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주꾸미, 대게 먹을 바에 소고기 먹죠" 소비시장 강타한 '수산물 대란'

임춘한 2018. 4. 6. 09:47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제철 맞았지만 어획량 감소에 가격 고공행진
유통업체·식당 수급난…가공식품도 비상

이마트 마포공덕점에서 파는 오징어와 주꾸미(사진=임춘한 수습기자)


[아시아경제 임춘한 수습기자] "주꾸미가 비싸도 너무 비싸네요. 이 가격이면 그냥 돼지고기, 소고기 사먹고 말죠."
'수산물 대란'이 소비 시장을 강타하고 있다. 오징어에 이어 제철 맞은 주꾸미, 꽃게, 대게 등 가격이 어획량 부진으로 치솟고 있는 것. 소비자들은 제철 수산물을 마음껏 사먹기 부담스러워졌고 유통업체와 식당들은 수급, 가격 책정에 비상이 걸렸다.

5일 오후 이마트 마포공덕점에서 만난 주부 김민숙(33ㆍ여)씨는 수산물 코너를 지나다 혀를 내둘렀다. 제철인 주꾸미를 사러 왔는데 너무 비싸 카트에 차마 담지 못했다. 국산 주꾸미 가격은 100g당 3990원. 2007년 2000원대였던 주꾸미 100g 가격은 어획량 감소 탓에 급등했다. 물량이 달려 국산을 구비하지 못한 대형마트도 태반이다. 대체재인 태국산은 100g당 1200원 수준이다. 김씨는 "예전에 주꾸미는 싼 맛에 사는 식재료였다"며 "이제는 제철인데도 비싸서 감히 쳐다보지 못하게 됐다"고 푸념했다. 해양수산부 수산정보포털을 보면 2007년 6828t에 달하던 연간 주꾸미 어획량은 2012년 절반 수준인 3415t으로 급감했고 지난해에도 3460t 수준으로 저조했다.

이마트 마포공덕점에서 파는 건어물(사진=임춘한 수습기자)

주꾸미의 사촌격인 오징어는 금(金)징어 소리를 듣는다. 이날 이마트를 찾은 고객들 중엔 오징어 매대 앞에서 몇 번이나 가격을 들여다 보는 사람이 많았다. 주부 최정혜(49ㆍ여)씨는 "오랜만에 오징어볶음을 만들려고 했는데 가격 보고 접었다"면서 "금징어라고 하더니 올라도 너무 올랐다"고 고개를 가로저었다. 국산 생물 오징어 중품 평균 소매가는 지난달 7일 기준 마리당 4260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7.0%, 평년(올해를 제외한 최근 5년 간 해당 일자의 평균값)보다 43.3%나 올랐다. 지난달 8일 이후 가격은 시장에 생선 물량이 많이 없어서 조사하지 않았다고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는 설명했다. 국내에서 잡힌 오징어는 2016년 12만1691t에서 지난해 8만7024t으로 28.5% 쪼그라들었다.

이마트 마포공덕점에서 소비자들이 수산물을 살펴보고 있다.(사진=임춘한 수습기자)


국산 꽃게 어획량 역시 2013년 3만448t에서 지난해 1만2941t으로 60.0%가량 감소했다. 이 기간 가격은 1kg 8760원에서 1만6558원으로 뛰었다. 대게 수급과 가격 사정도 비슷하다. 이마트는 고육책으로 이달 5일부터 11일까지 마리당 900g 내외 사이즈의 러시아 활대게를 연중 최저가인 3만9800원에 판매한다. 제철을 맞은 국산 대게가 실종되자 대연해주 앞바다에서 조업하는 러시아 선단과 사전 계약을 맺고 일주일 행사물량 6t을 공수했다.

이마트 수산물 코너의 한 직원은 "한창 잘 팔려야 할 제철 수산물을 손님들이 외면하고 있어 걱정"이라며 "일단 내놓고 판매하고 있긴 하지만 판매자 입장에서도 가격이 너무 비싸다고 생각한다"고 토로했다.

가뜩이나 손님이 없어 걱정인 재래시장은 더욱 울상이다. 남대문시장 내 생선 가게에선 오징어를 눈 씻고 봐도 찾기 힘들었다. 오징어를 손질하고 있는 상인 한 명을 겨우 만났다. 상인은 "요즘 국내산 물량 자체가 별로 없고 가격은 4000원으로 비싼데 크기는 조그맣다"며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를 따진다면 다른 생선을 사는 걸 추천한다"고 귀띔했다.

일반 소비자들이야 안 사면 그만인데, 대목 손님맞이에 분주한 전문 식당은 그야말로 직격탄을 맞았다. 이날 서울 북창동의 한 주꾸미 식당에는 손님들이 땀을 뻘뻘 흘리며 주꾸미 샤부샤부, 철판볶음 등을 즐기고 있었다. 주꾸미 제철을 맞아 개인 약속, 직장 회식 등으로 찾는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식당 주인은 주꾸미를 손님상에 내면서 "요즘 가격이 너무 올랐는데 메뉴판을 고치지 않고 있다"며 "최대한 많이 드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분식 프랜차이즈 죠스떡볶이는 얼마 전 오징어 튀김 가격을 700원에서 1000원으로 올렸다. 한 죠스떡볶이 매장 주인은 "오징어 튀김이 원래 인기 상품인데 가격이 오른 뒤 잘 안 팔린다"며 "5개씩 사가던 손님들이 이제는 2~3개만 사간다"고 안타까워했다.

편의점 세븐일레븐에서 판매하는 마른안주(사진=임춘한 수습기자)


수산물 가격 급등 여파는 가공식품에까지 미쳤다. 편의점에 가 보니 오징어가 들어간 마른안주의 가격표가 대거 바뀌어 있었다. 세븐일레븐은 오징어 함유 마른안주 5종 가격을 평균 30%가량 올렸다. 마른오징어, 슬라이스오징어, 오징어 앤드(&) 땅콩 캔 등이 대표적이다. CU도 마른안주 20여종 가격을 올렸다. 편의점업체 관계자는 "오징어 가격이 올라 제조사에서 제품 가격 인상을 요구해 어쩔 수 없었다"고 말했다.

임춘한 수습기자 choon@asiae.co.kr

Copyright ©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