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태 회장 연루 추정, 0점 받고도 최종 합격

CBS노컷뉴스 조근호 기자 2018. 4. 2. 1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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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금융 김정태 회장.
하나은행에서 채용비리 의혹이 또 드러난 가운데 하나금융 김정태 회장도 연루된 것으로 보이는 정황이 발견됐다.

금융감독원은 2013년도 하나은행의 채용 업무에 대한 현장검사를 실시한 결과 32건이 채용비리 정황을 파악했다고 2일 밝혔다. 이 중 채용청탁, 즉 추천에 의한 특혜채용 의혹이 16건으로 가장 많았다.

주요 사례를 보면 서류전형부터 추천내용 항목에 "최종합격"으로 표시된 뒤 실제로 최종합격된 경우가 있었다. 특히 이 사례에서는 추천자가 2013년 당시 하나금융 인사전략팀장이었던 김모씨였고 이 이름 옆에는 (회)라는 표시가 있었다.

금감원은 (회)라는 표시로 미뤄 "회장 또는 회장실로부터 온 것으로 추정된다"는 진술을 확보했으나 김 회장은 "기억 나는 바 없다"고 주장했다. 이런 가운데 김씨의 추천을 받은 지원자는 서류전형과 실무면접 점수가 합격기준에 크게 미달했고, 합숙면접에는 태도불량 등으로 0점 처리됐으나 최종합격한 것으로 나타나 매우 강력한 추천자의 지원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하나은행의 2013년 전형은 서류전형→실무면접→합숙(필기)전형→임원면접의 순서로 진행됐다. 이번 검사에서 단장을 맡았던 최성일 부원장보는 "김정태 회장의 건으로 추정은 되지만 특정할 만한 것은 없다"며 "합리적 의혹이 제기된다면 그 부분에 대해 검사해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추천자가 "짱"으로 표시된 특혜채용 사례도 있었다. 금감원 검사 결과 "짱"은 2013년 당시 하나은행장이었던 김종준 전 행장이었다. 김 전 행장은 아들 친구 2명과 모 금융지주사 전 임원의 부탁으로 2명을 추천하는 등 모두 4명을 추천했다고 시인했다. 이들 4명 중 3명은 서류전형과 면접에서 합격기준에 미치지 못했지만 최종합격했다.

2013년에 하나은행 충청사업본부장(부행장)을 지낸 함영주 하나은행장도 추천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함 행장은 한 지방자치단체장 비서실장의 자녀를 추천했고 추천을 받은 지원자는 합숙면접 점수가 합격 기준에 미달했지만 임원면접에 올라 최종합격 처리됐다. 이에 대해 함 행장은 "그런 일이 없다"며 추천 사실을 부인했다고 금감원은 전했다.

2013년 하나은행 부행장은 고등학교 동기의 자녀를 추천했다고 인정했다. 이 지원자는 "반드시 돼야 한다는 의견"으로 추천됐으며 서류전형과 실무면접에서 합격선에 못 미쳤으나 임원면접에 올라 최종합격했다.

추천내용에 "국회정무실"로 표시된 지원자는 실무면접에서 점수가 합격권에 미달했으나 최종합격했고, "청와대 감사관 조카"라고 추천내용이 적힌 지원자는 점수가 크게 모자라는데도 서류전형을 통과한 뒤 임원면접에서는 점수가 임의로 조작돼 합격했다.

이른바 명문대와 해외유명대학 출신 지원자를 합격시키기 위해 순위를 조작한 사실도 드러났다. 하나은행이 정한 기준에 따른 1등급대학 출신 중 실무면접에서 탈락한 9명을 합격시키는 대신 합격권에 든 9명을 탈락시켰고, 합숙전형과 임원면접에서도 불학격 대상 12명을 합격시켰다.

하나은행은 2016년 신입행원 선발 때도 서울대 등 명문대 출신 지원자 7명을 합격시킨다며 합격권 안에 든 지원자 7명을 탈락시키고 위스콘신대학 출신 지원자의 점수를 조작해 합격시킨 적이 있다.

그런가 하면 하나은행은 최종 임원면접에서 합격선에 든 여성 2명을 탈락시키는 대신 합격권 밖이었던 남성 2명을 합격시키고, 2013년 하반기 채용에서 남녀 채용비율을 4대1로 미리 정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때문에 여성 지원자는 600점 만점인 서류전형에서 남성 커트라인 419점보다 48점 많은 467점을 얻어야 통과할 수 있었다. 금감원은 남녀 채용비율을 정하지 않고 같은 기준으로 선발했을 경우 여성합격자가 619명 더 늘었을 것이라고 추산했다.

앞서 하나은행은 2016년에도 모두 13건의 채용 비리를 저지른 혐의를 받고 있으며 검찰은 지난달 30일 업무방해 혐의로 하나은행 인사부장을 지낸 송모씨와 강모씨를 구속한 바 있다. 검찰은 또 2015년 공채에서 남성 지원자의 점수를 임의로 올린 국민은행 인사담당자를 남녀고용평등법 위반 혐의로 지난달 구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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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조근호 기자] chokeunho21@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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