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혁의 풀꽃나무이야기] 갑자기 더워진 봄.. 이 봄 다가기 전에 꽃놀이 한번 다녀오시길

이동혁 풀꽃나무칼럼니스트 입력 2018. 4. 7.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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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럴 줄 알았습니다. 올해는 좀 늦다 싶었건만 사나흘 갑자기 훅 더워지면서 봄이 와버리고 말았습니다. 꽃들에게 만개를 요구하며 여름의 앞잡이 노릇까지 하는 봄이 얄밉기만 합니다.

피면서 지고 있는 오죽헌의 백목련

그 바람에 “형님 먼저! 아우 먼저!” 하면서 사이좋게 피던 꽃들의 개화 서열이 올해도 또 뒤죽박죽됐습니다. 매실나무, 살구나무, 산수유, 생강나무, 목련, 개나리, 진달래 등 3월에 개화하는 꽃에 벚꽃과 라일락이 가세해 자기 먼저 피겠다며 하극상을 벌입니다.

그토록 기다렸던 봄이건만 이런 봄을 기대한 건 아니었기에 영 반갑지가 않습니다. 봄이라면 자고로 수차례의 꽃샘추위로 밀당하며 올 둥 말 둥 하다가 와야 제맛입니다.

의성 산수유 축제 들머리 풍경

사람은 그나마 좀 나은 편입니다. 당황스럽기로 따지자면 당사자인 꽃보다 더할까 싶습니다. 준비 덜 된 꽃을 더운 날씨에 못 이겨 성급히 피워 올리다 보면 당연히 미완의 제품들이 만들어질 수밖에 없고 그것이 곧 불량으로 이어져 결실률이 낮아집니다.

꽃이라고 그런 사실을 모를 리 없을 겁니다. 지구가 보여온 환경에 끊임없이 적응해온 식물이건만 급변하는 날씨 속에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의성 산수유 축제 현장

그 탓에 꽃축제 준비를 하는 곳만 비상이 걸렸습니다. 고온에 비까지 내리니 어느 장단에 맞춰 춤을 춰야 좋을지 모릅니다. 축제는 대개 일요일을 끼고 토요일이나 금요일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제약이 따르는데, 날씨가 이렇게 제멋대로니 망하기에 딱 좋습니다.

적기가 언제일지 아무도 모르는 가운데 일정이 발표됩니다. 의성 산수유 축제는 3월 31일부터 이미 시작됐고, 응봉산 개나리 축제는 4월 6일부터, 윤중로 벚꽃 축제는 4월 7일부터, 고려산 진달래 축제는 4월 14일부터 시작한다고 예정되어 있습니다. 많은 준비와 진행 중인 과정이 있으니 갑자기 더워진다고 해서 일정을 맘대로 바꿀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서울 응봉산에 개나리가 한강을 배경으로 활짝 피어났다.

경북 의성의 산수유 축제는 그 어느 곳의 산수유 축제보다 멋진 장관이 펼쳐집니다. 축제다 보니 상업적이지 않기는 어려우나 의성 산수유 축제는 가장 덜 상업적인 데다 한번 가면 ‘뽕’을 뽑을 수 있는 곳입니다.

엄청나게 긴 구간에 걸쳐 샛노란 산수유 길이 끝없이 펼쳐져 카메라 셔터가 쉴 틈이 없습니다. 아무리 열심히 찍어도 사진 몇 장으로는 그곳의 아름다움을 다 표현할 수 없습니다. 일부러 심은 것이긴 하지만 산수유가 주변 환경과 굉장히 잘 어울리게 심어진 곳이어서 감히 준(準)버킷리스트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도로변 쪽에서 본 응봉산 개나리 풍경

개나리 축제가 열리는 응봉산은 서울 강남과 한강을 한눈에 내려다보면서 개나리를 감상할 수 있는 최적의 장소입니다. 개나리만 보면 밋밋할 수도 있는 것을 넉넉한 서울 한강 풍경이 운치 있게 살려줍니다.

