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FTA 재협상, 철강·자동차업계 '고심'

박찬규 기자 2018. 4. 2. 06:03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한미FTA 개정협상 브리핑 /사진=머니투데이 홍봉진 기자

실리와 명분 주고받은 재협상
미국 현지생산 최대한 활용해야 윈-윈

지난달 26일 한미FTA(자유무역협정) 재협상 합의결과가 발표되면서 철강과 자동차업계가 함께 가슴을 쓸어내렸다. 물론 여전히 아쉬움을 감추지 못하는 분위기다. 관세폭탄 등 최악의 상황은 면했지만 앞으로 미국시장을 공략하려면 수출 위주의 사업계획을 전면 수정해야 한다.

먼저 미국의 철강재 25% 관세 부과 방침에 가슴을 졸이던 철강업계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최근 안보를 이유로 철강수입을 규제하려던 미국의 무역확장법 232조 조치에서 한국이 제외된 점을 두고 정부에 감사의 뜻을 전하기도 했다.

문제는 물량을 제한하는 ‘쿼터제’다. 한미 양국은 이번 협상에서 2015~2017년 철강재 평균수출량의 약 70%로 물량제한에 합의한 상황. 철강업계는 제품의 가격을 조정하는 차원이 아니라 품목별 쿼터제에 발이 묶인 형국이어서 여전히 안심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판재류는 지난해 대비 쿼터가 111%로 늘어서 지금보다 공급이 증가할 가능성이 있지만 강관류는 지난해의 절반 수준인 51%에 불과해 세아제강 등 관련업체가 현지생산이나 신규시장개척 등 긴급 대책마련에 나섰다.

◆미국의 보여주기식 셈법

철강업계에서는 미국이 이번 협상을 통해 수입철강 관세로 인한 미국 내 원자재가격 상승을 막으면서도 수입량을 제한하며 미국 내 산업을 지켰다는 명분을 얻었다고 분석했다. 다분히 미국 내 정치적 상황을 고려한 협상이라는 얘기다. 우리나라는 일부 물량에서 손해를 봤지만 관세를 면제받으며 수출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그나마 긍정적이라는 평.

이런 점은 이번 한미FTA 자동차부문 협상에서도 드러난다. 그동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자동차 무역수지 불균형에 불만을 제기한 만큼 이번 한미FTA 재협정에서 핵심 안건으로 다뤄졌다. 정부의 주요 협상결과 발표에 따르면 한국산 픽업트럭의 25% 관세철폐 기간이 기존 2021년에서 2041년으로 20년 늘어났다.

미국의 픽업트럭시장은 연간 280만대 규모로 알려졌다. 우리나라 전체의 연간 판매량인 180만대보다도 100만대가량 많은 꽤 큰 시장이다. 게다가 최근 미국은 SUV와 픽업트럭 위주로 시장이 재편되는 중이어서 전통적으로 강세를 보인 픽업트럭시장만큼은 지켜야 한다는 계산이 깔렸다고 볼 수 있다. 사실상 픽업트럭시장에 진출하려면 미국에서 생산하라는 태도다. 결국 이번 재협상으로 미국은 자존심을 지킨 것이며 미국 내 산업을 보호했다는 명분도 챙긴 셈이다.

이를 입증하듯 미국 행정부는 지난달 27일(현지시간) 한미FTA 재협상 성과를 두고 매우 성공적이었다며 결과에 만족한다는 공식 입장문을 발표했다. 하지만 이 같은 미 정부의 자화자찬에 ‘부메랑 효과’를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이와 관련해 <워싱턴포스트>는 “관세를 이용해 다른 나라와의 무역 협상을 압박하는 수법은 전혀 새로운 게 아니다”고 지적했다. 예전부터 무역적자를 줄이기 위해 시도한 방법이지만 별다른 효과가 없었다는 얘기다.

