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럽토크] 이엘, 연분홍빛 봄바람을 몰고온 '바람의 여신'

최재욱기자 2018. 3. 31. 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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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주연작 '바람 바람 바람'서 이성민 신하균 설레게 하는 제니 역 열연
이엘, 사진제공=NEW
이엘, 사진제공=NEW
이엘, 사진제공-NEW

[스포츠한국 최재욱 기자] 살다 보면 이 사람을 이제 알았다 싶었는데 착각이었다는 사실을 깨달을 때가 있다.

4월5일 개봉되는 코미디 영화 ‘바람 바람 바람’(감독 이병헌, 제작 주)하이브미디어코프)으로 데뷔 후 처음으로 주연 자리에 올라선 배우 이엘이 바로 그런 경우다. 이야기를 나누면 나눌수록 새로운 면모를 드러내는 여러 가지 얼굴을 지닌 천생 여배우였다. 고전 누아르 영화 속 팜므파탈 같아 보이다가 일순간 천진난만한 소녀로 변하고 강렬한 카리스마의 여신의 포스를 뿜어내다가 갑자기 청순한 봄처녀의 싱그러움을 드러낸다. 만날수록 호기심과 궁금증이 증폭되며 한 가지 질문이 계속 떠오르게 한다. “당신은 누구세요?”

지난 2015년 300만 관객을 모으며 뜨거운 인기를 모은 ‘스물’을 연출한 이병헌 감독의 두 번째 영화인 ‘바람 바람 바람’은 20년 경력의 바람둥이 석근(이성민), 권태기에 들어선 석근의 매제 봉수(신하균)와 여동생 미영(송지효) 부부 사이에 신비로운 매력을 지닌 ‘바람의 여신’ 제니(이엘)이 나타나면서 벌어지는 소동을 그린 코미디. 이엘은 바람둥이 석근과 소심한 봉수를 모두 설레게 하는 미스터리한 매력의 소유자 제니를 맞춤옷을 입은 듯 완벽히 소화해내며 스크린에 봄바람을 불러들인다.

“‘내부자들’ 촬영 당시 영화 제작 소식을 들었어요. 원작 영화 ‘희망에 빠진 남자들’을 한 번 보라는 이야기를 듣고 관심을 갖고 기다리고 있었어요. 작업이 진척돼 가면서 이병헌 감독님이 각색과 연출을 맡고 이성민-신하균 선배님이 출연한다고 하니 영화가 어떤 결로 나올지 더욱 기대됐어요. 감독님이 고맙게 저한테 제안을 주셔 시나리오를 받고 읽어보니 기대 이상이었어요. 꼭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제 필모그래피의 첫 주연 작품이니 정말 감회가 남달랐어요. 더군다나 제니가 이야기의 중심에 있고 제가 해왔던 것과 다른 색깔의 연기를 보일 수 있어 더욱 기대됐고요. 정말 꿈만 같은 일이었어요.”

‘바람 바람 바람’은 100분이라는 적당한 러닝타임 내내 이병헌 감독 특유의 재치와 유머 감각, 그리고 네 주연 배우들의 환상적인 ‘연기 케미’, 제주도의 아름다운 풍경이 유쾌한 웃음과 시원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특히 네 배우들의 연기궁합은 요즘 유행하는 말로 ‘슈퍼 그레잇’을 받을 만하다. 단순한 연기가 아닌 실제 친밀도를 관객들이 알아챌 만큼 ‘해피 바이러스’가 영화 내내 가득하다. 이엘은 이성민과 신하균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눈에서 애정이 넘쳐 흘렀다. 자신의 실제 큰 오빠와 작은 오빠 이야기를 하는 듯했다.

