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마리 없는 대입개편..교육부·보수·진보 입장 뒤섞여

전민희 2018. 4. 9. 12:55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교육부의 11일 대입개편안 시안 발표를 이틀 앞두고 교육시민단체들의 '장외전'이 뜨겁다. 자신들이 요구해온 대입 개편 방향이 초안에 담기게 하기 위해 잇따라 기자회견 혹은 1인 시위 등에 나서고 있다. 진보·보수 성향의 단체들이 9일 오전 동시에 청와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연 점도 눈에 띈다. 이들은 정시모집 확대, 수능 최저학력기준 폐지, 수능 절대평가 전환 등에 대해 정반대 의견을 내놓고 있다. 그렇다고 '진보 단체=교육부 기조 찬성' '보수 단체=교육부 기조 반대'도 아니어서 대입 개편을 둘러싼 논쟁이 복잡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 용어사전 > 수능 최저학력 기준

대입 수시모집에서 합격하기 위한 최소한의 대학수학능력시험 성적 기준. 대학마다 기준이 다르며, 내신이나 논술 등이 우수해도 이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면 불합격한다. 보통 국어, 수학, 영어, 탐구영역 중 일부 영역의 일정 등급 이상을 기준으로 설정한다.

보수 성향의 단체인 '공정사회를 위한 국민모임'(공정모임)은 이날 청와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수시에서 수능 성적을 반영하고(수능 최저학력기준), 정시모집은 더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단체의 '수시 수능 성적 반영' 요구는 교육부가 대학에 요구한 '수능 최저학력기준 폐지'와는 상반된다. 반면 '정시 모집 확대'는 최근 교육부가 일부 대학에 요구한 것이기도 하다.

이종배 공정모임 대표는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없애면 ‘깜깜이·금수저 전형’이라 불리는 학생부종합전형(학종)의 공정성은 더욱 훼손될 것"이라며 "대학에서는 고교 내신 성적을 동일하게 평가할 수 없기 때문에 수능 최저 폐지는 고교 서열화를 부추길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학생과 학부모들은 정시모집을 50% 이상으로 확대하고 수능 최저학력기준은 유지하기를 원한다"고 덧붙였다.
교육부기 11일 2022학년도 대입개편안 시안을 발표하는 가운데, 교육단체들이 총력전에 나서고 있다. 지난달 말 서울 청계광장에서 열린 집회에서 참석자들이 수능최저폐지 반대 및 대입정시확대 등을 촉구하고 있다.[뉴스1]
공정모임은 수능 절대평가 전환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내놨다. 절대평가 전환은 수능의 변별력을 약화해 대학별 고사 등이 부활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수능 과목을 절대평가로 바꾸면 수능으로 우수한 학생을 변별할 수 없어 대학별 고사 등이 부활할 수밖에 없다"며 "수능의 영향력을 줄여 정시전형을 없애려는 의도가 아니라면 수능 전 과목을 상대평가로 치러야 한다"고 주장했다.

진보단체인 '사교육 걱정 없는 세상'(사교육걱정)도 이날 청와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했다. 사교육걱정은 교육부의 최근 '정시 확대' 요구를 비판했다. 진보 성향의 사교육걱정이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교육부 정책을 줄곧 지지해온 점에 비춰 보면 매우 이례적이다.

사교육걱정은 이날 "공교육 정상화를 위해서는 수능이 아닌 학생부 위주 전형에 비중을 둬야 한다"며 "학생부종합전형을 유지하되 전형 요소를 간소화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사교육걱정은 더불어민주당 초재선모임 ‘더좋은미래’가 제안한 대입제도 개편안에 대해서도 비판적 입장을 밝혔다. 앞서 '더좋은미래' 정책연구소는 학생부종합전형을 없애고 수능과 내신, 수능+내신을 같은 비율로 선발하는 대입제도를 제안했다.

사교육걱정은 이날 "더좋은미래 정책연구소의 제안은 공교육 정상화를 위해 노력해 온 교육부의 대입제도 방향과 어긋나고 참여정부부터 이어진 교육철학을 거스른 행위"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당·정·청이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내면서 교육정책이 컨트롤타워 없이 흔들리고 있다"며 "대통령이 이를 바로 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진보 성향의 교사 단체인 '실천교육교사모임'도 이날부터 11일까지 정부세종청사 교육부 앞과 서울 광화문광장 등에서 정시 확대 등을 반대하는 1인 시위를 벌인다. 이들은 "설익은 교육정책 때문에 교육현장이 많은 혼란을 겪고 있다"며 "문재인 정부의 공약과 교육부의 정책이 어긋나는 것을 보면 참담한 심정이 든다"고 말했다.

한편 교육부가 마련 중인 대입 개편안은 현 중학교 3학년이 입시를 치르는 2022학년도부터 적용된다. 교육부가 마련한 대입개편안 시안은 국가교육회의의 자문을 거쳐 8월 중 확정된다. 이번 시안에는 수능 절대평가 전환과 절대평가 적용 방식, 수시·정시 통합모집 등 다양한 방안이 담길 가능성이 높다.
전민희 기자 jeon.minhee@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