◆국내업체 영향은 ‘글쎄’

이번 한미FTA협정에서는 미국의 철강 반덤핑 관세와 관련한 쿼터제 요구가 포함되지 않음에도 두 협상을 묶어 패키지화한 점을 두고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미국이 수입과 수출량을 마음먹은 대로 조절하면서 상대국에 이를 강요하는 방법이어서다.

특히 철강과 맞바꿨다는 자동차부문 협상의 주요 안건인 픽업트럭. 우리나라는 미국시장에 픽업트럭을 전혀 수출하지 않고 있어서 국내업체가 당장 피해 볼 건 없다. 우리는 미래의 잠재시장에서 손해를 봤을 뿐이며 미국은 반대로 잠재 위협요소를 제거한 셈이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픽업트럭을 만드는 쌍용자동차는 미국시장진출을 노렸지만 현지공장을 지을 여력이 없는 만큼 잠정 보류 상태다. 현대자동차는 싼타크루즈 등 픽업트럭의 국내생산 가능성이 예상됐지만 이번 협상으로 신차의 경쟁력을 유지하려면 미국공장에서 생산할 수밖에 없다.

이를 두고 현대자동차 노동조합은 지난달 27일 “정부의 한미FTA 자동차분야 개정합의는 한국차산업을 죽이려는 미국차 빅3의 사전견제와 이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트럼프의 사전봉쇄전략을 수용한 굴욕적 협상”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미국산 자동차의 안전규정과 수입쿼터제가 조정된 만큼 국내 수입물량에도 관심이 쏠렸다. 미국에서 안전규정을 충족할 경우 이를 인정하고 업체별 2만5000대 쿼터 물량을 5만대까지 늘려 수입을 허용하는 방안에 합의했기 때문. GM, 포드, FCA 등 미국 빅3 업체 외에도 미국에서 차를 만드는 토요타와 BMW 등의 업체도 이를 활용할 수 있다.

하지만 이들 업체도 계산기를 계속 두들겨야 한다. 미국 공장에서 생산하는 자동차에 필요한 철강재 원산지도 고려해야 해서다. 25% 관세 부과대상인 일본과 중국산 철강을 포기할 수밖에 없다. 미국에서 차를 만들 때 되도록 관세가 부과되지 않는 국가의 제품이나 미국산을 써야 하는 구조다.

자동차업계에서는 조금 더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대내외적 환경변화에 확실한 해결책이 없는 상황인 만큼 다양한 준비를 해야 한다는 것. 업계 관계자는 “아직 변수가 많아서 당장 미국산 차가 쏟아지는 등의 큰 변화가 생기지는 않는다”면서 “국내 자동차회사의 노조도 회사와 머리를 맞대고 상생의 방안을 찾아야 할 시점”이라고 언급했다.

이에 국내 철강업계 관계자는 “미국의 쿼터제로 철저한 생산공급관리가 필요한 시점이며 새로운 기회가 생기면 놓치지 않도록 철저히 준비해야 한다”면서 “신규시장을 개척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당장은 미국 현지법인을 최대한 활용하는 방향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동안 무한경쟁을 펼치며 산업계의 용광로로 대변되던 미국이 결국 ‘아메리카 퍼스트’ 전략을 내세웠고 이에 얼마나 능동적으로 대응하느냐가 생존의 관건인 셈이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34호(2018년 4월4~10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머니S 주요뉴스]
'비밀결혼' 최지우가 사는 초호화 집… 재산 얼마?
단역배우 자매 자살사건, 2004년 그날에 무슨 일이?
이상민, 드디어 압류해제… "채무 벽은 높았다"
'셋째 출산' 리설주, 자연미인의 아름다움?
김흥국 성폭행 논란에 '손석희 vs 김주하' 덩달아 화제

실시간 재테크 경제뉴스창업정보의 모든 것
박찬규 기자
<저작권자 ⓒ '성공을 꿈꾸는 사람들의 경제 뉴스' 머니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머니S & moneys.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