“성민 선배는 얼굴만 봐도 든든한 큰 오빠의 느낌이었어요. 늘 강하게 주장하지 않아도 부드러운 카리스마로 현장을 장악하시죠. 하균 선배는 사실 처음에는 어려웠어요. 낯도 가리시고 말수도 없으셔서요. 그래서 처음에는 서로를 관찰하는 시간을 가졌어요. 그러나 시간이 지나 경계의 벽이 무너지니 정말 재미있는 분이시더라고요. 과묵하고 표현을 잘 안 하시지만 모든 사람들을 다 세심하게 살피는 따뜻함과 진중함을 가지셨어요. 정말 긴 인생길에 의지하고 싶은 두 오빠가 생긴 느낌이었어요.”

제니는 사실 어찌 보면 남성들의 판타지가 담긴 극적인 캐릭터. 지극히 생활밀착형인 석근과 봉수, 미영과 달리 쉽게 공감을 얻기 힘든 인물이다. 이엘은 특유의 신비로운 매력과 성숙된 연기력으로 관객들을 매혹시키며 이야기 속에 빠져 들게 만든다. 처음으로 오디션 없이 제안을 받은 첫 주연 작에서 자신의 진기를 확실히 과시한다.

“칭찬해주시니 감사할 따름이에요. 제니의 외로움이나 호기심, 상처가 저와 잘 맞아 떨어졌던 것 같아요. 감정적으로 충분히 이해되는 캐릭터였어요. 제니는 상처를 혼자 감당하기보다 관계 사이에서 치유하려고 노력하죠. 그래서 이제까지와 다른 연기를 보여드리고 싶었어요. ‘내부자들’의 주마담이나 이전에 해온 역할들의 색깔이 진한 빨강색이었다면 ‘바람 바람 바람’의 제니는 연분홍색이었어요. 예전에는 뭔가 많이 드러내야 했는데 제니는 절제하고 담백하게 표현해야 했죠.”

‘바람 바람 바람’은 유쾌한 인생과 사랑에 대한 찬가다. 그러나 여성을 바라보는 시각, ‘콩가루 집안’으로 부를 만한 불륜 등의 소재가 요즘 사회 분위기와는 안 맞을 수 있다. 이엘은 이런 지적에 대해 “영화를 직접 보면 모든 오해가 풀리실 거”라며 영화에 대한 강렬한 애정을 드러냈다.

“‘바람 바람 바람’은 어찌 보면 성장 영화예요. 네 주인공 모두 나이만 먹었지 덜 성숙된 어른들이에요. 바람이나 불륜으로 겉포장을 했지만 그것만이 다는 아니에요. 너무나도 당연해진 관계 안에서 잃어버린 소중한 것들을 찾아가는 과정이 담겨 있어요. 외롭고 철없는 어른들이 인생의 소중함을 깨달아 가죠. 정말 외롭고 사랑 받고 싶었던 제니도 이 소동 속에서 가족으로 받아들여지고 행복해질 수 있는 희망을 갖게 되어? 영화를 보시면 사랑하는 사람의 소중함을 더욱 깨달으실 수 있을 거에요.”

이엘은 영화 ‘내부자들’ 이후 드라마 ‘도깨비’, ‘화유기’, 영화 ‘바람 바람 바람’, 연극 ‘아마데우스’ 등에 잇달아 출연하며 데뷔 후 최고의 주가를 누리고 있다. 소속사도 최근 가장 핫한 아티스트컴퍼니에 둥지를 틀며 말 그대로 ‘꽃길’을 걸을 태세다.

“정말 신기해요. 얼마 전까지 직접 프로필을 만들고 오디션을 보러 다녔는데 제 이름으로 온 책이 생기니까 아직은 얼떨떨해요. 행복하기는 한데 큰 과제가 생기는 느낌이에요. 쉬지 않고 일하니 뭔가 안에서 내적으로 고갈되는 느낌도 들고요. ‘아마데우스’ 출연은 정말 갑자기 결정했는데 고갈된 내면을 채우는 과정으로 보시면 돼요. 아직 연습이 부족해 딱 한번 무대에 올랐는데 그 짜릿함이 남달랐어요. 영화 홍보 끝낸 후 본격적으로 뛰어들어 보려고 해요.”

최재욱기자 jwch6@sportshank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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