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도세 버티기' 거래절벽 시작됐다.. 집값, 오를까 내릴까

태원준 기자 2018. 4. 1. 10:02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제도가 1일부터 시행에 돌입했다. 지난 몇 개월간 부동산 시장의 최대 이슈였던 ‘4월 이후 장세’를 곧 눈으로 확인할 수 있게 됐다. 정부가 지난해 양도세 중과 방침을 밝히며 시행 시점을 올 4월로 멀찍이 잡은 것은 그 사이에 다주택자는 집을 팔라는 취지였다. 올 1~3월 주택 거래량이 작년보다 껑충 뛴 걸 보면 팔 사람은 팔았다.

양도세 중과는 주택 투기를 억제해 집값을 안정시키려는 조치다. 집을 여러 채 보유하는 ‘투기세력’이 서울 강남권 등 부동산 인기지역의 집값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고 정부는 봤다. 정부는 이 정책의 취지대로 4월 1일 이후 부동산 가격이 정상화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이상 급등한 집값이 꺾이고 점진적으로 원래 시세를 찾아가는 시나리오를 그렸을 것이다.

하지만 시장에선 줄곧 반론이 잇따랐다. 정반대로 폭등론을 펴는 이들이 있었다. 이들은 4월 1일을 기점으로 오히려 부동산 가격이 ‘계단식 급상승’을 할 것으로 예상했다. 정부 규제가 나올 때마다 잠시 숨을 멈췄다가 깊게 들이마시듯 규제 영향이 집값에 반짝 나타났다 다시 급등하는 상황이 이번에도 펼쳐지리라 본다. 아직 집을 처분하지 않은 나머지 다주택자는 ‘버티기’에 들어갔고, 그 배경에는 이런 생각이 깔려 있다.

버티기를 시작한 이들에게 집을 처분할 수 있는 선택지는 많지 않다. 양도세 정책이 바뀔 때까지 기다렸다가 팔거나, 임대사업자로 등록해 8년을 기다린 뒤 정리하거나. 두 가지 모두 오랜 기다림 끝에도 지금처럼 또는 지금보다 집값이 높은 상태로 유지돼야 선택의 결실을 거둘 수 있다. 그게 아니라면 무거운 양도세를 감수하고 처분하는 수밖에 없다.

양도세 중과를 피해 집을 팔아버린 자와 예고된 변곡점에서 정반대 선택을 한 버티는 자. 희비가 어떻게 엇갈릴지는 이제 몇 달 안에 시장이 보여줄 것이다. 집값은 앞으로 내릴 것인가, 아니면 더 오를 것인가. 팽팽하게 맞서 있는 두 전망의 논리는 이렇다.

◆ “집값 이미 꺾였다”

1일부터 서울 전역을 포함한 ‘조정 대상 지역'에서 다주택자가 집을 팔 경우 양도세가 대폭 상향된다. 2주택자는 기본 세율에 10%, 3주택자는 20% 상향된다. 최근의 부동산 통계는 양도세 중과를 앞두고 눈에 띄는 변화를 보였다. 올 들어 지난 3월까지 주택 매매 거래량이 크게 늘었고, 매달 2000가구 가까운 주택이 증여됐으며, 임대사업자 등록도 급증했다.

한국은행이 지난해 국회에 보고한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다주택자 수는 198만명이다. 전체 주택 보유자의 14.9%로 추산된다. 이들이 보유한 주택은 457만 가구로 전체 주택의 무려 3분의 1 정도(31.5%)에 해당한다. 최근의 통계는 이들 중 일부가 4월 양도세 중과를 앞두고 움직였음을 말해준다. 이들의 움직임은 부동산 시장에 어떤 영향을 줬을까?

거래량 증가, 임대사업자 등록 급증과 함께 나타난 최근의 현상 중 하나는 전세값의 뚜렷한 하락세다. 서울의 경우 5년8개월 만에 평균 전세값이 떨어졌다. 전세값은 흔히 매매가의 선행지수로 여겨진다. 전세값이 떨어지면 ‘전세 끼고 매수하는’ 부담이 그만큼 커지게 되며, 이는 매수세를 약화시키는 요인이 된다. 향후 집값 하락을 예상하는 이들은 요즘 가장 결정적인 지표로 전세값 추이를 꼽고 있다.

