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로 눈 가려울 때, '화장솜' 하나면 됩니다

김현자 2018. 4. 3. 16:18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미세먼지 속에서 살아가기] 목소리도 안 나와서 고생.. 나만의 생활수칙

[오마이뉴스 글:김현자, 편집:최은경]

【오마이뉴스는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생활글도 뉴스로 채택하고 있습니다. 개인의 경험을 통해 뉴스를 좀더 생생하고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습니다. 당신의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수시로 찾아오는 초미세먼지. 이 정도면 '국가 재난'이다, '이민만이 답인가'라는 말이 나오고 있습니다. 미세먼지는 우리 일상을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을까요. 국내외 시민기자들의 사는이야기를 싣습니다. <편집자말>

내가 사는 집은 오래전에 지어진 단층가옥이라 전체적으로 볼품없고 불편한 것도 많다. 이런 이 집을 보는 순간 망설임 없이 선택한 것은 12월에도 민들레가 필 정도로 하루 종일 햇빛이 드는 넓은 마당 때문이었다.

주부로서 뭣보다 좋은 것은 옷이든 이불이든 맘껏 널 수 있다는 것. 커다란 화분 몇 개만 있으면 어지간한 채소들은 가꿔 먹을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동안 이런 마당의 혜택을 맘껏 누리며 살아왔다.

그런데 요즘 며칠 고민이 많다. 얼마 전 수건으로 얼굴을 닦다가 (아마도) '미세먼지 때문에?'로 추측되는 냄새를 느꼈기 때문이다. 도로포장을 할 때 나는 냄새 같기도 하고, 흙냄새 같기도 하고, 석유 냄새 같기도 한, 여하간 기분 나쁜 냄새였다.

미세먼지 휩쓸고 지나간 날, 빨래에서 흙냄새가

우리집 마당. 온종일 햇빛이 드는 마당에서 빨래를 널어 말리는 행복이 컸다. 그러나 이제는 망설여지기도 하는 아쉬운 행복이 되었다. ⓒ김현자
서울을 벗어난 외곽인데다 가까이 북한산과 고양누리길이 있기 때문인지 공기가 좋은 편이어서 그동안 별다른 신경을 쓰지 않고 빨래를 밖에 널고 살아왔다. 그런데 이제는 밖에서 널지 않는 것이 어쩌면 나을지도 모른다고 지레짐작, '무리해서라도 빨래 건조기를 사야 하나?' 복잡한 계산을 하고 있는 것이다.

수건에서 느껴진 미세먼지 향 때문에 몇 날에 걸쳐 심각하게 고민하는 이유는 따로 있다. 몇 년 전 '눈앞이 캄캄한' 지경을 겪었기 때문이다.

2014년 1월 1일. 목소리가 전혀 나오지 않았다. 아예 말이다. 말을 많이 하는 일을 하는 것도 아니고, 1년 가까이 노래방에 간 적도 없었기에 목이 상할 이유가 전혀 없었다. 둘째를 가진 직후 기침 감기를 심하게 앓은 이후부터 많이 피곤하면 목이 잠기거나 목감기를 앓을 때처럼 목이 아픈 정도였다. 좀 쉬면 약 없이도 쉽게 가라앉곤 했는데, 그때는 상황이 전혀 달랐다.

일주일쯤 치료하자 겨우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그런데 한 달 가까이 누구와 이야기를 한다거나, 통화를 하는 것은 생각조차 못할 정도로 짧은 몇 마디 밖에 하지 못했다. 그것도 쉰 목소리로. 그리고 몇 마디라도 한 후엔 목이 따끔따끔, 아팠다. 3월 중반이 지나서야 목의 통증이 나아지기 시작했다.

그 겨울 매스컴마다 이례적으로 발생한 겨울황사와 겨울황사에 이어 심각해진 미세먼지 관련 보도를 하며 '외출은 가급 자제하되 외출 시 마스크 착용을 할 것', '외출 후 밖에서 옷을 털고 실내로 들어갈 것', '물을 자주, 많이 마실 것', '충분한 휴식으로 면역력을 잃지 말 것' 등과 같은 생활 수칙들을 권했다.

