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도전' 김태호PD "내게 '무도' 멤버들이란"

강은영 입력 2018. 3. 31.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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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재석은 중심, 박명수 끝까지 해줘 감사, 정준하는 눈물 많아"
김태호 PD가 30일 오후 서울 상암동 MBC 사옥에서 13년간 이끌었던 예능 프로그램 ‘무한도전’에 대한 소회를 밝혔다. MBC 제공

MBC 예능 프로그램 ‘무한도전’을 13년 간 연출한 김태호(43) PD는 소재 고갈로 인한 스트레스가 심했던 모양이다. 30일 서울 상암동 MBC사옥에서 취재진과 만난 김 PD는 “소재와 스토리텔링에 대해 소위 쓰는 말로 ‘탈탈 털었다’라고 하는데, 저는 (아이템을) 턴 다음에 제습기와 건조기에 넣어서 이미 다 끝났다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13년 간 새로운 도전을 펼쳐야 하는 ‘무한도전’이라는 숙제에 어깨가 무거웠나 보다.

김 PD는 31일 방송을 끝으로 ‘무한도전’을 향하던 메가폰을 내려놓는다. 김 PD가 ‘무한도전’을 떠난다는 소식에 유재석 박명수 정준하 하하 조세호 양세형 등 6명의 ‘무한도전’ 멤버들도 “하차하겠다”고 밝힌 상황이다. 일곱 남자 모두 ‘무한도전’을 떠난다고 하니 아쉽기 그지 없다. 김 PD도 서운한 마음을 감출 길 없을 터. 김 PD가 돌아본 멤버들에 대한 마음은 어떨까.

김태호의 페르소나 유재석 그리고 박명수 정준하

김 PD는 간담회 도중 영국 작가 윌리엄 골딩의 소설 ‘파리 대왕’을 소개했다. 1954년 발표된 이 소설에는 비행기가 불시착 해 무인도에 고립된 소년들의 모험담이 담겼다. “소년들이 섬에서 어떻게 벗어날까를 고민합니다. 인간적 고뇌를 한다는 점에서 ‘무한도전’과 다르지 않다고 봐요.” 어쩌면 김 PD는 ‘무한도전’이라는 프로그램을 만들 때 ‘파리 대왕’을 모티브로 삼았는지도 모르겠다.

13년 간 동고동락한 멤버들의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었을 것이다. 김 PD는 29일 멤버들과 종방연을 하면서 제작진이 만든 ‘무한도전’ 후드티를 선물했다고 했다. “저는 안 울었는데 멤버들은 눈물을 흘렸어요. 멤버들은 매주 목요일 녹화가 삼시세끼 먹는 것처럼 습관이 돼있죠. 그들은 ‘다음주 MBC 주변을 돌다가 마주치지 말자’ ‘등산갈까’ ‘스마트폰으로 뭘 좀 찍어볼까’ 등 이야기를 하며 아직 (이별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어요. 서서히 받아들여야 할 겁니다.”

김 PD는 “‘무한도전’의 중심”인 유재석에 대한 이야기를 빼놓지 않았다. 사실 ‘무한도전’은 지난 몇 년 간 김 PD와 유재석 사이에 ‘불화설’이 돌기도 했다. 아이템 선정에 따른 두 사람의 의견차이가 심해 감정의 골이 깊어졌다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김 PD는 이에 대해 “유재석과 사이가 틀어지지 않았다”며 부인했다.

“유재석이 없었다면 ‘무한도전’도 없었습니다. 이게 될까 저게 될까를 항상 논의했던 상대가 바로 유재석입니다. 가장 많은 대화를 했던 사람도 유재석이고요. 저도 걱정이지만 유재석씨가 다음주 목요일부터 공허하지 않을까 걱정이 앞서기도 합니다.”

김 PD는 박명수에 대해서도 “2010년 10월부터 함께 하면서”라며 날짜까지 기억했다. 그러면서도 “박명수가 끝까지 할 거라는 것도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고 말하면 웃어보였다. 김 PD는 “박명수가 본인의 색깔을 잃지 않고 끝까지 와준 게 감사하다”며 “아시다시피 기복이 많은 분이라 어떻게 보면 그걸 활용해서 (제작진이) 큰 웃음을 터트리게 만들어야 했다. 저희도 하는 일이 많아서 그 부분을 놓치고 있었나 싶기도 하다”고 털어놨다.

