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아보니]"막말 프레임에 가뒀다"는 홍준표

허남설 기자 2018. 4. 1. 1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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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 권호욱 선임기자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가 ‘막말 논란’ 비판에 대해 “프레임에 가둔 것”이라며 막말이 아닌 ‘알기 쉬운 용어’나 ‘적절한 비유법’이라고 주장했다. 홍 대표는 이 또한 때와 장소를 가려서 쓴다고 했다. 홍 대표의 주장은 과연 타당할까.

홍 대표는 지난달 31일 페이스북에 “나를 막말 프레임에 가둔 것의 출발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 자살했다는 말에서 출발한다”며 “서거했다는 말을 했다면 그런 프레임이 등장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자살이라는 표현은 가장 알기 쉬운 일상적 용어인데, 자기들이 존경하는 전직 대통령을 모욕했다고 받아들이다 보니 그걸 막말이라고 반격을 시작했다”며 “그 뒤 향단이, 바퀴벌레, 암덩어리, 연탄가스, 영남지역에서는 친밀감의 표시로 흔히 하는 영감탱이 등 우리가 통상 쓰는 서민적 용어를 알기 쉬운 비유법으로 표현하면 할 말이 없는 상대방은 이것을 품위 없는 막말이라고 매도해 왔다”고 주장했다.

홍 대표는 “외교적 표현을 할 때와 서민들을 대상으로 하는 국내 정치를 할 때 어떻게 말해야 하는지 정도는 구분할 줄 안다”며 “맞는 말도 막말로 매도하는 세상”이라고 역공했다.

‘서민들을 겨냥한 알기 쉬운 말’을 상황에 맞게 한다고 주장한 것이다. 하지만 ‘바퀴벌레’ ‘암덩어리’ ‘고름’ ‘연탄가스’ ‘충치’ 등 당내 정치적 반대파를 겨냥한 말들 뿐 아니라, 그가 말하는 ‘서민’ 등 일반시민이나 불특정 다수 집단에 대해 한 말을 두고도 막말 논란이 일었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지난달 20일 6·13 지방선거 총괄기획단 전체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서울 여의도당사 회의실로 들어서고 있다./권호욱 선임기자

널리 회자되는 사례는 ‘이대 계집애들’ 발언이다. 홍 대표는 한나라당 대표 시절인 2011년 10월 서울 홍대 앞에서 한 대학생들과 ‘타운미팅’에서 대학 때 이화여대생과 미팅을 한 경험을 언급하면서 “내가 고등학교 (어디를) 나왔다고 하자 (만난 지) 30초도 안 돼서 일어났다. 전여옥 의원(당시 한나라당 의원)이 이대거든, 전여옥한테 내가 ‘이대 계집애들 싫어한다’ 이런다”고 했다. 이후 한나라당 의원총회에서 홍 대표는 “내가 막말한 것이 됐는데 거듭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한나라당 대표 시절 기자에게 “너 진짜 맞는 수 있다”고 폭언도 했다. 2011년 7월 홍 대표는 한 기자가 당시 야당인 민주당이 ‘한나라당 전당대회로 모 저축은행 자금이 흘러갔다’고 주장한 것을 들어 ‘돈을 받은 적이 있느냐’고 묻자 “그걸 왜 물어. 너 진짜…너 진짜 맞는 수 있다”고 했다. 이어 그 기자가 ‘야당이 그렇게 주장한다’고 재차 묻자 “내가 그런 사람이야? 버릇없이 말이야”라고 면박을 줬다. 당시 현장엔 여러 기자가 있었다.

2012년 11월엔 방송사 경비원에게 “니들 면상을 보러 온 게 아니다. 너까짓 게”라고 해 논란이 됐다. 홍 대표는 당시 새누리당 경남지사 후보로 한 종합편성방송 시사프로그램에 출연하기 위해 이 방송사를 찾았는데, 경비원이 입구에서 출입을 통제하며 신분증을 요구하자 “날 불러놓고 왜 기다리게 하느냐. 이런 데서 방송 안 하겠다”며 승강이를 하는 과정에서 이같이 말했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홍 대표가 대중적 반감을 부른 언행을 단순히 ‘농담’이라고 해명하는 등 공인에 걸맞는 인식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점이다. ‘이대 계집애들’ 발언에 대해 홍 대표는 당시 의원들에게 “농담 한마디도 활자화되면 정말로 잘못 비치면 큰 문제가 되겠다고 생각된다. 앞으로 농담도 가려서 하겠다”고 했다.

지난달 7일 청와대 초청 여야 5당 대표 오찬에서도 안희정 전 충남지사 성폭행 의혹을 두고 “임종석(대통령 비서실장)이 기획했다는 얘기가 있던데”라며 ‘미투(#metoo·나도 고발한다) 운동’을 음모론 차원에서 접근하는 ‘막말’을 했지만, 홍 대표는 “농담”이라고만 했다. 당시 현장엔 풀취재(POOL·공동취재)를 하는 기자들이 배석한 상황이었다.

<허남설 기자 nshe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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