이미 2013년에 세계보건기구(WHO)는 미세먼지를 1급 발암물질로 지정했다고 한다. 그런데 그때만 해도 우리의 미세먼지에 대한 사회적 관심은 거의 없었다. 내 기억이 맞는다면, 당시엔 미세먼지란 용어 자체가 낯설었다. 이미 대기오염이 심각했는데도 말이다. 그리고 황사를 봄철의 불청객으로만 생각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래서 '해마다 봄이면 발생하는 황사 때처럼 며칠 고생하면 되겠지' 식으로 받아들이는 사람들이 많았다. 나도 그중 한 사람이었다. 황사 때문이든, 미세먼지 때문이든 그 폐해에 무관심했고, 목이 좋지 못한 편인데도 귀찮다는 이유로 마스크 착용을 하지 않았다. 지하철에서 내려 10분이나 걸어 출근함에도 말이다. 참으로 후회스럽고 부끄러운 경험이다.

그 무렵 '목의 통증으로 병원 찾는 사람들이 늘었다'는 뉴스가 보도되기도 나의 경우도 그랬다. 목소리가 안 나오는 내 증상에 대해 의사는 "겨울 황사(미세먼지)로 인한 대기오염 때문에"란 결론을 내렸다.

그 이후 몇 년이 지났다. 이젠 이처럼 쉽게 이야기할 수 있지만, 의사가 종합병원에서의 정밀검사까지 권할 정도로 심각했다. 목이나 폐에 심각한 병이라도 생겼으면 어쩌나? 이대로 영영 목소리를 잃어버리는 것은 아닐까? 하루하루가 불안하기만 했다.

이후 해마다 검진을 받고 있는데, 다행히 목이나 호흡기 관련 어떤 질환도 발견되지 않았다. 미세먼지 농도가 특히 높은 날이면 목이 컬컬해지거나, 따끔거리기도 하고, 기침이 쏟아지기도 해 지하철에서 내려 진정시킨 후 다시 타기도 하지만 그나마 다행이라 생각한다.

이런 사정이 있으니 모르는 사람이 보면 유별나다 할 정도로 화학세제찌꺼기를 제거하는데 좋다는 식초로 마지막 헹굼을 한다거나, 다 말랐다 싶으면 털고 또 털었다. 그것도 모자라 돌돌이라는 먼지테이프를 사용해 먼지를 제거하기도 했다. 그렇게 나름 신경 썼던 빨래에서 미세먼지 향을 느꼈으니 오죽 신경 쓰일까.

미세먼지로 인한 몸의 변화, 응급 조치

지난해는 미세먼지가 유독 심했다. 다른 해 같으면 이미 사라졌을 5월이 되어도 줄어들기는커녕 나쁨 수준의 날들이 계속 되었다. 사실 3년 전부터 미세먼지로 인한 눈 알레르기를 지독하게 겪고 있다.

눈 속이 뻑뻑하거나 간지러워 참을 수 없는 지경이 되곤 했다. 도무지 참을 수 없어 나도 모르게 비비고 나면 눈이 충혈 되고 뜨지 못할 정도로 퉁퉁 붓곤 한다. 한번 시작하면 보름 가까이 병원 치료를 하곤 했다.

이러니 새해를 맞으며 '올해는 또 얼마나 많은 날들을 미세먼지로 고생을 할까?' 싶어 나도 모르게 한숨까지 내쉬며 걱정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그동안 별 일 없었던 남편도 지난해 여름부터는 나와 같은 증상으로 고생하고 있다.

이런 남편에게 지난 12월 미세먼지로 인한 알레르기 결막염 때문에 찾게 된 한 안과에서 알려준 냉찜질을 권했다. 남편도 효과를 봤기 때문에(가려울 때 한번 하는 것으로도 가려움이 해소될 때도 있었다) 아는 사람들에게까지 알려주고 있다.

눈이 피곤할 때는 온찜질을, 가렵거나 하는 어떤 문제가 있을 때는 냉찜질이 도움 된다. 처음엔 수건을 사용했다. 그런데 시간도 오래 걸리고 냉장고를 차지하는 등 불편했다. 그래서 시도해 본 것이 화장솜 냉찜질이다. 화장솜을 5~10장정도 겹쳐 물에 적신 후 물기를 어느 정도 남겨두고 가볍게 짠다. 짠 화장솜을 랩에 싸서 얼려 사용하는 거다. 당연히 쓸 때마다 깨끗한 비닐 등에 다시 싸서 사용하면 된다. 

