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환율조작국 지정 '88년 카드' 만지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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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이달 중순 환율조작국 지정을 앞두고 그 어느 때보다 우리 정부를 강력하게 압박하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미국이 광범위하고 모호한 환율조작국 지정 기준을 가진 무역구제법을 내세워 한국을 압박할 가능성도 있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1988년 제정된 무역구제법은 30년 전 우리가 미국에 의해 처음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될 당시 근거가 된 법으로 아직 유효하지만, 최근 20년 넘게 적용된 사례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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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넘게 적용된 사례 없지만 무역흑자 많으면 지정할 수 있어
미국이 이달 중순 환율조작국 지정을 앞두고 그 어느 때보다 우리 정부를 강력하게 압박하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미국이 광범위하고 모호한 환율조작국 지정 기준을 가진 무역구제법을 내세워 한국을 압박할 가능성도 있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1988년 제정된 무역구제법은 30년 전 우리가 미국에 의해 처음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될 당시 근거가 된 법으로 아직 유효하지만, 최근 20년 넘게 적용된 사례는 없다. 외환 당국 고위 관계자는 "요즘 같은 상황에서는 미국이 무역구제법을 포함해 어떤 카드도 내밀 수 있다"고 했다.
◇경상수지 흑자만 많아도 환율조작국? 최근 3년간 외환 당국은 오바마 정부 시절인 2015년 제정된 교역촉진법에 근거해 매년 미국과 환율협의를 진행했다. 이 법에 따라 우리나라가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되려면 대미 무역 흑자 200억달러 이상, 경상수지 흑자가 국내총생산(GDP)의 3% 이상, 연간 외환 당국의 달러 매입이 GDP의 2% 이상이라는 3가지 조건을 모두 충족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작년 협의 때도 대미 무역흑자(302억달러)와 경상수지 흑자 비율(7.9%·이상 2016년 기준)은 요건에 해당했지만, 달러 매입 규모가 GDP의 2%에 못 미쳐 '환율 관찰대상국'으로 지정받았었다. 정부 관계자는 "우리나라는 올해도 3가지 조건을 모두 충족하지는 않는다"며 "교역촉진법상 환율조작국이 될 수 없다"고 했다.
정부가 우려하는 것은 환율 협의를 무역협정과 연계시키려는 미국이 지금과 전혀 다른 기준을 들고 나오는 경우다. 아직 형식상 효력이 살아있는 무역구제법은 '경상수지 흑자가 대규모이고, 대미 무역수지 흑자가 유의미하면' 환율조작국 지정이 가능하다는 규정을 두고 있다. 전직 경제부처 장관은 "환율과 관계된 합의를 압박하기 위한 카드로 미국이 이런 수단을 동원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금융계 고위 관계자는 "두 가지 법(교역촉진법과 무역구제법)에 근거한 미국의 환율 압박은 모두가 원화 값 강세에 대한 일방적인 기대를 심어 수출 기업의 가격 경쟁력에 타격을 줄 수 있다"고 했다. ◇미국 환율 압박에 장중 원화 값 3년 5개월 만에 최고 미국의 환율 압박이 예상외로 강력하다는 사실이 외환시장이 퍼지면서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큰 폭의 하락세(원화 값은 상승)를 이어가고 있다. 2일 외환시장에서 달러당 원화 환율은 3년 5개월 만에 장중 1050원대 중반까지 내려앉으며 불과 일주일 만에 20원 넘게 떨어졌다. 이날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전 주말보다 6.9원 내린 1056.6원에 거래를 마쳐 종가 기준으로 올해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외환시장에서는 북핵 리스크가 완화되면서 원화에 대한 투자자들 선호가 늘어난 데다, 미국과 환율 협상으로 외환 당국의 개입 여력이 제한된 것을 최근 환율 하락의 이유로 보고 있다. 한 시중은행 외환 딜러는 "외환 당국은 연초부터 달러당 1060원대를 암묵적인 경계선으로 두고 급격한 원화 값 하락에 대응해 왔는데, 이런 패턴을 염두에 둔 시장 개입이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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