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병우 지시로 만든 '이석수 사찰 문건' 보니..'조응천과 하숙' '007 행보'
[경향신문] 국가정보원이 2016년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을 감찰하던 이석수 전 특별감찰관을 불법사찰해 만든 문건에는 당시 야당 의원들과의 친분관계 등이 상세히 기재된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우 전 수석에 대한 감찰 취지를 왜곡하기 위해 국정원이 이러한 문건을 작성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3일 서울중앙지법 형사31부(재판장 김연학 부장판사) 심리로 진행된 최윤수 전 국정원 2차장(51)의 첫 공판에서 국정원이 2016년 작성한 이 전 감찰관의 동향 문건을 공개했다. 최 전 차장은 우 전 수석, 추명호 전 국정원 국익정보국장과 공모해 이 전 감찰관의 동향을 뒷조사한 문건을 작성하고 우 전 수석에게 ‘비선 보고’한 혐의 등을 받는다.
검찰이 공개한 2쪽 분량의 문건을 보면, 국정원은 이 전 감찰관과 검찰 출신 조응천·금태섭 민주당 의원의 친분관계를 상세히 파악했다. 조 의원과 관련해서는 ‘대학동기이자 (사법)연수원 짝꿍’ ‘하숙도 함께 한 적이 있음’ 등의 내용을, 금 의원에 대해서는 ‘금 의원의 총선 출사표가 담긴 책을 선물받는 등 접촉을 유지한다’는 내용을 문건에 적었다.
이에 대해 검찰은 “야당의원과 친분이 깊은 이 전 감찰관이 불순한 의도로 우 전 수석을 감찰한 것으로 보이게 한 것”이라며 “이 전 감찰관이 하던 감찰의 정당성을 공격하려는 의도가 담겼다”고 주장했다.
국정원은 또 이 전 감찰관의 근무태도를 뒷조사해 ‘특유의 007식 행보로 비서들이 혀를 내두름’ ‘운전기사에게 미행차량 없냐고 다그치는 등 강박증 수준’과 같은 내용을 문건에 적었다. 그밖에 우 전 수석에 대한 특별감찰관실의 감찰 진행상황, 내부 분위기 등도 상세하게 파악했다.
최 전 차장 측은 이러한 내용의 문건을 추 전 국장에게 보고 받은 사실은 인정했다. 그러나 사전에 우 전 수석과 공모해 이 전 감찰관을 뒷조사하고, 문건을 우 전 수석에게 보고하라고 지시한 혐의는 부인했다. 최 전 차장 측은 “당시 추 전 국장에게 ‘민감한 시기에 오해받을 행동을 하지 말라’고 분명히 했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우 전 수석이 ‘실적’을 내기 위해 국정원에서 비선 보고를 받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우 전 수석이 2014년 5월 민정비서관에 임명된 이후 실적이 별로 없었다”며 “고위공직자의 동향 등 단서가 없이 실적을 내기 어렵다고 판단해 추 전 국장에게 공직자 비위정보 수집을 지시한 것”이라고 밝혔다.
<박광연 기자 lightyea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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