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침없는 천적 관계, 무너진 요안나의 '3년 천하'

김종수 2018. 4. 9.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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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FC] 나마유나스와의 2차전에서도 분패한 예드제칙

[오마이뉴스 김종수 기자]

폴란드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UFC 파이터를 꼽아보라면 단연 첫 유럽인 여성부 스트로급 챔피언 출신 '분쇄기' 요안나 예드제칙(31·폴란드)을 들 수 있다. 그녀는 2015년 3월 UFC 185대회서 '쿠키몬스터' 카를라 에스파르자(31·미국)를 상대로 벨트를 가져온 후 무려 5차 방어를 성공시키며 롱런가도를 달린 바 있다.

그녀는 한방에 상대에게 큰 충격을 주는 스타일은 아니지만 엄청난 체력과 작전수행능력을 바탕으로 한 부지런한 타격을 통해 어떤 유형의 상대와 만나든 개의치 않고 차근차근 꺾어나갔다. 원체 노련하기까지 한지라 설사 초반에 다소 밀리는 듯하다가도 시간이 지나 장기전으로 가면 흐름을 잡아먹는 쪽은 언제나 예드제칙이었다. 프랭크 에드가의 여성부 타격가 버전이다는 말이 붙었을 정도다.

나이도 많지 않았던 관계로 당분간 예드제칙에 대항할 파이터는 보이지 않는다는 평가도 많았다. 하지만 그런 그녀의 아성을 깨트려버린 상대가 등장했으니 다름 아닌 지난해 11월 UFC 217대회서 반란을 일으킨 '터그(Thug)' 로즈 나마유나스(26·미국)였다.

젊고 겁 없던 나마유나스는 경기가 시작되기 무섭게 과감하게 치고 들어가 폭발적 타격을 터트리며 단숨에 예드제칙을 때려눕혀버렸다. 예드제칙 특유의 장기전 모드가 발동될 틈을 주지 않고 끝내버린 것이다. 독재체제가 구축되어가던 여성부 스트로급에 새로운 태풍이 불어 닥치는 순간이었다.

UFC 여성부 스트로급은 나마유나스(사진 왼쪽)의 시대로 재편되고 있다. ⓒUFC
예드제칙 부지런함 박살낸 나마유나스의 정확성

8일(한국시간) 미국 뉴욕 브루클린 바클레이스 센터에서 있었던 UFC 223 대회에 출격하는 예드제칙의 표정은 사뭇 비장했다. 2차전에서마저 패하게 된다면 페더급 전 황제 조제 알도가 그랬듯 자신 역시 나마유나스라는 신성에게 완전히 왕좌를 내주게 되기 때문이었다. 약 3년 동안 굳건히 지켜온 자신의 시대를 마감하게 되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예드제칙은 또다시 나마유나스에게 고배를 마셨다. 1차전처럼 경기 초반에 나가떨어지지는 않았으나 팽팽한 접전을 거듭하며 5라운드를 꽉 채운 후 판정으로 고개를 떨구고 말았다. 이날 경기에서 양 선수는 공이 울리기 무섭게 빠르게 스탭을 밟으며 공격을 주고받았다.

지난 경기에서 큰 코를 다친 예드제칙은 가드를 바싹 올린 채 앞손을 적극적으로 뻗으며 나마유나스의 접근을 견제했다. 나마유나스는 좌우로 날렵하게 움직이며 카운터 타이밍을 노리는 모습이었다.

순간 뜨거워진 것은 1라운드 막판이었다. 약 10초를 남기고 양 선수는 거칠게 주먹을 주고받았고 무섭게 카운터가 엇갈렸다. 그 과정에서 나마유나스의 펀치가 정타로 여러번 들어갔다.

2라운드 들어 나마유나스가 페이스를 끌어올렸다. 예드제칙의 부지런한 앞손 공격에 날카롭게 카운터로 맞받았다. 그 과정에서 난감해지는 것은 예드제칙이었다. 나마유나스의 펀치는 견제성, 카운터에 관계없이 한방 한방이 모두 무겁게 들어왔기 때문이다.

스피드에서도 밀리지 않은 채 타격의 매서움은 좀 더 높아 보이는 나마유나스가 조금씩 흐름을 잠식해가는 모양새였다. 많은 공격으로 주도권을 잡아가는 예드제칙의 공격횟수가 줄어들었다는 것이 그것을 증명했다.

3라운드 들어 예드제칙은 더욱 적극적으로 나왔다. 장기전의 명수답게 체력을 앞세운 공략법이었다. 보통 예드제칙이 다양한 셋업 동작을 페이크성으로 가져가면 대부분 상대는 거기에 속아 움찔하며 반응한다. 하지만 나마유나스는 침착했다. 예드제칙의 어지간한 페이크에는 꿈쩍도 하지 않은 채 진짜 공격이 들어온다 싶을 때 날카로운 카운터로 반격했다.

변수는 체력이었다. 5라운드 경험이 많은 예드제칙은 부담 없이 움직이며 많은 공격을 가져갔다. 반면 나마유나스는 움직임을 줄이며 힘을 비축하는 모습이었다.

4라운드 들어 예드제칙은 로우킥 빈도수를 더욱 높혔다. 나마유나스의 위력적인 카운터 거리 안으로 무리해서 들어가기보다 원거리를 유지한 채 잽을 치고 로우킥을 부지런히 냈다. 나마유나스가 카운터 훅을 치면 살짝 피하며 역 카운터를 노렸다.

3라운드부터는 아무래도 보다 더 많이 움직이고 공격을 많이 내는 예드제칙이 주도권을 잡아가는 모습이었다. 로우킥 데미지가 쌓이자 나마유나스는 다리 쪽이 아픈 듯 움찔하는 반응도 여러번 노출했다. 이를 지켜보는 예드제칙의 얼굴에 웃음이 번졌다.

5라운드에서 나마유나스는 다시금 힘을 냈다. 1,2라운드에서 보여준 날카로운 카운터 펀치를 다시금 꺼내들었다. 예드제칙 역시 쉴새없이 부지런함으로 맞받았다. 하지만 나마유나스가 강하게 압박하자 다시금 예드제칙은 3,4라운드처럼 잽을 적극적으로 내기 어려워졌다. 1,2라운드와 비슷해진 상황이 연출됐다. 나마유나스는 막판 기습적으로 깜짝 테이크다운까지 성공시키며 예드제칙의 허를 찌르기도 했다.

나마유나스의 파이팅 스타일은 예드제칙 입장에서 매우 까다로웠다. 공격옵션이나 체력에서는 자신이 앞섰지만 스피드가 대등한 상태에서 스탭 활용을 나마유나스가 더 잘했다. 나마유나스는 빈틈이 보인다싶으면 신속하게 달려들어 예드제칙의 안면에 예리한 정타를 꽂아 넣었다. 반면 예드제칙의 큰 공격은 번번이 허공을 가르기 일쑤였다. 보다 많은 공격을 했음에도 경기종료 후 나마유나스의 손이 올라간 이유다.

이날 승부와는 별개로 나마유나스의 세컨 역시 팬들 사이에서는 작은 화제가 되고 있다. 나마유나스의 세컨은 라운드가 끝나고 작전지시를 할 때마다 질책보다는 계속적으로 기운을 북돋아주는 말을 했다.

'이 순간을 즐겨라, 즐길 준비되었지? 더욱 신나게 즐겨보자'는 등 멘탈 자체를 감싸주고 응원해주는 모습이었다. 나마유나스라는 어린 챔피언을 어떻게 성장시켜왔는지 짐작할 수 있는 부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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