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킨집 포화라는데..60계는 어떻게 급성장했을까

박수호 2018. 4. 5.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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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60계 본사는 가맹점주에게 매월 튀김기름을 무상으로 기본 30통을 제공하고 매출에 따라 추가 20통을 무조건 제공하고 있다. (오른쪽) 60계 치킨 창업자 장조웅 대표

[재계 인사이드-107] 3만개 이상.

대한민국에 현존하는 편의점 수입니다. 이와 어깨를 나란히 하거나 아니면 더 많을 법한 업종은 또 있습니다. '국민 간식'이라 할 수 있는 치킨입니다. 농수산식품유통공사의 2014년 통계를 보면 전국 치킨 전문점이 3만1529개였는데요. 이후 공식 통계가 들쭉날쭉해서 가늠하긴 어렵지만 4만개도 넘겼을 것이란 얘기도 많습니다. 좋아하는 사람이 많은 만큼 이들을 공략하려는 치킨 브랜드 간 대혈투가 벌어지는 시장이기도 합니다. 진입장벽이 낮은 데다 또 '안 되면 치킨집이라도 차려야지'란 말이 공공연히 돌 정도로 서민, 그중에서도 은퇴자들의 마지막 창업보루로 인식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보다 안타까운 통계가 있습니다. 치킨전문점 5곳 중 4곳은 창업 후 10년 내에 문을 닫거나 휴업했다(KB금융경영연구소)는 조사 결과입니다.

포화 시장이라 더 이상 창업의 불모지로 불리던 이 시장에서 최근 2년 새 눈에 띄게 성장한 브랜드가 있습니다. '60계'가 오늘의 주인공입니다. 60계는 장조웅 대표가 2015년 8월 개포동에 1호점을 내면서 출범했습니다. 주로 직영점 형태로 운영하다가 2016년 4월 첫 가맹점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이후 성장세가 장난이 아닙니다. 올해 3월 기준 전국 매장은 180개를 넘겼습니다. 2년이 채 되지 않은 시점인데 프랜차이즈 업계, 그중에서도 치킨 브랜드 쪽에서는 무서운 성장세라 할 수 있습니다.

어떤 점에서 차별화를 한 걸까요. 궁금함을 못 참고 양재동 60계 본사(장스푸드)로 향했습니다. 장 대표는 치킨집을 차리기 전에도 치킨 마니아였다고 합니다. 그런데 두 가지 점에서 의문이 들었답니다.

"워낙 치킨을 좋아해서 술 먹고 2, 3차에 꼭 치킨집을 가곤 했는데요. 갈 때마다 알게 모르게 신경 쓰이는 건 유난히 치킨집 점주들이 찌들어 있었다는 점입니다. '왜 그럴까'란 생각만 하다 넘어가곤 했지요. 그런데 하루는 아이들과 외식을 갈 일이 있었습니다. 치킨집으로 가자고 했더니 아이들이 '어떻게 치킨을 가게에서 먹느냐?'고 하더라고요. 외식이라고 하면 햄버거 가게처럼 깨끗하고 서비스도 잘 해주는 곳으로 생각했던 겁니다. 치킨집은 그냥 배달해 시켜먹지만 아이들의 외식 장소로 갈 만큼 환영받는 곳은 아니었던 겁니다."

그래서 장 대표는 사업 구조를 어떻게 바꿔야 자라나는 아이들과 환경에 민감한 주부들의 발길을 끌어당길 수 있을까란 생각을 했답니다. 그 길로 치킨집 아르바이트를 자청해 직접 통닭도 튀겨보고 배달도 다녔답니다. 그러면서 드는 생각은 가게 청결도, 운영시간, 치킨을 튀기는 기름에 답이 있다는 생각을 했답니다.

"물론 전국의 치킨점 중 위생에 신경 쓰는 곳이 훨씬 많습니다. 올리브유처럼 튀김 기름을 차별화하거나 다양한 맛을 선보이는 곳도 있고요. 그런데 저는 제 방식대로 차별화를 해봐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여기서 60계란 이름을 짓게 된 배경이 나옵니다. 장 대표 설명을 들어보니 치킨은 통상 튀김기름 한 통으로 90마리 정도를 튀길 수 있겠더군요. 식약처가 허용하는 산가 2.5 기준인데요. 여기서 산가란 유지(油脂)나 지방 1g 속에 들어 있는 유리된 지방산을 중화하는 데 필요한 수산화칼륨 양을 ㎎으로 표시한 수입니다. 튀김기름의 산가가 높으면 벤조피렌 등 발암물질 발생 가능성이 높아진다네요. 그래서 식품위생법에서는 튀김용 식용유지의 산가를 3.0 이하로 유지하도록 규정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장 대표가 보기에 산가를 유지한다 하더라도 60마리를 넘기면 기름 색깔이 변하거나 아무래도 맛에서 차이가 나더랍니다. 그래서 '매일 새 기름 한 통으로 60마리만 튀기자' 해서 만든 게 '60계'입니다. 그리고 자본금 5000만원으로 2015년 8월 서울 개포동에 33㎡도 안 되는 가게를 얻어 자신의 생각을 직접 실천에 옮겨봤답니다. 매장은 기름때 없이 깨끗하게 유지하고, 손님이 보는 쪽에 모니터를 달고 주방 CCTV를 과감하게 공개했답니다. 가게 운영 시간도 튀김기 한 통 기준 60마리만 튀기고 다 팔리면 조기 퇴근, 안 팔려도 정시 퇴근으로 시간을 엄격하게 지켰답니다.

