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마리 없는 대입개편..교육부·보수·진보 입장 뒤섞여
교육부의 11일 대입개편안 시안 발표를 이틀 앞두고 교육시민단체들의 '장외전'이 뜨겁다. 자신들이 요구해온 대입 개편 방향이 초안에 담기게 하기 위해 잇따라 기자회견 혹은 1인 시위 등에 나서고 있다. 진보·보수 성향의 단체들이 9일 오전 동시에 청와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연 점도 눈에 띈다. 이들은 정시모집 확대, 수능 최저학력기준 폐지, 수능 절대평가 전환 등에 대해 정반대 의견을 내놓고 있다. 그렇다고 '진보 단체=교육부 기조 찬성' '보수 단체=교육부 기조 반대'도 아니어서 대입 개편을 둘러싼 논쟁이 복잡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 용어사전 > 수능 최저학력 기준
대입 수시모집에서 합격하기 위한 최소한의 대학수학능력시험 성적 기준. 대학마다 기준이 다르며, 내신이나 논술 등이 우수해도 이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면 불합격한다. 보통 국어, 수학, 영어, 탐구영역 중 일부 영역의 일정 등급 이상을 기준으로 설정한다.
」
보수 성향의 단체인 '공정사회를 위한 국민모임'(공정모임)은 이날 청와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수시에서 수능 성적을 반영하고(수능 최저학력기준), 정시모집은 더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단체의 '수시 수능 성적 반영' 요구는 교육부가 대학에 요구한 '수능 최저학력기준 폐지'와는 상반된다. 반면 '정시 모집 확대'는 최근 교육부가 일부 대학에 요구한 것이기도 하다.
진보단체인 '사교육 걱정 없는 세상'(사교육걱정)도 이날 청와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했다. 사교육걱정은 교육부의 최근 '정시 확대' 요구를 비판했다. 진보 성향의 사교육걱정이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교육부 정책을 줄곧 지지해온 점에 비춰 보면 매우 이례적이다.
사교육걱정은 이날 "공교육 정상화를 위해서는 수능이 아닌 학생부 위주 전형에 비중을 둬야 한다"며 "학생부종합전형을 유지하되 전형 요소를 간소화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사교육걱정은 더불어민주당 초재선모임 ‘더좋은미래’가 제안한 대입제도 개편안에 대해서도 비판적 입장을 밝혔다. 앞서 '더좋은미래' 정책연구소는 학생부종합전형을 없애고 수능과 내신, 수능+내신을 같은 비율로 선발하는 대입제도를 제안했다.
사교육걱정은 이날 "더좋은미래 정책연구소의 제안은 공교육 정상화를 위해 노력해 온 교육부의 대입제도 방향과 어긋나고 참여정부부터 이어진 교육철학을 거스른 행위"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당·정·청이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내면서 교육정책이 컨트롤타워 없이 흔들리고 있다"며 "대통령이 이를 바로 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진보 성향의 교사 단체인 '실천교육교사모임'도 이날부터 11일까지 정부세종청사 교육부 앞과 서울 광화문광장 등에서 정시 확대 등을 반대하는 1인 시위를 벌인다. 이들은 "설익은 교육정책 때문에 교육현장이 많은 혼란을 겪고 있다"며 "문재인 정부의 공약과 교육부의 정책이 어긋나는 것을 보면 참담한 심정이 든다"고 말했다.
한편 교육부가 마련 중인 대입 개편안은 현 중학교 3학년이 입시를 치르는 2022학년도부터 적용된다. 교육부가 마련한 대입개편안 시안은 국가교육회의의 자문을 거쳐 8월 중 확정된다. 이번 시안에는 수능 절대평가 전환과 절대평가 적용 방식, 수시·정시 통합모집 등 다양한 방안이 담길 가능성이 높다.
전민희 기자 jeon.minhee@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