김 PD는 정준하를 두고도 “마음이 섬세하고 작은 것에도 상당히 슬퍼하고 눈물이 많은 캐릭터”라며 “매주 일일이 생각하지 못하고 묻어두고 간 듯해서 아쉽다”고 했다. 하하를 “보이지 않는 미드필더의 역할”로 표현한 김 PD는 “유재석과 함께 많은 공을 세웠지만 그에 비해 표가 잘 나지 않았던 것 같다”고 말했다. “하하가 그런 말을 했어요. ‘무한도전’을 시작할 때 꼬맹이였는데, 어느 날부터 역사를 대변하는 사람이 되어 있더라’고요. ‘제작진과 함께 일본의 우토로 마을(일제강점기 때 강제 징용된 한국인이 살던 마을)을 다녀왔을 뿐인데’라며 시청자와 고민하는 것을 담아보려 하니까 성장했던 시간이었던 것 같아요.”

31일 시즌을 마감하는 MBC 예능 프로그램 ‘무한도전’의 출연자 조세호(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정준하 유재석 양세형 박명수 하하. MBC 제공

미안하고 안쓰러운 멤버들

양세형과 조세호에 대한 마음은 각별해 보였다. 김 PD는 “양세형은 마음 아픈 멤버 중에 한 명”이라며 “너무 잘해서 초대했던 인물이지만 ‘우리 멤버입니다’라고 잘 드러내지 못해서 미안했다. 지난 2년 간 ‘무한도전’을 든든하게 해줬다”고 높이 평가했다.

2009년 ‘박장군(박명수)의 기습공격’ 코너에서 박명수의 부름을 받고 왔던 조세호는 9년 만에 ‘무한도전’의 멤버가 되기도 했다. 김 PD는 “‘박장군의 기습공격’으로 인연이 있었다”며 “그 때는 두드러지게 보이지 않았지만 ‘스타의 친구를 소개합니다’ ‘윷놀이 특집’ 등 끊임없이 인연을 이어왔다”고 조세호를 소개했다.

김 PD는 “조세호는 지난 10년은 ‘무한도전’에 들어오기 위해 살았다라고 하더라. 6개월 정도 함께 했다”고 말했다. 조세호도 김 PD에게 “칭찬만 받다가 딱 멈추기 때문에 가장 행복한 기억만 남을 것 같다”고 했다고 한다.

김 PD에게 정형돈과 노홍철은 아픈 손가락이다. 정형돈은 2015년 공황장애 등 건강상의 이유로, 노홍철은 2014년 음주운전 논란으로 ‘무한도전’을 하차했다. 김 PD에 따르면 정형돈은 종방연을 찾아 ‘무한도전’의 마지막을 아쉬워했다. 노홍철은 해외 일정 등으로 종방연에 참석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PD는 “정형돈이 마무리를 같이 하고 싶어서 용기를 내서 종방연에 왔더라”며 “아직 사람들이 많은 곳을 힘들어해서 용기라고 표현했다”고 챙겼다.

김 PD는 “사실 작년에 노홍철을 복귀시키려고 하다가 여름께 힘들다는 걸 서로 확인했다. 그래서 그때부터 조세호를 떠올렸다”며 조세호가 멤버도 투입된 계기도 설명했다. 그는 노홍철과의 일화도 공개했다. “예전에 노홍철과 고민했던 프로그램이 있어요. 4년 전 촬영했던 ‘비긴어게인’ 특집을 하면서 이태원의 경리단길과 해방촌길을 간 적이 있어요. 이때 노홍철이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면서 외국인 손님을 맞이하고 한국을 알리는 걸 하면 어떨까’ 하길래 ‘방송으로 해보자’고 한 적이 있습니다. 결국 노홍철이 떠나서 못하게 됐지만요. MBC에브리원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나 JTBC ‘효리네 민박’ 과는 다른 프로그램이 됐을 지도 모르지요.”

김 PD는 ‘무한도전’ 시즌2를 연출할지, 아니면 전혀 새로운 프로그램으로 돌아올지 “결정된 게 하나도 없다”고 했다. 조만간 미국 로스앤젤레스로 연수를 떠나 미래를 계획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간담회 말미에 그가 쏟아낸 고민은 자신의 미래도, ‘무한도전’과의 작별도 아니었다.

“31일 나갈 ‘무한도전’ 방송을 시사했는데 내용이 15분 이상 넘쳤어요. 어딜 잘라야 하나 지금도 그 생각뿐입니다. 항상 아쉬운 마음이 남네요.”

강은영 기자 kis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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