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증권 쇼크]'핵폭탄' 시스템·모럴해저드..증권거래의 총체적 민낯

조강욱 2018. 4. 9.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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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령주식 실제 거래로 금지된 유형의 공매도 논란 거세
법인 차원 제재 불가피…금융당국도 책임 벗기 어려워

[아시아경제 조강욱 기자] 사상 초유의 사고로 기록될 삼성증권의 배당 착오 사태로 부실한 증권거래 시스템에 대한 총체적 민낯이 드러났다. 담당직원의 '클릭 실수'로 인한 단순한 배달 사고라기엔 발행주식 수를 넘어서는 주식이 입고될 수 있었다는 사실 자체가 이미 시스템 자체가 '핵폭탄' 수준의 문제점을 안고 있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여기에 존재하지도 않은 이른바 '유령주식'이 배당되고 거래될 수 있었다는 점도 결과적으로 금지된 유형의 공매도를 한 상황이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유령주식'도 거래 가능…증권거래 시스템 불신 확대 = 삼성증권의 발행주식은 8930만주, 발행한도는 1억2000만주다. 하지만 이번 사태에서는 주당 1000원 대신 1000주를 배당해 28억주가량이 잘못 입고됐다. 무려 30배가 넘는 규모다. 주식을 배당받은 직원 중 16명은 501만2000주를 팔았다. 결국 애초에 존재하지 않는 유령주식이 배당되고 실제 거래까지 이뤄지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발생한 것이다.

삼성증권 일부 직원의 잘못된 배당주식 매도는 공매도와는 성격이 다르지만 결과적으로 금지된 유형의 공매도를 한 상황이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잘못된 주식배당을 확인한 일부 직원들이 먼저 주식을 팔았고 뒤늦게 회사에서 기관들과 대차거래를 통해 주식을 빌렸으므로 결과적으로 무차입 공매도를 한 셈이다.

특히 추가상장 공시 없이도 매도가 가능한 것이 드러나 증권 매매시스템에 구멍이 뚫렸음이 확인됐다. 신주발행의 원인이 되는 이사회 결의 등 행위와 절차가 없더라도 상장사의 전산 실수나 조작만으로 신주가 상장되고 바로 매도가 이뤄질 수 있다는 의혹이 제기될 수 있는 대목이다.

◆끊이지 않는 금융업 '모럴해저드' = 이번 배당사고에는 유령 주식을 받은 한 직원이 100만주를 한 번에 매도한 사례도 있었다. 시가로 350억 원이 넘는 금액이다. 또 주식을 매도한 직원 중에는 삼성증권의 애널리스트가 포함된 것으로 파악됐다. 애널리스트는 투자자에게 시장과 기업들의 상황을 철저히 분석해 올바른 투자 정보를 제공하는 업무를 하고 있다. 이런 애널리스트가 시장에 혼란을 주는 일에 가담해 충격은 더해졌다.

구성훈 삼성증권 사장은 주식을 내다 판 직원 16명을 대기 발령 조치했고 이후 감사를 통해 직원들에 대한 문책을 결정할 계획이다. 하지만 투자자들의 신뢰도는 이미 바닥을 치고 있다. 신뢰가 생명인 금융업에서 종사자가 자기 통장에 '눈먼 돈(주식)'이 들어온 것을 자기 주머니로 돌려 넣은 일은 '모럴해저드'를 넘어서 존립기반마저 흔들어 놓을 것이란 우려감마저 커지고 있다. 당장 투자자들은 청와대에 삼성증권의 시스템을 규제하고 공매도를 금지해달라는 국민청원에 나섰고, 참여자는 현재 17만명을 넘어섰다.

◆단순 직원 실수? 총체적 통제 부실 = 현행 시스템은 일반주주들에 대한 배당은 한국예탁결제원을 통해 처리되지만 우리사주에 대한 배당은 회사에서 직접처리되는 이원화된 구조다. 일반주주들에 대한 배당에는 최소 2단계의 절차가 있는 반면 우리사주의 경우 회사내 시스템 이외에는 점검 기능이 없다. 이 때문에 이번 사태에 대해 담당 직원의 단순 실수가 아니라 삼성증권의 내부 통제에 뚫린 구멍을 여실히 드러냈다는 비난이 쏟아진다. 담당 직원뿐만 아니라 대표이사는 물론 법인 차원의 제재가 불가피할 것으로 관측된다.

금융당국도 삼성증권의 내부 통제를 제대로 점검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책임을 면키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심지어 금감원이 그동안 인사 비리 문제, 원장 비리 혐의 등 내부적 홍역을 치르면서 금융시장의 정상 작동 등 본래 업무를 제대로 챙기지 못했다는 지적마저 나온다. 실제로 금감원은 2013년 이후 증권사에 대한 종합검사를 하지 않았다. 금감원이 '2018년 금융투자회사 검사 계획'에서 증권사와 자산운용사의 위법 사항이나 건전성 등 업무 전반을 한 번에 들여다보는 '종합검사' 제도를 부활시킨다고 했지만 이미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 됐다.

원승연 금감원 부원장은 "이번 사고는 자본시장의 안정성과 신뢰성을 크게 떨어뜨리는 대형 금융사고로 초유의 일"이라며 "금융당국도 이번 사태로 인해 당국에 쏟아지는 질책에 대해 인지하고 반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원 부원장은 "이를 계기로 증권회사의 내부통제 시스템과 관리시스템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방안을 강구하겠다"고 강조했다. 특히 "삼성증권과 같은 사례가 재발되지 않도록 이달 중 배당을 예정하고 있는 NH투자증권, 유화증권, 키움증권 등 상장 증권회사에 대해서 배당처리시 내부통제를 철저하게 하도록 지켜보겠다"고 덧붙였다.

조강욱 기자 jomarok@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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