산이라고 하기엔 너무 낮아서 동네 뒷산 정도밖에 되지 않지만, 축제 기간에는 차량으로 붐비니 걸어서 가는 것이 제일 좋습니다. 산에서 내려와 도로변에 서서 노란색의 응봉산을 바라보는 풍경도 훌륭합니다.

서울 송월길 옛 기상청 자리에 있는 관측기준목 왕벚나무.

도로변이라고는 하지만 차량의 행렬과 떨어져 있는 길이므로 안심하고 관람할 수 있습니다. 개나리는 비교적 꽃이 오래 가는 편이니까 굳이 사람과 차로 붐비는 축제 기간에 갈 필요는 없습니다. 시간만 된다면 평일에 가서 느긋이 즐기다 오면 됩니다.

벚꽃 축제는 서울의 윤중로뿐 아니라 전국 어디서나 벌어집니다. 그 정도로 요즘은 어딜 가도 봄이면 벚꽃길을 볼 수 있습니다. 드물게 색을 가진 벚꽃 종류도 있지만, 대개는 흰색으로 풍성하게 피어 낭만적인 꽃터널을 연출합니다.

화엄사 가는 길의 벚꽃 터널

벚꽃은 야생하는 종도 많거니와 품종은 더더욱 많아서 일일이 구별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그냥 모두 합쳐 벚꽃이라고 부르면 편합니다. 송월길의 벚꽃 관측기준목도, 윤중로의 관측기준목도 모두 그냥 벚꽃이라고 부르면 굳이 왕벚나무인지 따지지 않아도 됩니다.

올해는 만우절인 4월 1일에 거짓말처럼 벚꽃의 공식 개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벚꽃은 빨리 지는 것이 단점이긴 해도 꽃잎이 하나둘 흩날리는 모습이 멋져서 낙화까지도 낭만적으로 즐길 수 있습니다. 바빠서 벚꽃 축제에 참여하지 못한 분이라면 벚꽃엔딩이라도 즐기다 오시면 됩니다.

강화도 고려산 진달래 축제 현장

강화도 고려산 진달래 축제는 전국의 3대 진달래 축제 중 가장 늦게 시작해서 가장 오랫동안 열립니다. 올해는 4월 14일에 시작합니다. 북쪽이고 바닷가에 위치한 덕에 가능한 일 같습니다.

이곳에는 다섯 개의 등산 코스가 있으니 자신의 체력에 맞게 선택해서 오르면 됩니다. 다섯 개의 코스 중 가장 인기 있는 것은 2코스인 청련사 코스입니다. 주차장도 넓고 가장 짧은 시간(1시간)에 군락지까지 오를 수 있어 가장 많이 선택되는 것 같습니다.

<<a href="http://biz.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4/19/2017041901568.html">관련기사 보시-이동혁의 풀꽃나무이야기: 강화도 고려산 진달래꽃 구경은 ‘버킷리스트'에 올릴만해>

날씨가 좋은 날이면 하루에 2개 코스를 오르는 분들도 있다고 합니다. 한 가지 아쉬운 건 예전처럼 불붙는 듯한 군락의 모습을 보기가 점점 어려워진다는 점입니다. 그게 다 이상 기후로 인한 여파로 추정됩니다.

개화하는 동안에는 기온의 상승이 점진적으로 이뤄져야 하는데, 요즘은 워낙 빨리 더워지는 데다 일교차가 크고 며칠 만에 날씨가 급변하는 경우가 많아 꽃이 피면서 지는 일이 벌어지므로 일제히 개화해 있는 경우가 드문 편입니다.

5월을 여름에 빼앗기면서 4월은 축제의 달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게 됐습니다. 많아도 너무 많은 축제지만 한 군데쯤은 찾아가보는 여유가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꽃만큼이나 많은 사람들 속에서 꽃만큼이나 아름다운 얼굴로 웃어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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