처음엔 동네 사람들이 간판 보고 갸우뚱하며 '이름이 왜 이러냐? 무슨 뜻이냐?' 묻고 가는 등 시큰둥했답니다. 그런데 한 주부가 몇 날 며칠을 가게 앞에서 물끄러미 보기만 하다가 한 마리 시범 삼아 사가더랍니다. 집에 가서 먹어보니 무척 마음에 들었나 봅니다. 얼마 안 가 또 사 가더니 그 다음부터는 주변에 주부들을 몰고 오더라네요. 이런 고객이 하나둘 늘어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든 말든 장 대표는 60마리를 못 파는 날이든, 60마리를 다 판 날이든 '그날 쓴 기름은 버리고 다음날 새 기름을 쓴다'는 원칙을 고수했습니다. 60마리를 다 팔면 심지어 문을 닫아버리기도 했지요. 그랬더니 '깨끗한 통닭을 판다'며 입소문이 동네 주부들 사이에 서서히 돌더랍니다. 이후 분위기가 반전됐습니다. 닭을 튀기기 시작한 지 얼마 안 돼 60마리가 다 팔리는 날이 점점 늘어났습니다.

이건 특이한 사례일 것 같아 비슷한 직영점을 서너 개 더 내봤습니다. 가는 곳마다 처음에는 생소하게 여기던 이들이 점차 단골이 돼줬습니다. 특히 장 대표가 원하는 대로 '엄마와 아이' 고객이 80% 이상을 차지하는 겁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주위에서 가맹점은 언제 내느냐는 문의가 들어오기 시작했다네요. 장 대표가 창업한 지 꼭 넉 달 만에 벌어진 일입니다. 그런데 프랜차이즈 경험이 없었기에 바로 내주는 데는 좀 신중했답니다. 그 와중에도 직영점 매출은 눈에 띄게 늘어났습니다. 그러자 사람들이 줄을 서서 가맹점을 내겠다고 찾아오더랍니다. 그래서 2016년 4월 가맹 1호점을 내줬다네요. 가맹 조건이 까다롭거나 별 다른 건 없었습니다. 5년 가맹계약, 5년 후에는 특별한 사유가 없을 때는 자동갱신입니다. 가맹비도 1000만원 수준이고 로열티는 매월 20만원을 받는 정도입니다.

단, 장 대표는 본사는 가맹점주에게 매월 튀김기름을 무상으로 기본 30통을 제공하고, 매출에 따라 추가 20통을 무조건 제공하고 하루에 한 통을 소진해야 한다고 못 박았습니다. 1마리를 팔든 60마리를 팔든 매일 새 기름으로 요리해야 한다는 경영방침인 거죠.

"IT업계에서만 일해서인지 그래서 이 업계를 잘 몰랐던 게 오히려 역발상으로 접근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길을 외우지 않고 내비게이션을 따라가듯이 17년 이상된 노련한 셰프들을 직원으로 채용해 믿고 조리 부문은 맡기는 식으로 경영을 해왔어요."

그렇다면 IT전문가 출신으로 접근해 성공한 건 뭐가 있을까요.

60계는 자체 앱이 있는데요. 이걸 깔아보면 재밌는 걸 발견할 수 있습니다. 전국 어떤 지점이든 주방의 CCTV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는 겁니다. 그만큼 깨끗하게 조리하니 자신 있다는 방증입니다.

"많은 점주님들이 이 부분을 특히 좋아하십니다."

더불어 본사 차원에서 집중적으로 지역 마케팅을 지원하는 노하우도 다른 곳과 다르다고 하네요.

"자영업, 그중에서도 치킨 전문점은 어차피 동네 반경 5㎞ 내외에서 매출 1위만 하면 먹고사는 데 지장이 없다고 봤어요. 그래서 점주들이 그 동네에서 1위를 할 수 있게 본사에서도 전폭적인 지원을 하는데요. 사람들이 많이 몰리는 지역 카페나 초등학교 등에서 시식 행사를 하게끔 하거나 그 지역 고아원이나 노인정에 치킨 기부를 권하고 본사 비용으로 지원하는 건 기본이고요. 유명 배달앱에서 쿠폰, 할인 마케팅 때문에 비용을 써야 할 때도 본사가 지원하는 식입니다. 조기축구회나 부녀회 ,총학생회 등 매장 인근 단체에도 점주들 대신 적극적으로 본사 직원들이 제휴를 하러 뛰어다니기도 하지요."

보통 치킨전문점은 하루에 평균 35마리 이상 판매하면 기본 매출 이상이라고들 한다는데요. 60계의 지점이 급증하고 있다는 건 업계 평균 매출 이상을 하고 있다고 볼 수 있겠네요. 큰 공간이 아닌데도 60계에서 최대 매출을 내는 매장을 보면 월 6000만원에서 최대 8000만원까지 찍기도 한답니다. 천안 모 매장의 순이익은 최대 1500만원 정도라니 치킨집이 서민 사업으로만 보기 힘들 거 같네요.

마지막으로 장 대표에게서 들은 말이 머릿속에 계속 남아 여러분께도 소개합니다.

"흔히 레드오션 하면 시장경쟁이 치열하고 들어가면 다 망할 것 같잖아요. 그런데 레드오션이라는 게 또 알고 보면 그만큼 수요도 많고 시장도 크니까 여러 업체들이 뛰어드는 것으로 볼 수도 있겠더라고요. 탄탄한 수요기반이 있는 시장에서 후발주자는 선발 업체들과 차별화만 한다면 블루오션 시장으로 바꿀 수 있는 시간도 그만큼 단축할 수 있어요. 사양산업은 없고 사양 기업만 있을 뿐입니다."

[박수호 매경이코노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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