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려드는 유커들 툭하면 노쇼" 베트남 여행업계, 중국에 뿔났다

정민승 입력 2018. 4. 2. 17:33 수정 2018. 4. 3.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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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현지 여행업계가 몰려드는 유커(遊客ㆍ중국 관광객) 때문에 몸살을 앓고 있다.

2일 현지 경제전문매체 '까페 F'에 따르면 베트남 국내 관광객들이 중국 관광객 때문에 냐쨩의 3성급 이상 호텔 예약에 애를 먹고 있다.

이 지역을 관할하는 꽝닌성 인민위원회의 부 티 뚜 투이 부위원장(부시장)도 "베트남 현지인 이름으로 허가 받은 상점들이지만, 실제 주인은 중국인"이라며 중국인 관광객들에 대한 불만을 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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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관광객 객실 독점 피해 확산

“1년 전 예약하곤 실제 투숙 안 해”

호텔값 반토막... 지역 경제 타격

다낭ㆍ냐짱 등엔 ‘바지사장’ 상점도

베트남을 방문 중인 왕이(왼쪽) 중국 외교부장이 지난 1일 하노이에서 팜 빈 민 베트남 부총리겸 외무장관과 회동하고 있다. 이들은 양국 관계가 매우 긍정적인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밝혔지만, 베트남 일반인들의 생각은 많이 다르다. 하노이=EPA 연합뉴스

베트남 현지 여행업계가 몰려드는 유커(遊客ㆍ중국 관광객) 때문에 몸살을 앓고 있다. 대표 관광지로 꼽히는 중남부 다낭(Da Nang)과 냐짱(Nha Trang)은 중국인들로 호텔이 만원을 이루지만, 현지인을 ‘바지사장’으로 내세운 중국 쇼핑몰과 식당만 이용하면서 지역 경제에는 전혀 도움되지 않기 때문이다.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 등으로 가뜩이나 사이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이런 얌체 행위까지 이어지면서 베트남 일반 시민들의 반중 감정이 높아지고 있다.

2일 현지 경제전문매체 ‘까페 F’에 따르면 베트남 국내 관광객들이 중국 관광객 때문에 냐쨩의 3성급 이상 호텔 예약에 애를 먹고 있다. 중국 관광객을 대리하는 업체들이 객실을 독점하고 있기 때문이다. 올들어 3월까지 베트남을 찾은 중국 관광객은 135만명. 전년대비 43%나 늘어난 수치지만, 예약하고 나타나지 않는 ‘노쇼’ 비율이 너무 높은 게 문제다.

레 낌 녓 냐쨩관광협회 대표는 “중국 업체들이 보통은 한달, 심하게는 1년 전 예약을 걸지만 실제 투숙한 관광객은 예약보다 크게 못 미친다”며 “객실 50개 호텔이 중국인들의 ‘노쇼’ 때문에 60~70개 오버부킹(초과예약)을 받아야 하는 실정”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그래서 현지인이 묵을 호텔 찾기란 하늘의 별 따기”라고 말했다. 베트남에서는 소득 증가로 여행에 나서는 내국인이 증가하고 있다.

더욱 심각한 건 중국인들이 몰려와도 지역경제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데 있다. 리버티 센터럴 냐쨩 호텔의 레 반 손 총지배인은 “중국 관광객 덕분에 투숙률은 높지만 가격이 크게 떨어졌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지역 5성급 호텔의 경우 2013년 220달러에서 지난해 110달러로 반 토막 났다. 손 총지배인은 “가격 인하와 함께 서비스 질도 하락했다. 중국인들이 붐비면서 서유럽, 호주, 북미 손님들이 급격이 줄었다”며 “특단의 조치가 취해지지 않는다면 다른 나라 손님들은 씨가 마를 것”이라고 우려했다.

지역 관광업계를 중심으로 지역민들 사이서 원성이 높아지자 이 지역을 관할하는 카인호아 성 지방정부는 급기야 지난달에는 최소 15% 이상 객실은 다른 외국인에게 제공해야 한다는 가이드라인까지 제시했다. 하지만 강제성이 없어 실효는 거두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최근 ‘제로 달러’ 관광상품을 이용한 유커들이 급증하면서 반중 감정은 더욱 고조되고 있다. ‘제로 달러’ 관광이란 관광일정 중간중간 쇼핑을 끼워 넣고 여기서 나온 수익으로 여행경비를 충당하는 방식이다. VN익스프레스에 따르면 지난달 하루 평균 5,000여명의 중국인들이 베트남 북부 국경을 통해 입국, 하롱베이 등을 관광했지만 대부분 중국 자본이 운영하는 상점에서만 물건을 구입한 뒤 돌아갔다.

베트남 현지 일간 뚜이쩨에 따르면 중국 관광객들이 관광 버스에서 ‘비표’를 받아 입장한 상점은 베트남 사람들은 아예 입장할 수 없는 곳이었다. 뚜이쩨는 “무전기를 소지한 직원들이 상점들 주변을 서성이는 아주 특별한 곳”이라고 보도했다. 이 지역을 관할하는 꽝닌성 인민위원회의 부 티 뚜 투이 부위원장(부시장)도 “베트남 현지인 이름으로 허가 받은 상점들이지만, 실제 주인은 중국인”이라며 중국인 관광객들에 대한 불만을 표시했다.

호찌민=정민승 특파원 ms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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