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냐 대규모 균열..둘로 쪼개지는 아프리카

원호섭 2018. 4. 9.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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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냐 남서부 수 km 균열, 阿대륙 분리되는 신호탄..東아프리카 열곡대 아래 액체맨틀·지각판 이동
에티오피아·소말리아 등 대륙북동부 떨어져나갈 것
阿·아라비아판 벌어지는 완전분리 수백만년 소요
현생 인류의 발상지 아프리카대륙이 두 쪽으로 쪼개지는 조짐이 포착돼 전 세계 초미의 관심을 끌고 있다.

이달 초 아프리카 케냐 남서부의 '마이마히후'와 '나록' 지역 사이에 수 ㎞에 걸쳐 깊이 15m, 너비 20m의 깊고 넓은 균열이 발생했다. 처음에는 지난 3월 한 달간 이 지역에 내린 폭우가 원인이라고 생각했다. 폭우로 건물 담장이 무너지고 주요 고속도로가 폐쇄되는 등 폭우 피해를 입은 직후에 균열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케냐 정부는 균열이 발생한 곳을 대상으로 긴급 보수공사에 나섰다. 하지만 과학자들은 케냐 정부의 보수공사가 실효성이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공사를 한다고 해도 앞으로도 균열이 점점 더 커져 결국 아프리카가 두 개의 대륙으로 나뉠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과학자들은 케냐의 균열이 커지면서 결국 '아프리카의 뿔'로 불리는 에티오피아와 소말리아 등 아프리카 대륙 북동부 지역이 대륙에서 떨어져 나올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영국 로열홀로웨이대 연구진은 "동아프리카 열곡대에서 지질 활동이 활발해지고 있다"며 "케냐에서 발생한 균열이 그 증거"라고 말했다. 연구진은 "에티오피아와 소말리아 지역이 대륙에서 분리돼 나와 섬이 될 수 있다"며 "균열은 매년 조금씩 확산할 것으로 보여 눈에 확 띄지는 않겠지만 이번에 케냐에 나타난 균열처럼 간혹 크게 나타나는 경우도 생길 수 있다"고 밝혔다.

케냐에서 발생한 대규모 균열과 관련해 이윤수 한국지질자원연구원 국토지질연구본부 책임연구원은 "지각 밑에 있는 맨틀(지구 표면의 지각과 지구핵 간 깊이 30~2900㎞ 부분)이 요동치면서 땅속에 존재하는 균열이 모습을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며 "동아프리카 열곡대를 중심으로 아프리카대륙이 둘로 나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책임연구원은 "동아프리카 열곡대는 땅속 깊은 곳에 있는 맨틀이 위로 상승하면서 만들어진 지형"이라며 "맨틀이 상승하면서 지각을 좌우로 밀어내면 지면이 솟아 올라 골짜기 형태가 형성된다"고 설명했다. 특히 동아프리카 열곡대가 만들어지는 곳에서는 다른 지역보다 맨틀 융기현상이 빠르게 일어나는 '초융기' 현상이 포착되고 있다.

동아프리카 열곡대는 이스라엘 사해에서 시작해 홍해를 거쳐 동아프리카를 가로지르는 3000㎞ 길이의 깊은 골짜기를 의미한다. 골짜기 900~3000㎞, 폭은 평균 50㎞에 이를 정도로 협곡이 넓고 깊다. 19세기 아프리카를 탐험한 유럽인들이 이 계곡을 발견했지만 어떻게 형성됐는지 설명할 방법을 찾지 못했다. 침식으로 만들어지는 골짜기와 비교했을 때 규모가 너무 컸기 때문이다. 하지만 과학자들이 지구 내부 구조를 설명할 수 있게 되고 지구상의 대륙이 여러 개의 '판'으로 나뉘어 있다는 판구조론이 알려진 뒤 동아프리카 열곡대 형성 과정을 설명할 수 있게 됐다.

지각을 구성하는 딱딱한 '암석권' 아래에는 물렁물렁한 젤리와 같은 '연약권'이 존재한다. 그 밑에 액체 상태 맨틀이 움직이고 있다. 맨틀 대류에 따라 연약권과 암석권이 움직이면서 지각판 역시 미세하게 이동한다. 3억년 전 지구는 '판게아'로 불리는 하나의 대륙으로 이뤄져 있었지만 서로 다른 지각판이 움직이면서 지금의 오대륙 육대양으로 나뉘었다. 맨틀은 여전히 움직이고 있는데 동아프리카 열곡대를 중심으로 이 같은 움직임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는 게 과학계의 분석이다. 열곡대는 약 3000만년 전 에티오피아 북부에서 시작돼 연간 2.5~5㎝씩 남쪽으로 확장하고 있다. 열곡대에 있는 지층 나이를 계산한 결과 남쪽으로 갈수록 최근에 만들어진 것으로 밝혀진 것도 이를 뒷받침한다. 또 열곡대 암석은 대부분 마그마가 굳어서 만들어진 화산암으로 이뤄져 있다. 이 역시 맨틀 융기로 지각이 얇아지고 땅속에 있던 마그마가 땅 위로 분출했음을 보여주는 증거가 된다.

아프리카대륙이 갈라질 수 있다는 우려는 10년 전에도 있었다. 2005년 9월 에티오피아 아파르사막에서 발생한 지진으로 길이 60㎞, 폭 8m의 균열이 발생했다. 이를 조사한 영국 런던대 연구진은 학술지 '네이처'에 "아프리카판과 아라비아판이 벌어지면서 지표면이 얇아지고 있다"며 "아파르사막 균열도 지각판이 벌어지기 때문에 생긴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이 같은 현상이 지속되면 수백만 년 뒤 아프리카판과 아라비아판이 나뉘면서 그 사이로 홍해 바닷물이 밀려들어오고 결국 에티오피아 북동부 지역이 아프리카대륙으로부터 분리될 수 있다는 진단이다. 이 책임연구원은 "수천만 년 뒤 아프리카대륙이 분리될 것은 확실하지만 어떤 모양으로 쪼개질지는 더 지켜봐야 한다"며 "다만 인간이 알아챌 수 없을 정도로 천천히 진행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원호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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