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들이 맨손으로 받친 건 생명이었다
버스, 옆차 추돌후 담장 들이받자 10여명이 10분간 전복 안되게 지탱
119구조대, 안에 있던 부상자 구출
사고로 승객 2명 숨지고 37명 다쳐
울산에서 5일 시내버스 교통사고로 2명이 숨지고 37명이 다쳤다. 공장 담벼락을 들이받은 버스는 금방이라도 왼쪽으로 쓰러질 듯 아슬아슬하게 서 있었다. 버스가 전복되면 더 큰 피해가 발생할 수 있었다. 근처를 지나던 시민들이 모여 버스를 맨몸으로 떠받쳤다. 그렇게 10여 분을 버텨 더 큰 참사를 막아냈다.
5일 오전 9시 28분쯤 울산시 북구 염포동 아산로에서 편도 3차로를 달리던 133번 시내버스가 2차로에서 차선을 바꾸려던 K5 승용차와 부딪혔다. 버스에는 39명이 타고 있었다. 운전석 쪽을 들이받힌 버스는 균형을 잃고 도로 밖으로 튕겨져 나갔다.
버스는 약 2m 높이의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담벼락을 들이받고 멈췄다. 담벼락 약 10m가 무너져 내릴 정도로 큰 충돌이었다. 버스 앞부분이 심하게 파손됐다. 이 사고로 이모(40)씨 등 2명이 숨지고 버스기사 양모(50)씨 등 37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버스 안은 아수라장이 됐다. 거동이 가능한 승객들은 운전석 뒤편 창문으로 간신히 빠져 나왔다. 하지만 부상이 심한 승객 10여 명은 버스에 갇혔다. 갑작스러운 충격으로 운전석 쪽으로 튕겨져 있었다. 담벼락을 뚫고 나간 버스는 오른쪽 바퀴가 장애물에 걸려 왼쪽으로 기울어졌다. 버스가 전복되면 운전석 쪽에 있던 중상자들이 더 큰 피해를 당할 상황이었다.
사고를 목격한 시민들이 잇따라 길가에 차를 세우고 버스로 다가왔다. 버스에서 빠져나온 경상자들도 모였다. 이들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기울어진 버스 왼쪽을 10여 분간 맨손으로 떠받쳤다. 시민들이 선 방향으로 버스가 넘어질 수도 있는 상황이었으나 한 명도 빠지지 않고 10여 분을 버텼다. 한 목격자는 "쾅 하는 소리가 들려 가봤더니, 10여 명의 사람이 줄지어 서서 버스를 받치고 있었다"며 "자신들도 다칠 수 있는 상황이었는데, 망설임 없이 나섰다"고 했다.
시민들이 버티는 사이 119구조대가 도착했다. 울산 동부소방서 염포 119안전센터 강영국 팀장은 "10명 정도의 사람이 피를 흘리며 간신히 신음만 내뱉고 있었다"며 "만약 버스가 옆으로 쓰러지기라도 한다면 부상 정도는 더 심했을 것이다"고 했다. 소방대원들은 부상자들을 버스 운전석 뒤편 창문과 오른쪽 중간 출구로 빼냈다. 함께 출동한 견인차가 버스를 뒤에서 끌어당겨 바로 세웠다. 경찰 관계자는 "시민들이 몸을 사리지 않고 구조에 나서 추가 피해를 막을 수 있었다"고 했다.
경찰은 차선을 변경하다 시내버스를 들이받은 K5 차량 운전자 윤모(23)씨를 이날 낮 12시쯤 긴급체포했다. 경찰 관계자는 "도로 방범카메라를 보면 두 차량이 과속은 하지 않은 것으로 추정된다"며 "시속 60㎞ 정도의 속도로 나란히 달리다 사고가 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 도로의 제한속도는 시속 60㎞다. 윤씨는 교통사고처리 특례법을 위반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사상자가 다수 발생하는 등 사안이 중대하다고 판단했다. 윤씨는 경찰에서 "옆에 달리던 시내버스를 못 봤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추가 조사를 거쳐 윤씨의 구속영장 신청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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