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치된 유적, 흔적조차 사라져.."4·3 역사 현장 보존 필요"
<앵커>
방금 보시는 대로 문재인 대통령은 오늘(3일) 동백꽃 배지를 달았습니다. 저희도 지금 화면 오른쪽 아래 돌하르방과 함께 계속 보여드리고 있는데 이 붉은 동백꽃이 바로 4.3의 상징입니다. 동백꽃처럼 소리없이 스러져간 희생자들을 위해서 정부가 앞으로 진상을 밝히겠다고 약속했는데 그 열쇠를 쥔 역사의 현장은 시간이 흐를수록 방치되고 또 사라져가고 있습니다.
제주에서 안상우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덜컹거리는 비포장도로를 따라 십여 분. 다시 들길을 따라 5분을 더 걸어가면 '다랑쉬굴'이라는 안내판이 나옵니다. 흙 무더기와 커다란 돌이 쌓여 있는 이곳은 바로 다랑쉬굴 입구입니다.
다랑쉬굴은 주민 11명이 제주 4.3 당시 숨어 살다가 끝내는 토벌대에 의해 숨진 장소입니다. 발견된 지 26년이 지났고 유적지로서 가치도 크지만 이렇게 방치돼 허허벌판이 됐습니다.
1992년 발굴 당시 가로 18m, 세로 11m 규모의 깊은 용암 동굴에선 11구의 유골과 생활 도구가 발견됐습니다.
하지만 정부는 이곳을 남로당 아지트라고 규정하고 유골만 수습한 뒤 굴 입구를 막아버렸습니다. 북제주 진동 산에는 4.3 당시 토벌대가 마을 주민을 동원해 쌓은 길이 10km의 뒷골장성이 있었습니다.
높이 5m의 꽤 높은 산성이고 동원과 착취의 증거였지만 지금은 흔적조차 사라졌습니다. 2년 전 만에 해도 일부 성벽이 남아 있던 자리엔 지금은 고급 주택가가 들어섰습니다.
[마을 주민 : (뒷골장성을) 못 봤어요. 이미 훼손이 많이 돼 있었으니까 (공사) 인허가가 나왔을 것 같은데…]
제주의 4.3 유적은 598개소. 이 가운데 중요 유적지로 선정된 건 18곳에 불과합니다. 이마저도 7곳만 정비가 완료됐고 나머지 11곳은 표지판 찾기도 힘겨울 정도로 방치됐습니다.
[김원순/제주 4·3 문화해설사 : 소유자가 개인이기 때문에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무너뜨릴 수 있기 때문에 4·3을 교육하는 입장에선 그게 너무 아쉬운 거죠.]
유적 정비사업 예산은 그동안 정권의 입맛과 성향에 따라 고무줄처럼 줄고 늘었습니다. 70주년 추념식에서 정부가 '완전한 해결'을 약속한 만큼 4.3의 진실을 보존하기 위한 노력이 시급한 상황입니다.
(영상취재 : 최대웅, 영상편집 : 김호진, 화면제공 : 제주 4·3 평화재단)
▶ 문 대통령 "대통령으로서 사과…4·3, 완전 해결 위해 노력"
안상우 기자ideavator@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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