제아무리 좋은 것도 번거로우면 실천하기 쉽지 않다. 이렇게 하면 한쪽씩 번갈아 냉찜질을 하면서 TV도 볼 수 있어서 좋다. 뭣보다 귀찮지 않아 수시로 할 수 있다. 물론 냉동실 차지도 적어 여러 개 만들어 두기도 좋다. 그래서 이런 방법으로 권하고 있다. 이렇게 만들어 두면 아침에 일어났는데 눈이 부었을 때도 도움 받을 수 있다. 그외에 다른 방법은,

①외출 시 KF80이나 KF90과 같은 마스크를 가급 쓴다. ?미세먼지가 심한 날에는 밖에서 외투를 털고 집안으로. ③물을 자주 마시고 손을 자주 씻는다. ?중금속 등 배출하는데 효과가 좋다는 해조류나 부추 같은 음식을 즐긴다. ?목에 좋다는 것들을(무, 도라지, 생강) 수시로 물로 끓여 마신다. ?환기는 자주, 환기 후 물걸레질 ?빨래는 최대한 친환경적으로, 마르자마자 탈탈 털어서. ?난방은 최대한 서늘하게. ?음식 적정 준비로 가스레인지 최대한 줄이고 사용할 때 환기, 생선이나 고기는 가급 굽는 것보다는 찜으로.

미세먼지로 지독한 고생을 하며 그나마 내 몸이 그와 같은 고통들을 느끼는 것은 이제라도 미세먼지나, 미세먼지로 인한 피해를 줄이는데 신경 쓸 기회를 주는 것인지도 모른다고 스스로 위로삼곤 한다. 그리하여 이처럼 나름의 수칙을 정해 최대한 실천하고 있다.

몇 달 전, 여성들의 폐암 사망률이, 그것도 담배를 전혀 피우지 않은 여성들의 폐암 사망률이 높다는 연구결과가 보도됐다. 미세먼지가 특히 심했던 지난 겨울, 가스레인지를 켤 때마다 나도 모르게 기침을 하곤 하는 와중에 본 뉴스라 더욱 우울했다. 실제로 음식을 할 때 미세먼지가 발생한다고 한다. 이처럼 미세먼지가 우리의 모든 일상을 좌지우지하고 있는 것이다.

전혀 목소리가 나오지 않던 그때, 그 몇 시간 전만 해도 내게 그런 일이 일어나리란 생각을 전혀 하지 못했다. 그래서 더욱 불안하기만 하다. 내가 미세먼지로 인한 알레르기로 추정되는 증상을 겪기 전까지 내 몸속에 좋지 못한 성분들이 소리 없이 스며들었을 것. 그처럼 지금도 끊임없이 스며들어 내 몸 어딘가를 망치고 있을지도 모를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아쉬운 것은 나처럼 미세먼지로 인한 고통을 심각하게 겪고 있는 사람이 있는데도 피부로 느끼지 못하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을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지난 1월, 서울시의 미세먼지 저감정책 시행 당시 물어본 결과, '정책에 호응, 대중교통을 이용한' 주변 사람들은 없었다. 아마도 큰 효과를 보지 못한 것은 내 주변 사람들만의 이야기가 아니기 때문일 것 같다.

미세먼지를 '침묵의 살인자'라고 한다. 느끼지 못하는 사이 몸속으로 스며들어 건강을 해치고 죽음으로 이끌기 때문이다. 지금 건강한 그 누구도 침묵의 살인자인 미세먼지로부터 결코 안전하지 못하다는 것이다. 이런 자각을 피부로 받아들이는 사람들이 많아졌으면, 그래서 미세먼지 줄이는 일에 뜻이 모아졌으면 좋겠다. 

꽃샘 추위 무렵부터 12월까지 여러가지 들꽃들이 피는 마당. 들꽃들을 통해 계절을 느끼는 행복도 크다. ⓒ김현자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