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노조 "카풀 앱 퇴출"..한국당과 연계 '투쟁'
"카풀앱, 카풀 도입 취지에 어긋나 퇴출돼야"
기사들 인센티브 도입하고 생존권 보장해야
[이데일리 김유성 기자] 택시 노조가 카풀 앱에 대한 반대 뜻을 분명히 했다. 자유한국당과 연계해 대(對) 정부 투쟁에 대한 의사도 보였다. 카풀 앱은 택시 기사들의 생존권을 위협하고 카풀 도입 취지에도 어긋나 퇴출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생존권을 내건 택시 노조와 자유한국당이 대정부 투쟁을 하겠다고 밝히면서, 자유한국당 당직자가 주도해 민중가요를 제창하는 등 ‘어색한 상황’도 연출됐다.
자유한국당 정책위원회 주최 ‘승용차 24시간 카풀제 도입 문제점’ 토론회가 열린 30일 국회의원회관 대회의실. 500여명이 들어갈 수 있는 회의장은 토론회 시작 전 30분 전부터 택시기사들로 채워지기 시작했다.
대회의실 무대 가까이 있는 의자에는 빨간색 색깔 배경에 하얀 글씨로 ‘홍준표’, ‘김성태’가 적힌 피켓이 놓여져 있었다. 자유한국당 당직자로 보이는 사람들이 의자 위에 올려 놓았다. 택시 기사로 보이는 어르신들 중에는 택시 생존권을 보장하라는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있었다.
행사 시작 20분 전. 자유한국당을 상징하는 빨간색 점퍼를 입은 함진규 의원실 보좌관이 무대 바로 앞에 섰다. 그는 마이크를 잡고 서 있었다. 좌중을 둘러본 그는 마이크를 통해 좌중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일어섯’이란 구호가 나오자 착석자들이 일어났다.
좌중이 모두 서자 스피커에서 민중가요가 재생됐다. 민중가수 ‘꽃다지’가 2000년에 발표한 ‘단결투쟁가’였다. 이 노래는 노동강 명곡선집에 수록돼 있다. 노동자들의 투쟁 현장에서 불리는 노래다.
자유한국당 당직자는 오른손을 들고 주먹을 상하로 오르내리는 ‘팔질’을 했다. 그는 이날 배포된 책자 뒷편에 가사가 있으니 따라 부르라고 했다. 참석자들은 일제히 ‘팔질’을 하며 노래를 불렀다. 일부는 어색한듯 책자에서 눈을 못 뗐다.
“동트는 새벽 밝아오면 붉은 태양 솟아온다. 피맺힌 가슴 분노가 되어 거대한 파도가 되었다. 백골단 구사대 몰아쳐도 꺽어 버리고 하나되어 나간다. 노동자는 노동자다…”
노래가 끝나자 구호 연습이 이어졌다. 보좌관은 “인간답게 살자는데 갑질카풀 웬말이냐”를 외쳤다. 참석자들은 따라했다. 그는 함 의원이 올라올 때 환호해달라는 부탁도 겻들였다. 특히 ‘함진규’라는 이름을 외칠 때 크게 외쳐달라는 주문이었다.
토론회 시작 5분 전, 민중가요가 두어차례 울리는 동안 택시 노조 간부가 올라왔다. 그는 홍준표 자유한국당 당 대표가 카풀앱을 막아줄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는 동안 민중가요가 배경음악처럼 회의실 안을 가득 채웠다.
하지만 행사가 시작돼 함진규 의원의 축사가 끝난 이후 1시간이 지나도록 홍준표 의원과 김성태 의원은 보이지 않았다. 의자 위 피켓만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안기정 서울연구원 연구원은 발제에 나서 카풀 제도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했다. 교통 혼잡을 줄이기 위해 출퇴근 시간에만 제한적으로 시행하자는 입법 취지가 카풀 앱의 등장으로 흐트러졌다고 전했다.
승차난에 대한 언급도 있었다. 카카오택시가 최근 콜비를 도입하고, 카풀 업체들이 승차 규제 완화를 요구하는 배경이 바로 승차난이다. 지하철 등 대중 교통이 끊긴 시간에 강남과 명동 등 서울 도심지와 부심지에 나타나는 고질적인 승차난 문제다.
안 연구원은 “특정 지역의 현상을 갖고 확대 해석하는 것은 어패가 있다”며 “한 쪽은 5만대의 감차를 얘기하면서 다른 한쪽은 (카풀을) 풀어주는 등 전형적인 정책의 엇박자가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고질적인 승차난의 개선 방안으로 심야 할증을 조정과 기사들에 대한 인센티브 안을 제시했다.
안 연구원은 “자정부터 4시까지 할증률을 20%로 정한 것은 다른 나라와 비교해도 짧은 편”이라며 “할증이 더 늘어나면 택시 수요에 대한 공급이 들어간다”고 말했다. 할증률을 높이고 할증 시간대를 늘려야 한다는 얘기다.
합승 부활에 대한 안도 언급됐다. 그는 “IT 플랫폼이 개발된 상황에서 충분히 (합승 시 안전 등을) 보장할 수 있다”며 “서울 공공 시스템과 연결된다면 안전 문제 발생 여지는 없다”고 말했다.
안 연구원은 승차거부를 할 수 없는 택시 승차 지역을 늘리고, 승차거부 없이 성실하게 운행하는 택시 기사에 대한 인센티브도 늘려야 한다고 했다. 기사들이 충분히 보상받으면 승차거부 문제도 사라질 것이라는 예상이다.
김태황 전국택시노조 사무처장은 카풀에 대해 더 강하게 반대했다. 그는 “카풀이 도입하게 된 배경을 (정부와 카풀앱 스타트업이) 외면하고 있다”며 “택시 시장을 빼앗으려고 하는 자본주의 병폐가 나타난 것”이라고 비판했다. 더 나아가 “공유 경제를 빙자해 거대 자본이 택시 산업을 황폐화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사무처장은 “특정 밀집 지역에서 여흥을 즐기고 나오는 사람들의 (귀가를) 보장하기 위해 택시 기사들의 생존권을 외면해야 하나”며 “카풀은 퇴출돼야 한다”고 말했다.
◇국토부 “원만하게 해결되도록 노력하겠다”
정부 측 패널로 참석한 박준상 국토부 택시산업팀장은 직접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다만 자가용 유상 운송은 엄격히 금지돼 있다는 점을 전제하면서도 “95년 만들어진 법을 갖고 일률적으로 제단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국내에서 카풀 앱을 운영하고 있는 회사는 3군데다. 풀러스와 럭시, 우버셰어다. 우버 셰어는 거주지와 근무지를 명기하는 등 카풀 규제에 맞춰 운영하고 있다. 럭시는 자체 출퇴근 시간을 정해놓고 운영하고 있다.
박 팀장은 “풀러스가 지난해 11월 24시간 선택제를 할 수 있도록 하면서 사회적 논란을 야기했다”면서도 “안기정 연구원이 발표한 것처럼 카풀 문제는 이것 하나만 놓고 볼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카풀 문제 뿐만 아니라 택시 산업 경쟁력을 강화하는 안을 동시에 논의해서 원만하게 해결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김유성 (kys401@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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