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식표 '보험 규제' 꺼내면 .. 삼성생명 20조 주식 팔아야
계열사 주식, 보험사 자산의 3%제한
"취득원가 아닌 시가 계산을" 밝혀
금감원서 소비자 보호기능 분리
금융위원회 폐지 보고서 내기도
금융권에선 참여연대·정치인 출신 첫 금감원장의 취임을 고강도 개혁의 신호탄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과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김 금감원장을 합쳐 ‘참여연대 삼각 편대’라는 말도 나온다. ‘경제 검찰(공정위)’에 이어 ‘금융 검찰(금감원)’까지 참여연대 출신이 수장을 맡으면서 재계의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김 원장은 취임 후 대기업 계열 금융회사에 대한 공세적인 ‘개혁 드라이브’를 걸 것으로 예상된다. 그는 지난해 11월 경향신문 기고에서 “우리 금융산업은 국제경쟁력을 논하는 것조차 부끄러운 수준”이라며 “오랜 관치와 함께 재벌과 은행 중심의 금융산업 구조에 그 근본 원인이 있다”고 주장했다.
19대 국회의원 시절 야심 차게 추진했지만 입법에 실패한 과제를 다시 꺼낼 가능성이 크다. 보험사가 보유한 계열사 주식을 장부 가격으로 평가하는 ‘보험업 감독규정’이 대표적이다. 이것을 시장 가격으로 평가해야 한다는 것이 김 원장의 소신이다. 현행 보험업법은 보험회사가 계열사의 채권이나 주식을 총 자산의 3% 이하만 소유할 수 있다. 이때 계열사의 주식이나 채권의 평가 기준을 시가가 아닌 취득원가로 정한 게 ‘보험업 감독규정’이다. 감독 규정은 금감원이 개정안을 건의하면 금융위원회 의결로 확정한다. 이렇게 되면 대기업 보험사가 보유할 수 있는 계열사 주식의 한도가 대폭 줄어들고, 대기업 지배구조에도 막대한 영향을 주게 된다. 김 원장은 의원 시절 보험업법 개정에 나섰지만 박근혜 정부 당시 여당이던 새누리당 의원들의 반대에 막혀 법안이 폐기됐다.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 이 규정이 바뀌면 삼성생명의 경우 20조원 이상의 계열사 주식을 일정 기간 안에 내다팔아야 한다. 국내 주식시장 전반에 상당한 충격이 예상된다.
의원 시절 김 원장은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의 입법을 주도했다. 대주주 적격성 심사와 임원추천위원회를 제2금융권까지 확대하는 등 대기업 계열 금융사 관련 규제를 대폭 강화했다. 반면 박근혜 정부가 추진했던 ‘은산분리’(산업자본의 은행 소유 금지) 완화 법안은 앞장서 저지했다. 대부업 금리 인하, 은행 예대마진(예금과 대출의 금리 차이) 축소 등에도 목소리를 높였다.
김 원장은 금감원의 조직 개편에도 나설 전망이다. 과거 “금융감독원을 둘로 쪼개서 금융소비자보호원을 따로 만들어야 한다”(2014년 10월 국정감사)는 말도 했다. 금융회사의 건전성을 감독하는 기능과 금융 소비자를 보호하는 기능을 분리하자는 구상이다. 김 원장이 소장을 맡았던 더미래연구소는 대선 직전이던 지난해 4월 ‘2017년 이후의 대한민국, 대선 핵심 어젠다’ 보고서를 냈다. 보고서는 금융위원회를 폐지하고 금감원을 특별법에 의한 민간 기구로 개편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금융위의 정책 기능은 재정경제부(현재의 기획재정부에서 분리)와 합치거나(1안), 기재부에서 국제금융을 떼어내 금융부를 신설하자(2안)는 주장이다. 보고서에는 민간위원만으로 구성된 금융감독위원회를 만들고 금융소비자보호원을 신설하는 내용도 담겼다. 이렇게 되면 금감위에서 경제 관료의 참여가 자동적으로 배제된다. 오는 6월 지방선거 이후 청와대가 정부 조직 개편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장하성 실장과 김기식 원장의 구상이 주목된다.
금융 당국의 ‘쌍두 마차’ 격인 최종구 금융위원장과 김 원장의 ‘악연’도 눈에 띈다. 김 원장은 의원 시절이던 2014년 10월 국정감사에서 최종구 금감원 수석부원장(당시)을 ‘모피아’(경제 관료와 마피아의 합성어)라고 부르며 위증죄로 고발하겠다고 몰아붙였다. 국민은행 내부 갈등으로 촉발된 ‘KB사태’의 처리 문제 때문이었다. 결국 최수현 금감원장과 최 부원장은 동반 사퇴했다.
주정완·고란 기자 jwj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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