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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가 직접 만든 5일치 밀프렙 도시락. /사진=박가영 인턴기자 |
식사(meal)와 준비(preparation)의 합성어인 밀프렙은 말 그대로 미리 준비해둔 식사로 끼니를 해결하는 것이다. 보통 일요일 저녁 3~5일치 도시락을 준비해 냉장·냉동 보관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밀프렙은 영양소와 열량을 고려해 식단을 짤 수 있어 다이어트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도 인기다. 한 블로거는 "1시간이면 일주일 분량의 다이어트 도시락을 만들 수 있어 매우 편리하다"고 설명했다.
정말 1시간만 투자하면 일주일 동안 건강한 식사를 할 수 있을까? 하루 세끼를 제때 챙겨먹는 게 삶의 낙이지만 출근 시간에 쫓겨 아침 거르는 게 일상이 돼버린 기자가 직접 평일 5일간 밀프렙을 도전해보기로 했다.
삶고 찌고 볶고… "생각보다 손 많이 가네"
이번 도전의 목표는 건강한 식사와 식비 줄이기. 평소 기자는 평일 5일 동안 식비로 13만~14만원 쓴다. 배달음식을 자주 시켜먹거나 약속이 많을 때는 20만원을 훌쩍 넘긴다. 식비를 절약하기 위해 밀프렙 예산은 한끼당 6000원을 기준으로 총 9만원으로 책정했다.
아침과 저녁 도시락은 영양소를 고루 갖춘 재료를 중심으로 구성했다. 밀프렙 관련 유튜브 영상과 블로그 글이 식단짜는 데 큰 도움이 됐다. 탄수화물은 △고구마 △단호박 △바나나로, 단백질은 △달걀 △무지방 두유 △닭가슴살로 채웠다. 점심 도시락은 오후 업무에 필요한 열량을 채우기 위해 새우볶음밥, 김치볶음밥 등 간단하지만 든든한 한 그릇 요리로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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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프렙 위해 구매한 재료들./사진=박가영 인턴기자 |
일요일 오후 4시. 본격적으로 밀프렙 도시락 만들기에 돌입했다. 크게 손 가는 메뉴가 없어 1시간~1시간30분이면 완성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먼저 시간이 오래 걸리는 재료부터 조리를 시작했다. 고구마를 씻어 찜기에 올리고 달걀을 삶았다. 방울토마토, 브로콜리는 깨끗이 세척하고 닭가슴살은 잡내를 제거하기 위해 우유에 담가뒀다. 단호박은 껍질째 먹기 위해 베이킹소다와 식초로 닦아 먹기 좋은 크기로 잘라 준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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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프렙 도시락을 싸기 위해 준비한 요리재료들. 단호박, 닭가슴살, 브로콜리, 방울토마토(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사진=박가영 인턴기자 |
서둘러 완성된 음식을 도시락에 나눠 담았다. 아침 도시락 메뉴는 △방울토마토 △닭가슴살 △브로콜리 △고구마 △바나나. 지루한 식단에 살짝 변화를 주기 위해 저녁 도시락엔 고구마 대신 단호박을 넣고 무첨가 두유를 추가했다. 상하기 쉬운 달걀은 이틀치 도시락에만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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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성된 밀프렙 도시락./사진=박가영 인턴기자 |
점심 메뉴까지 도시락통에 담고 나니 어느덧 저녁 7시. 장을 본 시간까지 더하면 밀프렙을 준비하는 데 총 4시간 걸렸다. 예상시간을 훌쩍 넘겨 힘들었지만 도시락을 모두 펼쳐놓으니 '밥 안 먹어도 배부른' 느낌이 들었다.
규칙적 식사의 기쁨도 잠시…지긋지긋해진 닭가슴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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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프렙 첫날. 김치볶음밥을 먹으며 여유로운 점심시간을 보내고 있다. /사진=박가영 인턴기자 |
밀프렙 첫날인 월요일. 출근 준비를 하면서 아침 도시락을 먹었다. 평소와 같은 시간에 기상해도 아침을 먹을 수 있다는 게 큰 장점이었다. 가벼운 음식이라 아침밥으로도 무리가 없었다. 다만 초장 없는 브로콜리는 처음이라 좀 버거웠다.
