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대입제도 개편] 금수저 전형? '학종 사다리' 서민층이 더 많이 올라

이도경 기자 2018. 4. 4. 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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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싣는 순서
(上) 데이터로 본 학종과 수능
(中) 수능 공정성의 신화
(下) 대입제도 개편 시나리오는?

학종 비중 전국 두 번째인 서울대 자사고·외고 줄고 일반고 늘어
대도시권은 수능·논술서 두각 읍면기타 지역 학생부 위주 우위
학종 입학생 31.3% 중하소득층 학종 비율 늘린 서강대·중앙대
저소득층 늘고 고소득층 줄었지만 ‘특정 계층에 유리’ 일반화 어려워

대학 입시를 둘러싼 논쟁이 뜨겁다.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절대평가로 바꿔 힘을 빼겠다던 김상곤 교육부는 느닷없이 수능 점수가 당락을 가르는 정시 비중을 높이겠다고 나서 학교 현장을 혼란으로 몰아넣었다. 대입 방정식은 수능 절대평가, 학생부종합전형(학종), 수능 최저학력 기준, 정시·수시 비율 등이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더 난해해지고 있다. 교육부는 이달 내 대입 제도 개편 시안을 국가교육회의로 넘겨 8월에 확정안을 내놓을 예정이다. ‘역대급’일 것으로 예상되는 개편을 앞두고 대입 제도의 두 축인 학종과 수능을 분석했다.

학생부종합전형(학종)으로 누가 혜택을 보고 있을까. ‘스펙 관리 받는 금수저를 위한 제도’ ‘소외 지역·계층에도 열린 기회의 문’처럼 정반대 주장이 역대급 대입제도 개편을 앞두고 충돌하고 있다. 선입견은 미뤄놓고 공개된 통계 수치로만 입시 현장에 미친 학종의 영향을 분석해 봤다.

학종 통계 리포트

서울대는 학종 비중이 전국에서 두 번째로 높다. 2015학년도 76.8%에서 2019학년도 79.6%까지 매년 꾸준히 높여 왔다. 학종이 대세로 자리 잡은 서울대 입시에서 자율형사립고, 외국어고, 국제고는 고전하고 있었다. 이들 고교는 ‘학교가 아닌 입시기관’ ‘금수저 학교’란 평가를 받는다.

서울대가 작성한 ‘2014∼2018학년도 서울대 신입학생 고교 유형별 현황’ 등 자료를 보면 자사고와 외고, 국제고는 2014학년도에 학종으로 697명을 서울대에 들여보냈다. 하지만 2018학년도에는 583명으로 감소했다. 수능 전형으로는 같은 기간 298명에서 317명으로 소폭 증가했다. 반면 일반고는 학종에서 2014학년도 1244명에서 2018학년도 1303명으로 59명 늘었다. 수능 전형으로는 같은 기간 336명에서 472명으로 증가했다.

특성화고도 약진했는데 2014학년도에 학종에서만 6명이었던 게 2018학년도에는 학종과 수능을 합쳐 12명을 배출했다. 자연스럽게 서울대 신입생을 배출하는 고교도 많아졌다. 2014학년도에는 831개교였지만 2018학년도에는 885개교로 54곳 늘었다. 소수 명문고에서 서울대생 다수를 배출하는 현상이 다소 완화된 것으로 보인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가 동아대 강기수 교수에게 의뢰해 주요 사립대와 국립대 54곳 신입생을 분석한 ‘학생부전형 성과 분석 및 정책 제언’ 자료를 보면 중소도시와 읍면기타 지역 고교생은 학생부 위주 전형, 대도시권은 수능과 논술에서 비교우위를 보였다. 이들 대학에 학종으로 입학한 인원 43.4%는 중소도시 출신이었으며 광역시 29.1%, 특별시 16.9%, 읍면기타 지역 10.6% 순으로 나타났다. 특히 읍면기타 지역은 학생부 교과(7.6%), 수능(5.1%), 논술(2.8%)보다 학종 의존도가 컸다. 학종을 줄이면 읍면기타 지역 학생의 앞길을 막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수능 위주 전형은 특별시 21.8%, 광역시 30.9%, 중소도시 42.3%였다. 논술은 특별시 33.4%, 광역시 22.8%, 중소도시 41.0%였다. 논술과 수능을 늘리면 대도시권에 유리해질 수 있다는 추정이 가능하다. 물론 대다수를 학종으로 뽑는 서울대에서 일반고 출신이 많아지고, 소외 지역 학생들이 학종을 통해 대학에 많이 진학하더라도 ‘금수저 전형’이란 의심을 떨쳐버리기엔 역부족일 것이다. 일반고에도 소외 지역에도 잘사는 사람들은 존재하기 때문이다.

학종 입학생 소득분위 보니

국가장학금을 신청할 때 드러나는 대학생 소득 수준을 분석하면 실체에 좀 더 다가갈 수 있다. 학종으로 입학한 학생 45.3%는 국가장학금Ⅰ 유형 지원 대상이었다. 수능 위주 전형 입학생은 35.2%로 10% 포인트 격차를 나타냈다. 학종 입학자 중 31.3%는 기초생활수급권자부터 소득 4분위까지의 중하소득 계층이었다. 수능의 경우 이에 속한 학생들이 23.1%, 5분위 이상 76.9%였다. 서민층에게 수능보다 학종의 문이 더 많이 열려 있다는 얘기다. 수능이 계층 사다리라는 통념과는 사뭇 다른 결과다.

학종 비율을 늘린 대학들은 어떨까. 서강대는 학종 비율을 2015학년도에 13.6%에서 2017학년도 37.4%로 3배가량 끌어올렸다. 저소득층(기초∼2분위 이하) 신입생이 같은 기간 21.2%에서 27.2%로 늘었다. 반면 고소득층(9∼10분위)은 같은 기간 48.3%에서 35.9%로 줄었다. 신입생들의 소득 격차가 감소한 것이다. 학종 비율을 늘린 중앙대 한양대 경희대 등도 비슷한 양상을 나타냈다.

고소득층과 저소득층 비율이 비슷해지거나 역전된 대학도 있다. 건국대 학종 비율은 2015학년도 25.7%에서 2017학년도 39.6%로 증가했다. 저소득층 신입생은 같은 기간 27.5%에서 29.8%로 증가했고 고소득층은 34.2%에서 30.1%로 떨어졌다. 서울시립대는 역전됐는데 줄곧 고소득층 비율이 높다가 2017학년도에 저소득층 33.5%, 고소득층 23.1%로 집계됐다.

하지만 학종이 저소득층에 유리하다고 일반화하기는 어렵다. 성균관대의 경우 학종 비중이 거의 늘지 않았는데 고소득층이 줄고 저소득층이 늘었다. 2015∼2017학년도 학종 비중이 36.3%에서 36.5%로 거의 변하지 않았는데 저소득층이 24.7%에서 29.9%, 고소득층이 37.2%에서 31.3%로 줄었다.

성균관대 사례는 학종 증가 외에 다른 변수가 소득분위 변동에 영향을 끼쳤을 가능성을 보여준다. 학종이 대학의 운영 방식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는 추정도 가능하다. 수치로만 봤을 때 ‘학종=금수저’란 등식은 무리가 있다. 다만 학종은 2015학년도에 본격화된 새로운 방식의 전형이다. 앞으로 정보와 돈으로 무장한 고소득층과 사교육이 학종에 적응한 이후 다른 양상이 전개될 가능성까지 배제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이도경 기자 yido@kmib.co.kr

그래픽=공희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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