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덕 셰프의 사계절 건강 밥상>돼지감자 장아찌, 식감 아삭·영양 듬뿍.. '못생긴 밥도둑'

기자 2018. 4. 4.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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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감자를 편으로 썰어 담근 돼지감자 장아찌. 돼지감자 편 사이사이에 얹어진, 골뱅이처럼 생긴 것은 석잠풀의 뿌리인 ‘초석잠’으로 맛과 식감이 돼지감자와 유사하다. 김호웅 기자 diverkim@

‘뚱딴지’라 불리는 외래종

당뇨에 좋은 천연 인슐린

날 것·즙으로 먹을 수 있어

자기전 茶로 마시면 숙면

껍질째로 찬물에 씻은뒤

간장·식초·설탕 등 넣고

절임장 부어주면 요리끝

고기와 어울리는 건강식

‘뚱딴지같다’는 얘기가 있다. 아무렇게나 된 것에 비유해 우둔하고 완고하며 무뚝뚝한 사람을 놀리는 말이다. 여기서 뚱딴지는 ‘돼지감자’를 일컫는다. 돼지 사료로 사용하기 위해 대량으로 심어 키워서 돼지감자라고 했다고 하는데, 뚝감자로 부르기도 한다.

돼지감자는 모양은 생강 같고, 빛깔은 고구마 같고, 맛을 보면 무와 감자를 합쳐놓은 듯하다. ‘못난이’ 돼지감자에 대해 이야기하자니 예전에 책에서 읽은 내용이 생각난다. 어느 못생긴 학자가 왕궁에 갔는데, 공주가 ‘학식이 풍부한 학자가 왜 이렇게 못생겼냐’고 하면서 면박을 주는 게 아닌가. 학자는 당황하지 않고 ‘왕궁에서는 임금께서 드시는 술을 금 그릇에 담지 왜 흙 그릇에 담습니까’라고 정중하게 되물었다.

학자의 말이 맞다고 생각한 공주는 즉시 술을 황금단지에 옮겨 담도록 지시했고, 며칠 후 황금단지의 술은 모두 변질이 돼 버렸다. 공주는 학자를 불러 ‘술을 금단지에 두면 변하는 것을 알았을 텐데 왜 그랬냐’고 화를 냈다. 그러자 학자는 ‘보잘것없는 그릇이라도 귀한 것을 더 빛나게 할 수 있다는 점을 말씀드리고 싶었다’고 했다. 못난 것이라도 쓰임새가 있다는 점을 느끼게 하는 이야기이다.

돼지감자도 마찬가지다. 모양과 무게가 고르지 않고 울퉁불퉁 못생긴 외형과는 다르게, 돼지감자는 뛰어난 맛과 식감, 영양까지 삼박자를 갖춘 ‘반전 매력’의 식재료이다. 본래 돼지감자는 우리나라에서 자생한 식물은 아니다. 북미가 원산지다. 우리나라에 들어온 것은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 개화기 전후 또는 일제강점기일 것으로 추정된다.

감자 자체는 이미 오래전부터 우리나라에서 재배됐던 작물이다. 보통 둔하고 무겁고 굵거나 하는 사물에 돼지라는 명칭을 부여하는 우리나라 문화 특성상, 뚱딴지라는 말은 돼지감자라는 명칭보다 늦게 생겨난 방언일 가능성이 높다. 최근에는 돼지감자가 당뇨에 효능이 있다고 알려지면서, 재배해서 판매하는 농가가 늘어나고 있다. 실제로 돼지감자에는 당뇨환자에게 유익한 ‘이눌린’ 성분이 다량으로 함유돼 있어 ‘천연 인슐린’으로 불리기도 한다.

돼지감자는 다양한 방법으로 활용이 가능한데, 꼭 일품요리가 아니더라도 날 것 그대로 깎아 먹으면 아삭한 식감을 즐길 수 있어 좋다. 믹서기에 갈아서 마처럼 즙으로 먹을 수도 있고, 얇게 슬라이스 한 다음 잘 말려서 따뜻한 차로 끓여서 마실 수도 있다. 특히 잠들기 전에 돼지감자차를 마셔주면 숙면에도 도움이 된다고 한다.

돼지감자는 무엇보다 아삭하고 담백한 맛이 참 매력적이다. 이 식감과 맛을 제대로 느끼기 위해서는 아삭한 장아찌 요리로 만들어 볼 것을 권한다. 돼지감자 수확철은 보통 11월부터 3월까지이니 지금이라도 서두르면 싱싱한 제철 돼지감자를 확보할 수 있다.

장아찌 형태로 음식을 저장하는 방법은 사계절이 뚜렷한 우리나라에서 음식을 오래 보관하고 맛있게 먹기 위한 조상의 지혜가 담긴 고유의 조리법이다. 최초의 기록은 고려시대 중기, 이규보의 동국이상국집(東國李相國集)에 나와 있다. ‘좋은 장으로 무를 재워서 여름철에 보관하기 좋고, 소금에 절여 겨울철에 대비해서 장아찌를 담는다’고 기록돼 있다.

장아찌의 종류는 대략 200여 종류에 달한다. 각 지역마다 중요한 특산품을 활용해 장아찌를 만드는 곳이 상당히 많았기 때문이다. 북쪽 지방은 무와 고추, 강원도는 버섯과 산나물을 이용한 장아찌가 많고, 전남 영광지역은 굴비를 장아찌로 활용해 담기도 한다. 전남 담양은 죽순을 이용해 장아찌를 담는다.

오늘 소개하는 돼지감자 장아찌는 껍질을 벗기지 않고 찬물에 꼼꼼하게 여러 번 씻어 간장, 식초, 설탕을 레시피 분량대로 섞어 준비한 절임장을 돼지감자에 부어주면 완성이다. 돼지감자 장아찌는 고기와 함께 먹어도 잘 어울리는 건강메뉴이다. 별다른 반찬이 필요 없을 정도로 입맛을 살려주는 최고의 밥 도둑이기도 하다.

한식당 다담 총괄·사찰음식 명인

만들어 보세요

재료(2인분 기준)

돼지감자 8개, 초석잠, 진간장 2컵, 미림 1컵, 식초 1컵, 청주 1컵, 설탕 1과 2/3컵

만드는 법

1. 돼지감자에 묻은 흙을 제거하고 흙이 남지 않도록 깨끗하게 세척한다.

2. 세척한 돼지감자는 편으로 썰어둔다.

3. 진간장 2컵, 미림 1컵, 식초 1컵, 청주 1컵, 설탕 1과 2/3컵을 넣고 장아찌 소스를 만든다.

4. 썰어둔 돼지감자를 통에 담은 후 3의 장아찌 소스를 붓고 뚜껑을 닫고 보관한다.

5. 보관한 장아찌는 2∼3일이면 맛있게 먹을 수가 있다.

조리 Tip

돼지감자는 껍질에도 영양이 풍부하다. 꼼꼼하게 깨끗하게 씻어서 껍질을 벗기지 않고 요리하는 게 더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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