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쇄국정책' 애플, 페이스북 사태로 의문의 1승

임온유 2018. 4. 2.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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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국사 시간에 배운 흥선대원군의 쇄국정책은 우리에게 이런 인식을 심어줬습니다.

"개방은 선(善)이고 폐쇄는 악(惡)이다." 공유ㆍ융합ㆍ연결 같은 단어가 지배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이런 이분법적 시각이 더 뚜렷해지는 것 같습니다.

사용자의 정보가 제3자로 제공되는 것을 최대한 '폐쇄'한 애플은 페이스북 사태에서 아이폰 사용자를 구해냈습니다.

모든 것이 개방되고 확산되는 시대에 애플의 폐쇄성은 사용자들에게 묘한 소속감도 부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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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비스뉴스 군만두] 애플, 제3자 정보 제공은 물론 플랫폼 정책도 '폐쇄형'
아이폰 사용자만 쓸 수 있는 iOS…개방·공유가 정답인 시대 보안과 폐쇄로 차별화
묘한 소속감으로 '락인 효과'까지 구축…팀쿡 "사생활은 인권이자 자유"

[아시아경제 임온유 기자] 고등학교 국사 시간에 배운 흥선대원군의 쇄국정책은 우리에게 이런 인식을 심어줬습니다. "개방은 선(善)이고 폐쇄는 악(惡)이다." 공유ㆍ융합ㆍ연결 같은 단어가 지배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이런 이분법적 시각이 더 뚜렷해지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최근 흥미로운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페이스북 정보수집ㆍ유출 사태입니다. 이 사건은 개방과 폐쇄를 선악으로 구분하는 게 얼마나 어리석은지 보여주고 있어 소개합니다.

사용자의 정보가 제3자로 제공되는 것을 최대한 '폐쇄'한 애플은 페이스북 사태에서 아이폰 사용자를 구해냈습니다. 반대 정책을 펴온 구글은 안드로이드폰 사용자를 위험으로 몰아넣었고요. 애플의 '개인정보 보호 및 개인정보 취급 방침' 중 세부항목 '제3자에 대한 공개'를 살펴보면 이 회사가 사용자 프라이버시와 관련해 얼마나 사소한 것까지 신경쓰는지 알 수 있습니다.

애플은 통화ㆍ문자 내역과 같은 민감한 정보가 제3자에게 넘어가는 '길' 자체를 만들지 않았습니다. 그뿐 아니라 위치정보의 경우 사용자가 '얼마 동안' 공유되는지 알게 했으며, 앱을 닫으면 정보 전달이 중단될 수 있도록 설계해 놓았죠. 주소록 접근을 허용했더니 통화ㆍ문자 내역이 한뭉치로 넘어가는 과거의 안드로이드(4.1 젤리빈 이하)와는 전혀 딴판이네요.

팀 쿡 애플 CEO가 페이스북과 구글을 비판할 수 있던 자신감이 바로 여기에 있는 듯 합니다. 그는 "애플은 고객의 개인적인 삶을 거래하지 않는다"며 목에 힘을 줬습니다. "사생활은 인권이자 시민적 자유"라는 멋진 말을 덧붙일 거까지야 있었겠나 싶지만요.

사실 폐쇄나 보안을 중시하는 애플의 기업철학은 그들이 벌어 먹고 사는 방식 즉 비즈니스 모델과 연결됩니다. 그들이 만든 모바일 운영체제 iOS는 아이폰·아이패드 사용자만이 쓸 수 있는 플랫폼이죠. 얼마 전 출시된 인공지능(AI) 스피커 홈팟은 안드로이드 사용자에겐 무용지물입니다. 이뿐만 아닙니다. 앱스토어에는 애플의 철저한 검증을 거친 애플리케이션만 등록됩니다.

그래서 아이폰에 한 번 발을 들인 사용자는 '애플 지옥'에 영영 발이 묶여버리죠. 일명 '락인(lock-in)효과'라고 부릅니다. 모든 것이 개방되고 확산되는 시대에 애플의 폐쇄성은 사용자들에게 묘한 소속감도 부여합니다. 에리히 프롬이 역설한 '자유로부터의 도피'와 비슷하지 않을까요. 어쨌든 애플이 페이스북 사태에서 '의외의 1승'을 거둔 건 확실해보입니다.

그런데 따지고 보면 애플이 그리 자신만만해 할 일도 아닙니다. 그들의 폐쇄성 그리고 비밀주의가 항상 소비자에게 우호적이지만은 않았으니까요. 아무도 모르게 아이폰 성능을 떨어뜨려놓고 문제가 되자 "배터리 값을 깎아주면 되지 않나"라고 했던 일을 소비자는 아직 생생히 기억하고 있습니다.

임온유 기자 io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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