제한을 이유로 반송하겠다고 밝히면 “카트로 배송하면 되는데 걸어서 배송하기 싫다는 게 반송사유가 되느냐”고 대응하라고 주문했다.

다산 신도시에 사는 주민 곽모(38)씨는 “이곳에 미취학 다자녀 가구가 많은 지역 특성상 안전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며 “(택배차 지상 통행 제한은) 단지 내 안전의 문제”라고 말했다. 양모(38)씨도 “도로가 아닌 곳에서 택배차에 아이가 사고라도 당하면 누가 책임을 질 것이냐”고 반문했다.

다산신도시 입주민들과 택배 회사 측은 이달 5일부터 문제 해결을 위한 협의에 나섰지만 쉽사리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있다. 입주민들은 차량을 개조해 차높이를 낮추라고 요구하고 있다.

반면 택배회사는 차고를 낮출 경우 상하차 업무 때 기사들이 내내 허리를 굽히고 일해야 하고 적재물량이 줄어드는 등 불편이 커져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한 택배회사 관계자는 “다산신도시 주민협의체와 해법을 찾기 위해 노력 중인데 쉽지 않다”며 “앞으로도 전국에 차 없는 아파트 단지가 계속 입주 할 텐데 택배회사와 주민간 협의만으론 한계가 있다. 정부차원에서 해결책 마련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기도 남양주시 다산 신도시 소재 한 아파트 단지에서 택배기사들이 놓고 간 택배 물품이 쌓여있다.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김성훈 (sk4he@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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