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철의 철학경영] 우리는 어떤 목적으로 살아야 하는가?

오현환 기자 2018. 3. 30. 17:57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70> 질문에서 해결책 찾기
모르는 건 모른다고 말하는게
조직의 리더가 지녀야 할 용기
고객 행복 추구하는 조직 원하면
제대로 된 질문해야 답도 나와
김형철 연세대 철학과 교수
[서울경제] 언젠가 수업시간에 학생들에게 이런 질문을 던진 적이 있다. “여러분 저한테 질문 있습니까. 아 참 질문할 때 나는 절대로 쉬운 질문은 받지 않습니다. 내가 정말로 답변하기 힘들다고, 아니 아예 답변하지 못할 것 같은 질문만 골라서 해주세요. 옆자리에 있는 학우와 답변 불가능한 질문을 생각할 시간 2분 47초를 주겠습니다.” 선생이 답변하지 못할 질문을 생각하느라고 학생들은 열띤 토론을 벌이는 것 같았다. 강의실 전체가 시끌벅적했으니까. 이윽고 질문을 수집할 시간이 됐다. 과연 어떤 질문이 나왔을까. 나도 사실 굉장히 궁금했고 잔뜩 긴장했었다.

무슨 질문이 실제로 나왔는지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내가 이런 질문을 던진 이유이다. 그 이유는 세 가지다. 첫째, 모른다는 것을 솔직히 인정하라. 나는 사실 교수도 답변할 수 없는 질문이 있다는 것을 온몸으로 보여주고 싶었다. 학생들 앞에서 쩔쩔매면서 고민하는 모습을 통해서 교수도 모르는 것이 많구나 하는 사실을 깨닫게 하고 싶었다. 학생들은 항상 교수가 모든 것을 다 잘 알고 있다고 착각한다. 리더는 모든 것을 다 아는 사람이 아니다.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말할 수 있는 용기를 가져야 한다.

둘째, 질문을 생각하라. 제대로 된 질문을 던지는 것은 대단히 중요한 일이다. 질문이 잘못되면 잘못된 답이 나올 수밖에 없다. 무엇을 질문할 것인가를 생각하는 과정에서 우리는 많을 것을 생각하게 된다. ‘내가 모르고 있는 것이 무엇인가’를 생각해보라. 자기가 모르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스스로 모르겠거든 주변 사람에게 물어봐라. 내가 모르고 있는 것이 무엇인가. 리더는 자신이 알고 있다는 것을 남에게 자랑하는 사람이 아니라 자기가 모르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주변에 늘 물어보는 사람이다.

셋째, 학생에게 배워라. 선생은 학생을 가르치는 사람이 아니다. 학생이 스스로 배울 수 있도록 도와주는 사람이다. 선생이 해야 할 역할은 학생이 스스로 할 수 있는 레벨이 어디까지인가를 생각하는 것이다. 학생이 스스로 할 수 있는 것은 절대로 대신해주지 말아야 한다. 학생이 스스로 할 수 없다고 생각되는 것의 답을 보여주면 된다. 답도 말해주는 것보다 보여주는 것이 훨씬 낫다.

제자 두 명이 선생님을 찾아온다. “선생님. 인생은 어떻게 살아야 합니까.” 어떻게 보면 참 황당한 질문이다. 그러나 학생들의 눈빛은 질문에 대한 답변을 듣지 않고는 절대로 돌아갈 수 없다는 결연함이 보인다. 선생님은 즉문즉답 방식 대신에 둘을 데리고 과수원으로 간다. 그리고 정문에서 이렇게 말한다. “여기 이 과수원에는 아주 맛있는 사과들이 많이 있다. 너희가 제일 좋아하는 것 하나씩을 딸 수 있도록 해주겠다. 조건이 하나 있다. 절대로 되돌아가서는 안 된다.” 조금 있다가 두 제자가 각자 사과를 하나씩 손에 들고 왔다. 근데 표정이 둘 다 불만이다. 따고 난 뒤에 더 좋은 것을 발견한 것이다. 선생님은 이때 이렇게 말한다. “그게 바로 인생이다.” 이렇게 선생님은 제자에게 “인생의 게임이란 시계를 뒤로 돌릴 수 없는 것이다. 자신의 선택에 책임을 지고 살아갈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내 수업 시간에 나온 질문들 대부분은 내가 도저히 답변할 수 없는 것들이었다. 오래전 일이라 다 기억나지 않지만 그 중 하나는 “사람은 먹기 위해 삽니까. 살기 위해서 먹는 겁니까.” 즉문즉답하기로 약속했지만 당시에는 답변하지 못했다. 살기 위해서 먹는 사람은 살아야 할 목적이 분명히 있는 사람이다. 먹기 위해 사는 사람도 ‘먹겠다’는 목적을 분명히 가지고 살아가는 사람이다.

그러나 두 사람의 인격에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 목적에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조직도 마찬가지다. 고객의 행복을 위해서 존재하는 조직은 의미 있는 활동을 한다. 그러나 먹고살기 위해서 모인 조직은 돈 되는 것이라면 뭐든지 할 자세다. 우리는 조직의 목적을 분명히 해야 한다.

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