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해저 송유관 파손, 원유 대량 유출..당국 '비상사태' 선포
[경향신문] 인도네시아 보르네오 섬 인근 해저 송유관이 파손돼 원유가 대량으로 유출되면서 주변 해역 130㎢가 오염됐다. 항구 수백곳이 오염됐고, 사망자도 발생했다. 사고 해역엔 비상사태가 선포됐다.
자카르타포스트 등 현지 언론은 5일(현지시간) 보르네오섬 인도네시아령 동 칼리만탄 주의 발릭파판 앞바다에서 지난달 31일 기름 유출 사고가 발생했다고 보도했다. 발릭파판 경찰당국은 인도네시아 국영 석유기업 페르타미나의 해저 송유관이 파손되면서 원유가 대거 유출됐다고 밝혔다.
유출된 원유는 지난 3일 기준으로 사고 지점 주변 해역 약 130㎢을 오염시켰다. 해수면 위로 떠오른 기름에 불이 붙으면서 해역이 불길에 휩싸였고, 어선과 석탄 운반선 등이 불에 탔다고 AP통신은 보도했다. 이 화재로 5명이 사망했다. 항구 수백 곳이 오염됐으며 항구 주변에서는 사람들이 호흡곤란과 구토 증세에 시달리고 있다.
발릭파판 시 당국은 지난 2일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1300여 명에 마스크를 나눠줬으며 현지 주민과 노동자들에게 “담배를 피우지 말라”고 당부했다.
주변 해양 생태계의 피해도 커지고 있다. 사고 지역 인근 해변에는 폐사한 갑각류와 어류들이 떼로 밀려들었다. 멸종위기종인 이라와디 돌고래 등 희귀 어류도 포함됐다. 인도네시아 환경단체 인도네시아환경포럼(WALHI)는 이번 사고를 두고 “지난 10년간 인도네시아에서 발생한 환경재해 중 최악의 참사”라고 했다.
원유가 유출된 해저 송유관은 북 프나잠 파세르 지역의 저장고에서 발릭파판 시의 정유 시설로 원유를 수송하기 위해 지난 1998년 설치됐다. 당국은 항구를 오가는 선박의 닻에 걸려 송유관이 파손됐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정확한 사고 원인을 조사 중이다.
페르타미나 측은 해저에 설치돼 있던 송유관이 100m 가량 옆으로 밀려있었다며 이 과정에서 파손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그러나 사고 초기에는 유출된 기름이 원유가 아닌 선박용 연료라며 사고 연관성을 부인해 은폐 시도 의혹도 나오고 있다.
항만 당국과 정유 업체들은 사고 해역에서 원유 제거 작업을 벌이고 있지만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이라고 현지 언론들은 전했다. 해양수산부는 이번 사고가 해양 생태계에 미칠 영향에 대해 조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박용필 기자 phil@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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