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포트+] "아리수 드세요" 홍보하면서..뒤에서 정수기 쓰는 공무원들

송욱 기자 입력 2018. 3. 31. 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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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수돗물 '아리수' 홍보 문구들입니다.

서울시는 믿고 마실 수 있는 수돗물을 제공하겠다며 수천억 원을 들여 품질을 개선하고 이를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있습니다.

민원실뿐 아니라 구청 공무원들이 근무하는 사무실마다 아리수 급수기가 아닌 정수기가 놓여 있습니다.

서울시가 대외적으로는 아리수 홍보에 힘쓰면서도 정작 내부 공무원들조차 신뢰하지 못한다면 정책의 효과는 기대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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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네랄이 살아 있는 서울의 수돗물 아리수!", "고도정수처리시설로 건강에 맛까지 챙겼습니다!"

서울시 수돗물 '아리수' 홍보 문구들입니다. 서울시는 믿고 마실 수 있는 수돗물을 제공하겠다며 수천억 원을 들여 품질을 개선하고 이를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실제 아리수를 마시는 '음용률'은 기대치에 훨씬 못 미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홍보에 앞장서는 서울시의 공무원들은 과연 아리수를 마시고 있을까요?

오늘(31일) SBS 리포트+에서는 서울시가 수돗물 정수와 홍보에 막대한 예산을 쏟아부으면서, 정작 공무원들도 외면하는 실태를 짚어보았습니다.

방문객에겐 수돗물…정작 공무원들은 정수기에 생수까지?

SBS 취재진은 최근 서울의 한 구청 민원실을 찾아갔습니다. 민원실 한쪽에는 방문객들을 위한 '아리수', 즉 수돗물이 나오는 급수기가 설치돼 있었습니다. 취재진이 급수기 이용자를 3시간 동안 지켜본 결과, 방문객들만 이 물을 마실 뿐 공무원들은 이용하지 않았습니다.

왜 그런지 컵을 든 구청 직원을 따라가 봤더니 민원실 창구 뒤쪽에 따로 설치된 정수기에서 물을 받고 있었습니다. 방문한 시민에겐 수돗물을 마시라고 하고, 공무원들은 뒤에서 정수기 물을 마시고 있었던 겁니다. 민원실뿐 아니라 구청 공무원들이 근무하는 사무실마다 아리수 급수기가 아닌 정수기가 놓여 있습니다.

취재진이 찾아간 서울시의 또 다른 구청 민원실에도 아리수 급수기가 놓여 있었습니다. 하지만 공무원들은 사무실 안쪽에 설치한 정수기를 이용하고 있었고, 생수를 사다가 쌓아놓기까지 했습니다. 해당 구청의 공무원은 "음수대가 멀어서 나가는 게 불편하니까 일부 부서, 민원 부서에서 설치하고 있다"고 해명했습니다.

서울시청의 경우 탕비실마다 온수가 나오는 아리수 급수기가 설치돼 있었습니다. 하지만, 공무원들은 전기 포트를 따로 두고 물을 끓여 마셨습니다.

집에서 수돗물을 끓여 먹는다는 한 시민은 "수돗물이 청결하다고 홍보하면서 정작 공무원들이 솔선수범하지 않는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학교엔 정수기 없애고 아리수 급수기 설치…생수 챙겨오는 학생들

취재진이 찾은 서울의 한 고등학교에는 식당은 물론 각 층 복도마다 아리수 급수기가 설치돼 있었습니다. 청소년의 수돗물 음용률을 높이겠다며 서울시가 기존에 설치돼 있던 정수기도 없애게 한 뒤 설치해준 것입니다.

서울시가 이렇게 시내 초·중·고교 1천3백여 곳에 설치한 아리수 급수기만도 2만 대가 넘습니다. 하지만, 많은 학생들이 집에서 생수를 챙겨와 마시고 있었습니다.

수돗물 정수·홍보에 수천억 원 쓰면서 공무원들도 신뢰 못한다면…

믿고 마실 수돗물을 만들겠다며 서울시가 6개 아리수 정수센터에 고도 정수처리 시설에 들인 사업비만도 5천3백억 원에 달합니다. 여기에 서울시가 최근 5년간 쏟아부은 아리수 관련 홍보비만 190억 원에 달합니다.

미래세대인 학생들의 아리수의 음용율을 높이기 위해 청소년 홍보조직까지 만들어 아리수 온라인 홍보활동을 봉사활동 시간으로 인정해주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수돗물 직접 음용률은 7.6%, 즉 아리수를 믿고 마시는 시민은 아직 100명에 8명도 안 됩니다.

서울시가 대외적으로는 아리수 홍보에 힘쓰면서도 정작 내부 공무원들조차 신뢰하지 못한다면 정책의 효과는 기대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취재 : 노동규·남주현 / 기획·구성 : 송욱 / 디자인 : 안준석 / 촬영 : 신동환·김형진 / 사진 : 서울시 상수도사업본부)    

송욱 기자songxu@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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