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조의 '과거개혁'과 문재인의 '강원랜드 부정합격 취소'
1747년 2월, 과거시험 결과가 이상하다는 점을 알아차린 영조(그림)가 크게 화를 내며 개혁을 다짐합니다.
“…높은 성적을 버리고 200장의 피봉을 다 뜯어 본 뒤 반드시 경화벌열 출신을 가려 장원으로 뽑으니 불공정함이 막심하다.…내가 오늘부터 이러한 병폐를 완전히 개혁하겠다.”
‘피봉’(皮封)은 과거 시험 답안지의 오른쪽 끝부분을 말합니다. 여기에 응시자의 이름, 생년월일, 본관, 사조(四祖·아버지, 할아버지, 증조할아버지, 외할아버지) 등의 신상을 적고, 접은 뒤 풀로 붙여 제출합니다. 실력만으로 합격자를 판단하기 위한 ‘조선식 블라인드테스트’인 셈입니다. 이런 원칙이 무너진 것을 확인한 영조는 시험의 공정성이 훼손됐다고 분개하고 있는 겁니다.
인생의 큰 관문이 되는 시험이 있습니다. 조선시대에는 말할 것도 없이 과거가 가장 중요한 시험이었습니다. 지금은 대입입시가 큰 시험이고, 취업난이 극심해지면서 일자리를 얻기 위한 시험, 면접 등이 예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높아졌습니다. 시험의 핵심은 공정성이고, 누구나 그것이 지켜질 것이란 믿음을 가지고 응시합니다. 그러나 공정성이 망가지는 사례가 종종 발생했습니다. 그 때마다 큰 분노가 일었고, 만연하면 사회 전체가 휘청이기 마련입니다. 최근 발간된 ‘선비의 답안지’(김학수 외 지음, 한국학중앙연구원 출판부)에는 조선시대 과거의 부정적 이면이 소개돼 있어 씁쓸한 역사의 반복을 확인하게 됩니다.
◆치열한 경쟁, 기상천외의 부정행위까지 등장
“인간 세상의 영광 중에 과거 급제가 으뜸이다.”
치열한 경쟁을 뚫기만 하면 얻는 것이 많았기 때문에 부정의 유혹이 강했습니다. 응시자들은 다양한 부정행위를 저질렀습니다.
가장 고전적인 방식은 ‘협서’(挾書)입니다. 오늘날의 커닝이라고 보면 됩니다. 참고서적을 종이에 작게 써서 머리카락이나 입속에 감추는가 하면, 콧속에 감추는 기상천외(?)한 일을 벌이는 응시자도 있었습니다. 남의 글을 베끼거나 대리시험을 보게 하는 ‘차술’(借述), ‘대술’(代述)의 문제 또한 컸습니다. 1566년 8월에 심진, 심자, 심전 세 사람은 “전혀 글자도 모르는 몽매한 아이들”인데 사마시에 합격해 “돈을 주고 생원, 진사를 샀다”는 비난을 받았습니다. 응시생들이 공동으로 답안을 작성하거나 베끼는 사례도 잦았습니다
◆시험의 공정성을 망가뜨린 권력층의 조직적 부정
과거의 공정성을 결정적으로 해친 것은 이런 개인적인 부정행위보다는 권력층인 응시자와 시험관이 결탁해 벌인 조직적인 부정이었습니다.
◆곤장에 합격취소, 시험무효까지…처벌은 했지만
조선 정부는 부정행위를 다양한 방식으로 처벌했습니다. 1447년(세종 29) 3월 의정부는 대리시험을 부탁하고 들어준 자, 이를 중간에서 연결한 자, 응시자와 부정을 도모한 시험관 등에게 장(杖) 100대를 때리고 평생 관직에 등용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는 건의를 세종에게 올렸습니다. 인조는 무과에서 대리시험이 적발되자 관련자 모두에게 ‘전가사변’(全家徙邊·당사자 뿐만 아니라 가족 전체를 북쪽 변방지역으로 이주하도록 하는 형벌)에 처하라고 명령했습니다. 또 부정행위를 일삼은 응시자가 다시는 과거 시험에 응시하지 못하도록 하는 ‘정거’(停擧)가 있었습니다. 부정행위자의 과거 급제를 취소하는 ‘삭과’(削科)라는 조치도 있었는데, 현재 진행 중인 강원랜드 부정합격자 퇴출 절차를 떠올리게 됩니다.
시험 자체를 아예 무효로 해버리는 ‘파방’(罷榜)도 있었습니다. 부정행위가 심각해 시험의 공정성에 문제가 있었다고 판단하면 취했던 조치입니다. 파방은 선의의 피해자가 생길 수 있습니다. 시험이 무효가 되기 때문에 부정행위와 무관한 합격자가 날벼락을 맞는 것입니다. 숙종 때의 학자 이동표는 1676년 10월 초시에 합격하고, 이듬해 2월 복시를 치렀는데 복시에서 대규모 부정행위가 발견돼 파방이 이뤄졌고, 그의 합격도 무효가 됐습니다. 그는 6년 뒤인 1683년에야 다시 급제할 수 있었습니다.
강구열 기자 river910@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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