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생사·소재 확인 전 납치 공개.. 외교부 대응 매뉴얼 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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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아프리카 서부 기니만(灣)의 가나 해역에서 발생한 우리 국민 3명 피랍 사건과 관련해 외교부 매뉴얼을 어긴 채 인질의 구출·석방 전 피랍 사건을 공개해 배경이 주목된다.
외교 소식통은 "인질이 석방되거나 구출되기 전에 해외 피랍 사건이 공개된 것을 이해할 수 없다"며 "정부가 납치범 측과의 상당한 조율을 통해 인질 석방에 대해 어느 정도 확답을 얻지 못했다면 있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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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아프리카 서부 기니만(灣)의 가나 해역에서 발생한 우리 국민 3명 피랍 사건과 관련해 외교부 매뉴얼을 어긴 채 인질의 구출·석방 전 피랍 사건을 공개해 배경이 주목된다.
한국시간 지난달 27일 오전 2시30분(현지시간 지난달 26일 오후 5시30분·이하 한국시간) 피랍 사건이 발생하자 당일 오전 8시30분 외교부 요청에 따라 인질이 석방되거나 구출되기 전까지 이번 사건에 대한 엠바고(보도유예)가 설정됐다.
외교부 당국자는 당일(지난달 27일)과 지난달 29일 두 차례 출입기자단을 상대로 백그라운드(배경) 브리핑을 하면서 “우리 국민 생명에 지장이 있을 것 같아 엠바고를 요청한다. 최종 구출될 때까지 (엠바고 유지에) 협조해줬으면 좋겠다”(27일), “다음(브리핑 때)에는 좋은 소식이 들릴 수 있기를 기대하고 계속 엠바고를 유지해달라”(29일)고 엠바고 유지를 거듭 요청했다.
정부는 그런데 이번 사건에 대한 진전이 없는 상황에서 지난달 31일 오후 6시36분 갑자기 엠바고 해제 방침을 기자단에 통보한 뒤 오후 7시22분 외교부 보도자료를 통해 엠바고 해제를 발표했다.
정부가 인질의 안위를 보장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해외 피랍 사실을 공개한 것은 전례를 찾기 쉽지 않다. 2008년 외교통상부(현 외교부)가 작성한 ‘해외 피랍 사건’ 매뉴얼에 따르면 “피랍자 안전을 최우선으로 보도 통제를 요청하는 것이 원칙”이라며 “피랍 사건 발생 후 언론에 대대적으로 보도될 경우 납치범을 자극하여 피랍자의 신변안전에 해가 될 우려가 있고 납치범 측이 그러한 상황을 악용하거나 정보를 얻는 경우도 있어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음”이라고 적시하고 있다.
정부가 피랍 사실을 공개한 것이나 문재인 대통령의 청해부대(문무대왕함) 투입 지시를 공개한 것 모두 피랍자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고, 인질범 자극을 최소화하라는 취지의 외교부 매뉴얼에 정면 배치되는 셈이다.
외교 소식통은 “인질이 석방되거나 구출되기 전에 해외 피랍 사건이 공개된 것을 이해할 수 없다”며 “정부가 납치범 측과의 상당한 조율을 통해 인질 석방에 대해 어느 정도 확답을 얻지 못했다면 있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문 대통령 지시로 지난달 28일 출발한 문무대왕함이 오는 16일에야 해당 해역에 도착한다는 점에서 구출이 임박한 것도 아닌 것으로 보인다.
한편 피랍됐던 참치잡이 어선 마린 711호(455t)는 지난달 28일 가나 테마항에 도착했고, 한국인 3명을 제외한 나머지 선원은 자유의 몸이 됐다. 마린 711호는 가나 선적(船籍)이며, 선사는 가나에서 활동하는 한국 회사로 대표는 한국 국적이다.
김예진 기자 ye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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