또 한층 강화된 대출 규제로 집값 상승 동력이 거의 바닥 난 상태라고 말한다. 모든 시중은행이 지난 26일부터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등이 담긴 ‘여신심사 선진화 가이드라인’과 ‘개인사업자대출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을 시행했다. 정부가 지난해 가계부채 관리를 위해 내놓은 종합대책의 세부 시행안이 마침 양도세 중과와 함께 적용되기 시작했다.

이에 더해 미국 금리인상의 여파로 국내 금리가 계속 오르고 있다. 한국은행도 연내 금리인상의 불가피성을 인정한다. 예금 및 대출 금리가 오르면 부동산 수요 심리는 위축된다는 게 업계의 상식이다. 집값 하락론자들은 이처럼 전세값 하락, 대출 규제 강화, 예고된 금리인상으로 4월 이후 부동산 시장이 종전과 판이하게 다른 양상을 보일 거라고 주장한다.

◆ “집값, 그냥 오르지 않고 폭등한다”

거의 모든 전문가들이 4월 이후 부동산 거래가 급감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또 부동산 현장의 거의 모든 중개업자들이 3월 말까지 거래되지 않은 매물을 매도인들이 거둬들이고 있다고 전한다. 그동안 부동산 시장에선 여러 차례 ‘거래절벽'이란 용어가 사용됐지만 이제부터 나타날 거래절벽은 지금껏 경험해보지 못한 것일 수 있다.

집값 폭등론은 이 거래절벽을 거꾸로 부동산 가격 상승의 근거로 제시한다. 수요와 공급의 단순한 원리와 함께. 집주인들이 매물을 거둬들인다는 것은 주택시장에서 공급이 줄어든다는 것을 의미한다. 주택 공급은 신규 주택 건축과 기존 주택 매도로 이뤄지는데, 그 중 한 축이 크게 줄어드는 상황이란 것이다. 공급이 감소하면 수요-공급 그래프에서 가격은 올라갈 수밖에 없다고 경제학원론에 나와 있다.

이런 주장을 펴는 쪽은 하락론의 근거를 조목조목, 그것도 철저하게 거꾸로 해석해 반박해 왔다.

“전세값이 하락하는 것은 전세 수요자가 대거 매매로 돌아섰기 때문이다. 집값 급등세가 이어지면서 전세 거주자들의 상대적 박탈감이 컸고, 이들이 이제라도 사자는 대열에 합류한 결과로 전세 수요가 줄어 전세값이 떨어졌다.”

“대출 규제로 주택 수요가 줄어든다는 논리는 취약하다. 최근 개포 8단지 아파트 청약 열기가 이를 보여줬다. 대출이 막혀 청약에 당첨되더라도 10억원 가까이 현금이 있어야 하는데, 모델하우스 앞은 장사진을 이뤘다. 대출 규제가 주택 수요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고, 인기 지역에는 더욱 그렇다.”

“금리인상은 전통적으로 부동산 악재라고 여겨졌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금리를 올리는 건 경기가 좋아야 가능한 일이다. 미국이 금리를 올린다는 건 미국 경기가 살아났다는 뜻이고 이는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도 활황이 찾아올 때가 됐음을 뜻한다. 수출 호황은 내수로 이어지고 내수 활성화는 부동산 시장에도 긍정적 요인이 된다.”

이처럼 정반대의 두 주장 사이에서 전문가들은 집값의 ‘약보합’ ‘정체’ ‘안정세’ 등에 더 무게를 두고 있다. 하지만 서울을 비롯해 새로 분양하는 아파트나 신축 아파트를 중심으로 강보합세나 상승세를 유지할 것이란 의견도 만만찮다. 특히 서울 강남과 한강변, 도심 등 인기 지역은 4월 이후에도 추세 변동이 크지 않으리라 보는 시각이 있다. 이는 주택시장이 현저한 양극화로 나아갈 수 있음을 시사한다.

부동산 시장은 중요한 변곡점을 맞았다. 집값은 오를 것인가 내릴 것인가. 시장의 많은 참여자가 이미 한 쪽에 ‘베팅’을 했다. 결과는 연내에 판가름 날 것이다. 같은 시장을 놓고 이렇게 정반대로 해석하는 상황은 흔치 않다. 그만큼 한국 부동산 시장이 낮은 예측 가능성, 높은 불확실성을 갖고 있음을 말해준다. 이것도 정상은 아니다.

태원준 기자 wjtae@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Copyright © 국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