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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 풀어줘요" "쉬 급해요" 애들과 2시간 만에 입에서 단내가 ..

이에스더 입력 2018.04.02. 00:42 수정 2018.04.02. 06:35
엄마 기자, 일일 보육교사 해보니
수시로 배변 챙기고, 싸움 말리고
점심시간엔 골고루 먹이기 전쟁
낮잠시간 보채는 아이들 달래고 ..
10시간 일과 마치니 온몸이 뻐근
지난달 28일 서울 동작구 신영어린이집에서 중앙일보 이에스더 기자가 아이들과 함께 그림을 그리고 있다. 이날 어린이집에서 일일 보육교사 체험을 하며 3세반 아이들을 돌봤다. [임현동 기자]
“선생님, 쟤가 블록 빼앗았어요.” “선생님, 코 풀어주세요.” “배 아파요.”

지난달 28일 기자는 서울 동작구 신영어린이집 ‘허브반(3세반)’의 일일 보육교사가 됐다. 그날 아이들에게 가장 많이 들은 말이라 아직도 귓가에 맴돈다. 보건복지부가 마련한 일일 체험 프로그램이다.

이날 어린이집에 들어설 때 “이 쯤이야”라고 자신감이 넘쳤다. 초등학교 1, 3학년 아이의 엄마의 자신감이었다.

오전 8시 30분 이광은(53) 담임 교사를 보조해 15명을 돌봤다. 아이들을 맞이하고, 가방에서 알림장 등을 꺼내 정리하게 했다. 이광은 교사는 “무조건 대신 해주지말고 스스로 하게 기다리는 게 좋다”라고 조언했다. 아이들은 “내가 할래요”라며 스스로 하려 했다.

아이들은 점심시간 돈까스·샐러드·된장국 등의 반찬으로 식사를 했다. [임현동 기자]
자유놀이 시간엔 미세먼지가 심해 실내에 머물렀다. 아이들은 삼삼오오 모여 앉아 블럭놀이·인형놀이를 했다. ‘어린이집 만들기’ 공작놀이를 함께 했다. 빈 상자에 색종이·털실·골판지 등을 붙여 어린이집 건물을 만들었다. 여기까지는 괜찮았다.

“선생님 같이 놀아요”라며 아이들이 목에 매달리기 시작했다. 아이를 안아 올려주며 놀다보니 이마에 땀이 흘렀다. 아이들끼리 싸움도 예사. 편들지 않고 중간에서 말리기도 쉽지 않았다. 대소변을 가린지 얼마 안되는 아이들이라 배변을 오래 참지 않게 수시로 챙겨야 했다. 2시간 지나자 입에서 단맛이 났다.

이광은 교사가 동화책을 들고 아이들을 불러모았다. 낯을 가리던 수한이가 “토끼 선생님 안아주세요”라며 쪼르르 달려와 품에 안겼다. 아이를 안고 이 교사의 동화구연을 들었다.

점심시간이다. 아이들은 돈까스·채소 샐러드·김치·두부 된장국 등을 맛있게 먹었다. 기자와 교사도 같이 먹었지만 먹는 게 아니었다. 편식하는 아이를 챙겨야 했다. 한 애가 샐러드를 먹지 않아 “딱 하나만 먹어보자”고 달래서 먹였다. 아이들은 “이거는 뭐에요” “목 말라요” “돈까스 더 주세요” 끊임없이 물었다.

이날 오후엔 외부강사가 영어 특별활동을 진행했다. 한 명씩 나와 노래에 맞춰 사람 얼굴이 그려진 판에 ‘juice(쥬스)’ ‘milk(우유)’ 등 그림 카드를 붙였다. 노래를 따라 부르며 율동을 같이 했다.

아이들은 점심 식사를 한 뒤 천사같은 모습으로 낮잠을 잤다. [임현동 기자]
오후 2시 낮잠 시간이다. ‘좀 쉴 수 있겠구나’라고 기대했다. 하지만 그게 아니었다. 잠이 오지 않는다며 보채는 아이를 달랬다. “안 잘거에요” 라며 장난치던 동호 옆에 누워 등을 쓰다듬어주자 곧 잠들었다. 안 자는 아이 셋을 따로 모아 조용히 놀게 했다. 그 시간에 교사는 15명 아이들의 일과와 특이사항을 담은 관찰일지를 쓴다. 오후 4시 아이들이 하나, 둘 집에 가기 시작했다. 오후 5시, 종일반 교사에게 남은 아이들을 인계했다. 끝이 아니었다. 다음날 수업을 준비하고, 청소기를 돌리고, 걸레질을 했다. 교구함에 쌓인 먼지를 말끔히 닦았다.

오후 6시 30분에 일일 체험이 끝났다. 어깨·팔뚝이 뻐근하고 허리가 저려온다. 아침의 자신감은 온데간데 없다. 막노동이 따로 없다. 교사들은 어찌하나 싶다.

보육교사 처우는 그리 좋지 않다. 2015년 보육실태조사에 따르면 보육교사는 하루 평균 9시간 36분을 일하고 월 평균 급여는 184만3000원이다. 그러다보니 오래 다닐 수 없다. 신영어린이집의 전양숙 원장은 “능력과 열정이 넘치는 새 선생님이 들어와도 경력만큼 급여가 오르지 않고, 학대사건 등이 터질 때마다 도매금으로 비난 당하는 게 싫어 그만두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어떻게 버티냐”고 물었더니 20년 경력의 이광은 교사는 웃으며 이렇게 답한다. “아무리 힘들어도 ‘선생님’하고 달려와 안기는 천진한 모습에 행복해지는 걸요.”

이에스더 기자 etoil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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