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복 사고나 당해라" 문자 테러 당하는 택배 기사의 한숨

2018. 4. 2. 1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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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CJ 대한통운 홈페이지)

한 택배기사가 고객으로부터 반말과 인신공격이 담긴 '문자 테러'를 당해 피로감을 호소했다.

CJ 대한통운 택배기사 함종택(35) 씨는 최근 자신이 배송을 담당하는 충북 청주의 한 아파트에서 배송을 하다가 악성 문자를 받았다고 YTN PLUS에 제보했다.

함 씨가 이 아파트에 사는 여성 고객 A 씨에게 처음 문자를 받은 것은 지난달 9일, 반품 회수 건 때문이었다.

함 씨는 A 씨가 신청한 반품 물건을 회수하려 이날 아침 전체 반품 고객에게 "택배 반품 경비실에 부탁드려요. 아파트 이름과 동, 호수는 문자 주세요"라고 메시지를 보냈다.

이후 함 씨는 이날 오후 1시쯤 A 씨가 사는 아파트 경비실에 방문했다. 방문 예정시간인 오후 2시~4시 사이보다 조금 이른 시간이어서 경비실에 A 씨의 물건이 없었고, A 씨가 집에도 없었기 때문에 함 씨는 그냥 돌아갔다.


함 씨에 따르면 A 씨는 자신의 물건이 회수되지 않자 그날 저녁 6시쯤 함 씨에게 전화해 왜 오지 않느냐고 따지기 시작했다. 함 씨가 "집에 안 계셔서 그냥 돌아갔다"고 해명하자 A 씨는 협박성 문자를 보내기 시작했다고.

A 씨는 함 씨에게 "몇 시쯤 왔다 가셨어요. CCTV 확인하겠습니다"라며 "솔직하게 안 왔으면 안 오셨다고 하세요. 거짓말하다 들통나지 말고"라고 여러 차례 문자를 보냈다.

이어 A 씨는 "CCTV 무서운 줄 모르고 거짓말한다. 본사에 항의 전화하겠다"라고도 말했다. 몇 분 후엔 "경비실에 맡겨 놨으니 내일 가져가"라는 반말 문자가 또 한 번 함 씨에게 도착했다.

함 씨는 며칠 후 A 씨의 반품 물건을 회수하면서 사건이 마무리됐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지난달 27일 함 씨는 같은 고객에게 또 한 번 인신공격성 문자를 받았다. 이날은 함 씨가 A 씨에게 도착한 택배 물품을 배송하기 위해 그의 집을 방문한 날이었다. 당시 A 씨 집이 비어 있었기 때문에 함 씨는 집 앞에 방문 스티커를 붙인 뒤 경비실에 물건을 맡겨두었다.

하지만 A 씨는 이 택배를 찾지 못했는지 또 한 번 함 씨에게 "택배가 없잖아. 야 택배 내놓고 가. 문짝에다가는 경비실에 맡긴다더니"라며 반말로 문자를 보내왔다.

함 씨는 특히 "가다가 전복 사고나 나라. 택배 때려치우든지. 가지가지 인간이 존재하네"라는 악성 문자를 약 17분에 걸쳐 받아야 했다.

함 씨는 "A 씨가 배송이 안 됐다면서 CJ 대한통운 측에 항의하기도 했다"며 "회사 측에서는 '고객이 화가 났으니 빨리 배송하라'고 했다"고 밝혔다. 이에 함 씨는 A 씨 대신해 연락 온 그의 남편에게 택배를 놓아둔 자리를 자세히 설명해 찾아가도록 했다고 주장했다. 함 씨는 "택배를 찾았는지 그날 이후로는 A 씨 측에서 연락이 없다"고 말했다.

함 씨는 택배 기사로 일한 지 2년이 조금 넘었지만 이런 문자를 받은 건 처음이라고 했다.

그는 "반말에 폭언까지 들었는데 이게 말이 되냐. 전복 사고면 죽으라는 소린데..."라면서 "본인이 경비실에서 물건을 못찾고 분에 못 이겨 나한테 분을 푸는 것 같다"고 토로했다.

A 씨는 함 씨의 주장에 대해 "반품할 물건이 회수되지 않은 상태에서 전화도 받지 않고, 문자도 답장을 안 해서 그런 말이 나왔다. 나는 9일 반품 예정 시간으로 공지됐던 집에 오후 2시부터 기다렸다"며 "이날 언쟁 뒤 그가 내 번호를 차단해서 연락이 안 됐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또 27일엔 택배 기사를 경비실에서 마주쳤다. 그때 우리 집에 온 택배가 없다고 했었는데 알고 보니 경비실에 있었다"며 "택배 하나 때문에 왔다 갔다 해야 했다. 나도 억울하고 스트레스를 받는 상황"이라고 반박했다.

CJ 대한통운 측은 YTN PLUS에 "이번 사안처럼 택배 기사와 고객 사이 갈등이 발생한 경우, 해당 지역 집배점 차원에서 해결 방안을 마련해 갈등을 조율하고 있다"고 밝혔다.

YTN PLUS 문지영 기자
(moon@ytnpl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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