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조용필~레드벨벳, 남북 문화교류 물꼬 튼 위대한 대중음악
【서울=뉴시스】 이재훈 기자 = 지난 1일 동평양대극장, 3일 류경정주영체육관에서 13년 만에 열린 남측 예술단 평양 공연은 대중음악의 힘을 새삼 확인한 현장이다.27일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노동당위원장이 만나는 제3차 남북정상회담을 앞두고 봄바람으로 눈과 얼음을 녹여버렸다.
국민 가왕은 물론 K팝을 대표하는 걸그룹이 포진된 11팀의 위용에 김 위원장이 큰 관심을 보이며 김정은은 물론, 북측의 마음을 활짝 열었다.
◇국민가수들의 평양 감동 재연
2005년 류경정주영체육관에서 단독 콘서트를 열어 가왕의 면모를 뽐낸 조용필은 이번에도 이름값을 했다. 후두염 등으로 끊임없이 항생제를 복용하는 등 최악의 컨디션이었지만 북측 주민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1일 남측 단독 공연에서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의 애창곡으로 알려진 '그 겨울의 찻집'을 비롯해 '꿈' '단발머리' '여행을 떠나요' 등을 메들리로 선보였고 합동공연에서는 '친구여' '모나리자' 등을 열창했다.조용필은 "조금 (노래를 더 잘하지 못해서) 아쉽다"면서도 "처음에는 서먹했는데 중반 이후 들어서는 잘 된 것 같다. 준비 과정이 촉박해서 준비를 못한 것도 많은데 가수들이 잘 준비를 해서 잘 된 것 같다"며 만족스러워했다.
2003년 류경정주영체육관 무대에 올랐던 이선희 역시 화끈한 가창력을 보여줬다. 반주를 맡은 '위대한 탄생'의 기타리스트 최희선이 베이스 소리가 도드라지는 좀 더 강한 록풍의 사운드로 편곡한 '아름다운 강산'을 뜨겁게 소화했다. 이선희는 또 북측 김옥주와 듀엣으로 노래한 'J에게'로도 큰 박수를 받았다. 이선희의 맑은 목소리와 김옥주의 트로트 창법이 묘하게 어우러졌다.
앞서 1999·2002년 두 번의 평양 방문을 통해 북측에 익숙한 최진희에게도 큰 박수가 쏟아졌다. 김정일의 애창곡으로 알려진 '사랑의 미로', 북측에 널리 알려진 곡으로 듀오 '현이와 덕이'의 '뒤늦은 후회'를 불렀다.특히 '현이와 덕이'는 김정은이 예술단과 만난 자리에서 최진희에게 "그 노래를 불러줘서 고맙습니다"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져 화제가 됐다. 이 사실이 알려진 3일 남측의 포털 사이트 실시간 검색어를 '뒤늦은 후회'가 장식하기도 했다. '뒤늦은 후회'는 앞서 북측이 최진희에게 불러달라고 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이와 덕이'는 1980년대 활약한 남매듀오(작고)로 '뒤늦은 후회'는 오빠 장현이 작사, 여동생 장덕이 작곡한 애절한 곡이다.
이번 예술단 평양공연의 음악감독인 윤상은 "약간 최진희 선배의 특화된 창법이랑 너무 맞는 곡"이라면서 "세미 트로트라고 해야 하나, 여기서 너무 좋아하는 노래"라고 설명했다.
◇진심의 힘
노래뿐 아니라 진심으로 북측 객석과 공감대를 형성한 가수들도 있었다. 합동공연 도중 눈시울을 붉힌 강산에가 대표적이다. '…라구요'를 부른 뒤 "방금 들려드린 곡이 아버지, 어머니를 생각하며 만든 곡"이라면서 "첫 등장 앨범에 수록된 곡인데 남측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아서 가슴 뭉클한 이 자리에 올 수 있었다"고 울먹이며 말을 잇지 못했다. 객석에서 박수가 쏟아졌다.
'…라구요'는 실향민의 아픔을 담은 곡으로 유명하다. 충북 제천이 고향이지만 함경도로 시집을 갔다가 6·25 동란에 남편과 생이별한 어머니를 생각하며 만든 곡이다. 강산에의 아버지도 함경도 출신이다. 두 사람이 남쪽에서 만나 결혼, 강산에를 낳았다. 강산에는 "또 뵐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라면서 '넌 할 수 있어'를 이어갔다.
평양 두 공연 모두에서 정인의 허밍과 함께 포문을 연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를 연주한 재즈 피아니스트 김광민은 실향민 2세로 잔잔한 감동을 선사했다.
16년 만에 평양을 다시 방문한 'YB'는 앞서 평화통일을 기원하며 만든 자신들의 곡 '1178'을 불렀다. 1178은 한반도 최남단에서 최북단까지의 거리인 1178㎞를 뜻한다.
