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력으로 실세 발돋움..임종석의 '무장해제'

김태은 기자 2018. 4. 4. 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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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3만달러 시대-정치인 리더십]<2>'전문가 정치'와 '정치 전문가'(下)-②주사파 시비 딛고 남북관계로 차기주자 성장 기회

[편집자주] 1인당 국민소득 1만달러 시대를 열었던 1990년대는 정치의 전성시대이기도 했다. '삼김(三金)시대'로 상징되는 '보스 정치'가 우리 사회 전체를 지배했던 시절이었다. 정치인은 이른바 '지도자'였다. 국정을 이끄는 대통령은 물론 마을 조합의 장 자리 하나까지 '정치 지도자'들의 몫이 당연하게 여겨지곤 했다. 그러나 이것이 가능했던 것은 국민에 대한 정치인의 우월적 위치와 인식 덕이었다. 이들 역시 자신의 신념과 소신, 가치관 등을 정치 인생을 통해 입증하는 것이 중요할 뿐 정치인의 전문성이나 실적 등은 사소하게 치부되곤 했다. 1인당 국민소득 3만달러 시대를 눈앞에 둔 지금 정치인에 대한 인식은 완전히 달라졌다. 대통령 탄핵을 경험한 국민들에게 정치인은 '지도자'는 커녕 끊임없이 감시하고 확인해야 하는 애물단지다. '직접 민주주의' 요소의 강화로 국민들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논의하는 정치인들은 고유 영역마저 걱정해야 하는 처지로 내몰리고 있다. 이들에겐 '정치 지도자'가 아닌 새로운 역할이 요구되고 있다. 우리 사회의 복잡다단한 이해관계를 보다 다층적으로 대변하고 풀어내주는 한편 합리적인 갈등 조정자로서 보다 확실한 전문성을 요구받는 정치전문가, 전문가 정치가 '3만달러 시대'의 정치 리더십이다.


◇임종석 전성시대

처음에는 젊고 역동적인 청와대의 상징이었다. 50대의 나이의 대통령 비서실장에서 방점이 찍히는 것은 '50대'란 숫자였다. 그 다음엔 밝고 활기차고 때론 대통령의 웃음 소리마저 터져나오게 하는 그의 재치와 친화력이 빛을 발했다. 이전 정권과 대조되는 효과도 있었겠지만 정권 초 청와대 회의를 지켜보는 국민들이 대통령과 청와대를 한층 가깝게 느낄 수 있도록 하는 데 그만한 역할이 없었다.

문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만큼이나 그의 대중적 인기도 고공행진을 하면서 청와대의 인기를 담당하는가 싶더니 아랍에미리트(UAE)와의 비공개 군사 양해각서(MOU) 문제를 해결할 특사로 나서 단숨에 국정의 중심에 섰다. 당시 그의 역할을 두고 야당이 집중공세를 펼치는 등 정쟁으로 비화될 조짐이 있었지만 야당 원내대표를 일일이 만나 '비밀 임무'에 대한 양해를 구하는 소통 행보로 야당 공세를 일시에 잠재우는 탁월한 정무 능력을 보이기도 했다. 문 대통령의 UAE 방문으로 양국 간 관계가 더욱 돈독해진 데엔 그의 숨은 공헌이 매우 컸다는 평가가 나온다.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은 전대협(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 3기 의장이라는 화려한 경력으로 정치권에 데뷔했다. 그러나 그의 정치적 역량이 국민들에게 각인될 일은 많지 않았다. 문 대통령의 비서실장에 임명됐을 때도 큰 기대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 더구나 참모 자리가 갖는 한계를 우려하는 시각도 있었다.

임종석 실장은 '참모 리더십'으로 정치적 존재감을 최고조로 끌어올리는 반전 드라마를 쓰고 있다. 친화력과 조직 장악력, 여기에 대내외적으로 국정 운영 능력까지 드러내며 '젊고 역동적인 청와대'를 '젊고 역동적이고 실력있는 청와대'로 업그레이드했다. 이제는 '임종석'의 이름이 여기저기서 언급될 정도로 막강한 정치적 영향력을 과시하고 있는 그는 명실상부한 청와대 2인자라는 평가를 받는다.

◇주사파 '모욕' 딛고 대권가도 기회 잡았다

지난해 11월. 국회운영위원회에 출석한 임 실장에게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전대협 경력을 들먹이며 '주사파'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통령을 보좌해 국정을 이끌고 있는 대통령 비서실장이 됐음에도 북한을 추종하고 있다는 공격을 당하는 것이다. 임 실장은 "매우 모욕감을 느낀다"면서 전대협 경력에 대해서도 "민주주의를 위해 노력하며 살았다. 그렇게 말할 정도로 부끄럽게 살지 않았다"고 맞섰다.

보수 진영에서는 임 실장에 대해 색안경을 끼고 바라보는 시각이 강하다. 훗날 큰 일을 도모하고자 하는 정치인으로선 약점일 수 있다. 거꾸로 임 실장에게 북한이 기회가 됐다. 문재인정부 들어 남북정상회담과 북미정상회담 등이 잇따라 열리면서 남북 관계가 획기적인 전기를 맞게 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임 실장은 더구나 남북정상회담 준비위원장을 맡는 등 사실상 남북 관계의 실질적인 정책과 업무를 통솔하며 문재인정부의 대북 정책에 깊이 관여하는 모양새다. 일각에서는 임 실장에게 과도하게 힘이 쏠리는 것에 대한 견제 목소리도 나온다. 그러나 임 실장이 남북 관계에서 확실한 역량과 존재감을 드러낼 수 있는 기회를 잡게 됐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남북 문제가 그에게 차기 주자로 성장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란 관점에서다.

◇'무장해제' 매력…늘어나는 견제구

임 비서실장의 가장 큰 장점은 친화력이다. 임 실장을 만나본 사람들은 하나같이 그의 소탈한 성격과 천진난만한 웃음 앞에 '무장해제'된다고 고백한다. '86세대' 정치인, 특히 전대협 학생회장 출신들에게서 나타나는 '선민의식'이 느껴지지 않는 겸손함도 장점으로 지적된다.

경청하는 리더십을 인상적이라고 평가하는 이들도 많다. 임 실장와 가까운 이들에 따르면 문 대통령이 임 실장에 대해 가장 긍정적으로 봤던 부분도 자신의 얘기보다 남의 얘기를 듣는 모습이었다고 한다. 임 실장이 전대협 의장 출신이지만 다른 '86세대' 정치인과 달리 통합형 리더십을 보일 것이라고 기대하는 목소리도 많다.

정치권에서 임 실장의 이름이 빈번하게 언급되면서 그의 잠재력에 대한 전망도 엇갈린다. 현재 그에 대한 평가는 문 대통령의 비서실장으로서 갖는 한계를 벗어나지 못한다는 것이다. 임 실장이 '86세대' 정치인 중에서 한발 더 나아가 차기 주자로 발돋움하기 위해서는 대통령의 영향력 바깥에서 그 진가를 드러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태은 기자 taie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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