점심시간, 노트북을 들고 아무도 없는 회의실에 들어갔다. 얼려 둔 김치볶음밥을 전자레인지에 4분30초 정도 데웠더니 방금 한 음식 같았다. 주말에 보지 못한 예능프로그램을 보며 여유로운 점심시간을 보냈다.
퇴근 후 운동을 마치고 집에 돌아와 저녁 도시락을 꺼내 먹었다. 건강식이라 포만감은 덜했지만 운동 후 단백질을 챙겨먹을 수 있어 좋았다. 살이 빠질 거란 기대감이 커졌다.
DAY 2~3
둘째 날, 아침을 먹었는데도 오전 10시쯤 배가 고프기 시작했다. 점심시간만 기다리다 11시40분이 되자마자 새우볶음밥을 데워 먹었다. 분명 1.5인분을 담았는데 먹고 나니 허기만 겨우 달랜 느낌이었다. 마침 이날은 저녁 약속이 있어 친구를 만나 배를 채웠다.
셋째 날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초장 없는 브로콜리는 영 적응이 안돼 빼낸 것을 제외하고는 준비해온 도시락을 모두 비웠다. 배는 부르지 않았지만 챙겨먹기 편해 다른 걸 먹고 싶다는 생각은 딱히 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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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가슴살, 단호박 등이 들어있는 밀프렙 저녁 식단./사진=박가영 인턴기자 |
넷째 날은 아침부터 식욕이 폭발했다. 먹고 돌아서면 배가 고프던 중학생 때로 돌아간 느낌이었다. 점심을 새우볶음밥으로 때울 생각을 하니 절망감이 밀려왔다.
결국 식욕을 참지 못하고 점심시간 직전 선배와 짬뽕 약속을 잡았다. 짬뽕값 7000원을 더해도 밀프렙 예산을 넘지 않는다고 자기합리화를 하며 행복하게 점심을 먹었다. 저녁에도 치킨을 시켜 먹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으나 일말의 양심이 남아 닭가슴살을 씹으며 꾹 참았다.
DAY 5
아침을 챙겨 먹는 기쁨보다 '오늘이 밀프렙 끝'이라는 기쁨이 더 컸다. 5일 연속으로 비슷한 메뉴를 먹다 보니 좋아하던 닭가슴살도 먹기 싫어졌다. 그래도 마지막 날이니 저녁 운동을 마치고 마지막 도시락을 깔끔히 해치웠다.
편해서 좋은 밀프렙…"다이어트도 됩니다"
밀프렙의 가장 큰 장점은 간편함이었다. 시켜 먹는 것보다 훨씬 간편해 버릇처럼 주문해 먹던 배달음식도 끊게 됐다. 자연스레 식비도 절약할 수 있었다. 하지만 도시락 만드는 데 시간이 꽤 걸려 삼시 세끼를 밀프렙으로 해결하기보다 하루 1~2끼 정도만 준비해 먹어야 겠다고 생각했다.
매일 비슷한 식단으로 지겹다는 느낌은 피할 수 없었다. 나름 메뉴를 다양하게 구성하려 노력했으나 5일 내내 건강한 재료로 만든 도시락을 먹다 보니 자극적인 음식의 유혹에 흔들리기도 했다. 시간 여유가 있다면 수요일에 밀프렙 준비하는 시간을 한 번 더 갖는 것을 추천한다. 일주일에 2번 2~3일 분량의 음식을 준비한다면 보관 기간이 짧은 달걀, 우유, 채소 등도 넣을 수 있어 단조로운 식단을 벗어날 수 있다.
규칙적인 식사를 꿈꾸는 1인 가구에게 밀프렙을 권장한다. 특히 여름을 앞두고 급히 체중 감량에 돌입한 다이어터에게는 적극 추천. 식단만 바꿨을 뿐인데 5일 간의 밀프렙 후 기자의 몸무게가 1㎏ 줄었다. 운동할 시간이 부족하거나 운동 후 식이요법이 고민인 사람들에게 밀프렙이 효과적인 다이어트 방법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