북측에서 인기 있는 '남자는 배 여자는 항구'를 스코틀랜드 밴드 '프란츠 퍼디난드'풍의 그루브 록 버전으로 편곡, 젊은 북측 관객들의 호응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김정은은 함께 객석에서 공연을 관람하던 윤상 감독에게 "이거 어떤 편곡이냐"고 묻기도 했다. 이 곡은 김정은의 생모 고용희(작고)의 애창곡으로 알려졌다.
◇디바들의 향연
남측에서 내로라하는 디바들은 북측에서도 가창력을 뽐냈다. 백지영이 '총 맞은 것처럼'을 부르자 젊은 여성들 사이에 수군거림이 들리기도 했다. 강렬한 제목과 달리 애절한 선율의 '총 맞은 것처럼'은 북측에서 큰 인기를 누린 곡으로 알려졌다.
각자의 대표곡 '오르막길' '펑펑'을 부른 알리와 정인은 북측 가수 김옥주, 송영과 '얼굴'을 함께 불렀다. 블루스풍으로 편곡된 '얼굴'은 남측 R&B풍의 창법과 북측의 성악풍 창법이 화음으로 어우러졌다. 전날 리허설 때 한번 합을 맞췄을뿐인데도 네 여성 가수의 목소리가 잘 어우러졌다.
두 공연의 사회까지 본 서현은 북측 가수 김광숙(작고)의 '푸른 버드나무'를 불러 북측 객석의 다소 긴장된 분위기를 누그러뜨리는데 큰 구실을 했다. 서현은 지난 2월 북측 삼지연관현악단의 서울 국립극장 공연 때 '다시 만납시다'와 '우리의 소원은 통일'을 이미 함께 부른 바 있다.
◇레드벨벳, K팝 아이돌 북한 공연 물꼬
레드벨벳은 K팝 아이돌 그룹 중 유일하게 이번 평양 공연 예술단에 포함돼 화제가 됐다. 레드벨벳은 개성 강한 퍼포먼스와 화려한 댄스, R&B를 오가는 팀 콘셉트가 매력적이다. 이번 단독 공연에서 이 두 성향을 대표하는 '빨간 맛'과 '배드보이', 합동 공연에서 '빨간맛'을 불러 주목 받았다.
5인 걸그룹인 레드벨벳은 멤버 조이가 MBC TV 드라마 '위대한 유혹자' 촬영으로 인해 평양 공연을 함께하지 못해 동선만 바뀌었을 뿐, 똑같이 불렀다. 화장과 의상도 평소 그대로였다.
2003년 10월 평양류경체육관 개관식 공연에 '베이비복스'와 함께 참여했던 댄스그룹 '신화' 멤버들은 최근 연 20주년 기자회견에서 당시 공연을 떠올리며 객석이 경직돼있었다고 말했는데 이번 공연에 대한 반응은 예상 밖이었다. 상당수 관객이 신중하게 고민을 하는 듯한 얼굴이었으나 일부 객석은 잠시 술렁이기도 했다.
예리는 공연 후 "저희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크게 박수를 쳐주고 따라 불러주기도 했다"며 "그것 때문에 긴장이 많이 풀렸다"고 말했다.
동평양대극장 공연은 김정은이 직접 관람해 화제가 됐는데, 특히 레드벨벳에게 관심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류 K팝 걸그룹답게 레드벨벳은 빠듯한 일정에도 이번 공연 참가를 강행했다. 조이가 뒤늦게 불참을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번 공연 참여 문서 자체에 처음부터 조이를 제외한 멤버 4명만 기재돼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윤상 음악감독은 "세계 10개국이 넘는 나라 차트에서 난리가 나고 있는데, 그렇게 핫한 친구들이 오는 건 쉽지 않았을 것이라 생각한다"면서 "아이돌이 많이 왔으면 좋았을 텐데, 북측에서 우려의 눈빛을 가졌던 것도 사실이다. 가장 젊은 제너레이션을 소개하는 역할을 레드벨벳이 훌륭하게 해줬다"고 평했다.
realpaper7@newsis.com
Copyright ©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설리 베드신 강요 의혹…'리얼' 감독 "오랫동안 마음 아팠다"
- "옷 다 벗고"…김수현, 17세 김새론에 보낸 카톡
- "김수현, 처음에 김새론 교제 인정했어야…잘못 대응" 변호사 지적
- 서효림, 시어머니 김수미 떠나보내고 5개월 만에 좋은 소식
- '아빠 어디가' 윤후, 송지아에 고백 "너 좋아했나 봐"
- '46억家' 황정음, 붕어빵 아들과 "해피 주말"
- 1200억 복권 당첨됐는데…'한 푼도 못 받을 위기' 처한 美 여성, 왜?
- 10년간 간호했던 남편 숨지자…전처 자식들 "혼인신고 안했으니 집 비워주세요"
- '7억 도박' 슈, 가수 컴백 예고 "좋은 곡 받았다…가사 준비"
- 김부선 "이재명 무죄에 김샜다…피선거권 박탈당하길 바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