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3 지방선거 첫 여성 시도지사, 어디서 나올까

2018. 4. 1. 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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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한용 기자의 정치 막전막후 197
원내대표·4선 의원 경륜 박영선 의원, 서울시장 도전
국회의원·구청장 지낸 홍미영 후보는 인천시장 도전
촛불혁명·4차산업혁명 리더십 '더 많은 여성성' 필요
박근혜의 실패는 개인의 실패지 여성의 실패가 아니다

[한겨레] 6월 13일 제7회 지방선거에서는 과연 첫 여성 시도지사가 탄생할까요? 1995년 지방선거 실시 이후 여성 시도지사 도전자는 있었지만, 당선자는 없었습니다.

1995년 제1회 지방선거에서 서울시장에 무소속 김옥선 후보와 황산성 후보가 출마했습니다. 김옥선 후보는 7·9·12대 국회의원을 지냈고 1992년 대통령 선거에도 출마했던 사람입니다. 남장 여성 정치인으로 유명했습니다. 황산성 후보는 11대 국회의원과 김영삼 정부에서 환경처 장관을 지낸 법조인입니다. 그러나 두 거물 여성의 도전은 출마 자체에 의미가 있었습니다.

1998년과 2002년에는 시도지사에 도전한 여성이 아예 한 사람도 없었습니다. 2006년 4회 지방선거에서는 서울시장에 열린우리당 강금실 후보와 시민당 이귀선 후보, 광주시장에 한나라당 한영 후보, 울산시장에 민주노동당 노옥희 후보가 도전했지만 모두 실패했습니다.

2010년 5회 지방선거에서는 서울시장에 민주당 한명숙 후보가 출마해 선전했지만, 오세훈 한나라당 후보에게 아슬아슬하게 졌습니다. 광주시장에 진보신당 윤난실 후보, 울산시장에 진보신당 노옥희 후보가 출마했습니다.

2011년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는 한나라당의 나경원 후보가 나섰지만, 박원순 무소속 후보에게 패배했습니다. 2014년 6회 지방선거에서는 대구시장에 무소속 이정숙 후보가 도전한 것이 유일한 사례였습니다.

2018년 7회 지방선거는 어떨까요? 4월 1일 현재 선관위에 등록한 시도지사 여성 예비후보는 모두 7명입니다. 서울시장 예비후보는 대한애국당 인지연 후보, 녹색당 신지예 후보입니다. 부산시장 예비후보는 정의당 박주미 후보입니다. 인천시장 예비후보는 더불어민주당 홍미영 후보, 광주시장 예비후보는 더불어민주당 양향자 후보입니다. 경남시장 예비후보는 자유한국당 김영선 후보, 그리고 제주지사 예비후보는 녹색당 고은영 후보입니다.

예비후보로 등록하지 않았지만 서울시장에 도전장을 낸 더불어민주당의 박영선 의원과 세종시장 출마 의사를 밝힌 자유한국당의 송아영 부대변인도 있습니다. 여성 시도지사 후보는 앞으로 더 나올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 가운데 눈길을 끄는 사람은 서울시장에 도전한 박영선 의원, 그리고 인천시장에 도전한 홍미영 후보입니다.

박영선 의원은 <문화방송>(MBC) 기자 출신으로 2004년 17대 총선에서 열린우리당 비례대표로 국회의원이 됐습니다. 이어 18·19·20대는 서울 구로을 지역구에서 당선된 4선 국회의원입니다. 국회 법사위원장, 원내대표, 비상대책위원장을 지냈습니다. 재벌개혁에 앞장선 정치인으로 유명합니다. 그의 인터넷 홈페이지에 가면 ‘여성’이라는 제목으로 이런 글을 볼 수 있습니다.

