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따라 멋따라] "보글보글" "톡톡" 김치 익어가는 소리..인사동 '김치간' 방문기

입력 2018. 3. 31.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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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설지만 바로 이런 소리가 납니다.

서울 종로구 인사동에 있는 김치 박물관 '뮤지엄 김치간'.

뮤지엄 김치간은 인사동의 중심부에 있는 서울 유일의 김치 전문 박물관이다.

어색한 '두유 노우 김치'를 외치기 전에 인사동 김치 박물관 김치간을 먼저 다녀오는 게 좋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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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성연재 기자 = 김치 익는 소리를 아시나요?

"톡톡", "보글보글"

낯설지만 바로 이런 소리가 납니다. 유산균이 내는 소리라고 하네요(첨부한 영상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서울 종로구 인사동에 있는 김치 박물관 '뮤지엄 김치간'.

3천년의 역사를 맛보고 호흡할 수 있는 소중한 공간이다.

인사동 주 도로에서 살짝 비껴간 곳에 있어 찾기 어려웠다.

4층으로 올라가 안내소를 지나 안으로 들어갔다.

우선 눈에 띈 것은 홀 양쪽에 자리 잡고 있는 커다란 통나무 2개였다. 그냥 통나무가 아니라 안쪽이 텅 비어 있다.

나경인 전시담당 파트장으로부터 설명을 들었다. 추운 지방에서만 사용한 '나무김칫독'이라 했다.

세계 각국의 발효음식 문화를 엿볼 수 있는 냉장고(성연재 기자)

통나무 속을 파낸 뒤 김치를 보관한 이 나무김칫독은 멀리 나가 장독을 구해오기 힘든 산촌 지방에서 주로 쓰였다.

재료로는 피나무가 많이 쓰였는데, 목질이 물러 다른 나무에 비해 파내기 쉬웠다고 한다.

오로지 인력으로만 파내야 했으므로 숯을 넣어 태운 뒤 긁어내는 방법을 쓰기도 했다.

또 나이가 든 피나무는 속이 텅 비워지는 경우가 많아 조금 손질해 사용했다.

산촌 지역에서 나무 속을 파내 김치를 보관한 나무김칫독(성연재 기자)

피나무 김칫독의 별미는 갓김치다.

주로 북한 지역에서 생산된 갓김치는 피나무 김칫독에서 익어가며 특유의 맛을 냈다고 한다.

영상실에서는 수도권의 '보김치', 호남의 '반지 김치'와 고들빼기, 강원도의 북어 김치, 충청도의 호박김치, 경상도의 배추김치와 '골곰짠지' 등 다양한 김치 관련 영상도 볼 수 있다.

또 다른 방문을 여니 전 세계에서 만든 발효 김치가 한눈에 들어온다.

이탈리아의 올리브 김치부터 아티초크 오이 피클까지…

손으로 터치하는 방법으로 재료를 넣어 김치를 만들어보는 프로그램(성연재 기자)

뮤지엄 김치간은 인사동의 중심부에 있는 서울 유일의 김치 전문 박물관이다. 풀무원이 운영한다.

김치 박물관이 문을 연 1987년 이래 많은 외국인이 한국의 김치 문화를 배우고자 이곳을 다녀갔다.

2015년 4월부터 올해 2월까지 외국인 2만2백여명이 방문했고 올해에는 1만명 이상이 찾을 것으로 박물관 측은 예상했다.

최근에는 동계올림픽에 맞춰 핀란드 방송 YLE가 동계스포츠 스타를 출연시켜 김치담그는 모습을 촬영하는 등 세계적으로도 주목을 받았다.

YLE는 평창동계올림픽을 맞아 기획한 '칼레와 사미, 한국에서'라는 프로그램을 제작했다.

단체를 상대로 한 김장 교실도 열린다(성연재 기자)

알파인스키 세계 챔피언 '칼레 팔란더'와 소치올림픽 크로스컨트리 스키 금메달리스트 '사미 야우호예르비'가 출연해 절인 통배추에 고춧가루와 무, 파, 새우젓 등 갖은 양념을 넣으며 직접 배추김치를 담그는 모습을 연출했다.

이쯤 되면 더는 "두 유 노우 김치?"라는 김치 확인증은 접어둬도 되지 않을까 싶다.

그간 우리는 외국인들을 상대로 "김치를 아느냐"며 뜬금없는 질문을 많이 해왔다.

김치 사진전도 열리고 있다(성연재 기자)

한국 예능 방송에 출연한 할리우드 스타 휴 잭맨에게 갑자기 한국 아이돌 스타가 손으로 김치를 찢어 그의 입에 넣어주는 모습이 방영됐다. 그리곤 물었다. "두유 라이크 김치(Do you like Kimchi?)"

김치 확인증은 언론계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2009년 7월 한국을 찾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퍼거슨 감독에게 황당한 질문이 쏟아졌다. "두 유 노우 김치(Do you know Kimchi?)"

퍼거슨 감독은 한술 더 떴다. "두 유 노우 미스 우(Do you know Mr Woo?)"

의미 없는 질문에 의미 없는 질문을 던진 것이다.

우리는 왜 전 세계인으로부터 '한국의 것'을 확인하려 할까?

관람객들은 다양한 김치를 맛볼 수 있다(성연재 기자)

어쩌면 우리는 그동안 타인의 인정과 칭찬을 통해 자부심을 채우고 싶었던 건 아니었을까?

하지만 이젠 더이상 김치를 묻지 않아도 될 것 같다.

왜냐하면 김치를 직접 만드는 외국인들까지 생겨나고 있기 때문이다.

어색한 '두유 노우 김치'를 외치기 전에 인사동 김치 박물관 김치간을 먼저 다녀오는 게 좋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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