‘여성다움이 이 세상을 이끌어간다.’ 파우스트의 마지막 부분에 나오는 구절입니다. 저는 이 구절을 이 세상을 움직이는 것은 결국 여성다움이라는 뜻으로 받아들였습니다. 이 말은 두고두고 저에게 깨달음과 에너지가 되어줍니다. 저는 여성은 신비롭고 창조적인 힘의 근원지라고 봅니다. 어머니라는 이름으로 이 세상에서 생명을 가진 모든 것의 원형이 되죠. 저는 한 아이의 엄마가 되고, 사회구성원이 되고 젊은이들보다 조금 더 살아 본 어른이 되고 나서는 부드러우면서도 탄탄한 힘을 지닌 여성다움이 이 세상에서 가장 강한 힘임을 실감합니다.

홍미영 인천시장 예비후보는 17대 국회의원과 민선 5기와 6기 부평구청장을 지낸 정치인입니다. 그는 1985년 인천 부둣가 달동네에서 인천 최초의 공부방을 열었고 이후 부평 달동네에서 공부방 ‘해님방’을 여는 등 인천에서 오랫동안 빈민운동과 풀뿌리 지역운동을 했습니다. 이후 1991년 부평구의원, 2대와 3대 인천광역시의원도 지냈습니다.

홍미영 더불어민주당 인천시장 예비후보. <한겨레> 자료사진

그가 인천시장에 도전하며 지난 1월 <사람 사는 세상이 온다>는 책을 냈습니다. 추미애 대표와 정세균 국회의장, 박원순 서울시장 등 유명 정치인들이 축사를 썼습니다. 그런데 저에게는 공부방 제자인 가수 강헌구씨가 쓴 소박한 축사가 더 눈에 들어왔습니다.

“어릴 땐 정말 친한 누나의 엄마, 저희 가르치시는 선생님인 줄만 알았어요. 그때나 지금이나 친근함과 지칠 줄 모르는 열정은 여전하세요. 진정성 있는 홍미영 선생님, 앞으로 가시는 길이 더 기다려집니다.”

박영선 의원과 홍미영 후보는 당 대표나 국회의원을 지낸 유명 정치인인데도 당내 경선에서 힘겨운 싸움을 벌이고 있습니다. 박영선 의원은 박원순 서울시장, 우상호 의원과, 홍미영 후보는 박남춘 의원, 김교흥 전 국회사무총장과 경쟁 중입니다. 경쟁자들이 워낙 막강한 상대들입니다.

광주시장에 도전한 더불어민주당 양향자 최고위원, 경남지사에 도전한 자유한국당의 김영선 전 의원은 당내 경선에서 이기거나 공천을 받을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합니다.

이런 추세로 가면 이번 6·13 지방선거에서도 여성 시도지사가 탄생할 가능성이 그리 크지 않은 것입니다.

더불어민주당 안에서는 여성 시도지사를 탄생시키기 위해 정치적 결단으로 과감하게 전략 공천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목소리가 있지만 큰 힘을 얻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6·13 선거 결과로 당이 존폐의 갈림길에 처할 수도 있는 자유한국당은 아예 그런 생각조차 할 여유가 없는 것 같습니다. 안타까운 일입니다.

2012년 대통령 선거에서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가 당선됐을 때 해외 언론의 시각은 엇갈렸습니다. 미국보다 먼저 여성을 대통령으로 뽑았다는 긍정적 평가도 있었지만, ‘독재자의 딸’을 대통령으로 뽑은 이상한 나라라는 비판이 더 많았습니다.

어쨌든 여성 대통령의 탄생이 우리나라에서 여성의 지위 향상을 가져올 수 있다고 많은 사람이 기대했습니다. 그러나 박근혜 전 대통령은 탄핵당했고 지금 감옥에 있습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실패는 ‘독재자의 딸의 실패’이지 ‘여성의 실패’일 수 없습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실패가 ‘기업인 출신 대통령의 실패’이지 ‘남성의 실패’가 아닌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그런데도 박근혜 전 대통령의 실패로 우리나라 여성 정치인들이 지나치게 위축되는 것 같아서 참 걱정입니다.

촛불 혁명 시대,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정치 리더십에는 ‘더 많은 여성성’이 필요하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정치뿐이겠습니까? 모든 분야에서 우리에게는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은 여성 지도자가 필요합니다. 6·13 지방선거에서 여성 정치인들의 선전과 약진을 간절히 기원합니다.

성한용 선임기자 shy9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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