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김완주 기자= 네덜란드는 더 이상 유럽을 대표하는 강팀이 아니다.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2016’에 이어 ‘2018 러시아 월드컵’ 본선 진출에도 실패하며 체면을 구겼다. 소방수로 등장한 로날드 쿠만 감독은 스리백 도입을 통해 부활의 가능성을 모색하고 있다.

네덜란드는 3월 A매치 기간 중 잉글랜드와 포르투갈을 상대로 친선전을 치렀다. 24일 열린 잉글랜드와 경기서는 0-1로 패했지만, 27일 포르투갈을 상대로는 3-0 완승을 거뒀다. 성적은 1승 1패에 그쳤지만 쿠만 감독 체제 네덜란드의 새 출발은 만족스러웠다는 평가가 많다.

A매치가 열리기 전까지만 해도 네덜란드의 선전을 예상하는 이는 많지 않았다. 네덜란드 축구를 이끌어 온 아르연 로번, 베슬레이 스네이데르가 대표팀 은퇴를 선언해 전력이 더 약해졌을 것이라는 평가가 따랐고, 에버턴에서 실패를 경험한 쿠만 감독의 지도력에 대해서는 의문이 있었다. 세대교체를 위해 젊은 선수들을 대거 발탁했지만 이들이 대표팀 레벨에 경쟁력을 보일 수 있을지는 불분명했다.

젊은 선수를 뽑은 건 어쩔 수 없는, 혹은 반드시 필요한 선택이었다. 네덜란드는 지난 두 번의 월드컵에서 준우승과 3위로 좋은 성적을 냈다. 로번과 스네이데르, 로빈 판페르시 등이 팀의 중심으로 활약했다. ‘2018 러시아 월드컵’ 유럽 예선에서도 로번과 스네이데르는 네덜란드의 공격을 책임졌다.

이들의 뒤를 이을 세대가 없다는 게 네덜란드의 문제였다. ‘2007 UEFA 유로 U-21 챔피언십’에서 우승했던 세대가 황금세대로 떠오를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지만 로이스톤 드렌테, 론 플라르 등은 기대만큼 성장하지 못했고, 이스마일 아이사티는 모로코 대표팀을 선택했다. 당시 우승멤버 중 현재 대표팀에 소집되는 선수는 라이언 바벨뿐이다.

쿠만 감독은 당장의 승리보다 미래를 준비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판단을 내렸고, 이번 A매치 2연전에서 젊은 선수들에게 기회를 줬다. 유럽 빅클럽들의 관심을 받고 있는 저스틴 클루이베르트를 비롯해 한스 하테보어, 거스 틸, 보우트 베호스트가 A매치 데뷔전을 치렀다. 티모시 포수멘사, 나단 아케, 케니 테테, 도니 판더비크 등 20대 초반 어린 선수들도 출전 기회를 잡았다.

 

젊은 선수들 중 가장 두각을 나타낸 건 중앙수비수 마티스 더리흐트와 미드필더 판더비크다. 더리흐트는 1999년생으로 올해 18세에 불과한 어린 선수다. 쿠만 감독은 A매치 2연전에서 더리흐트를 피르힐 판다이크와 함께 수비의 중심으로 활용했다. 더리흐트는 A매치 데뷔전이었던 월드컵 예선 불가리아전에서는 전반에만 2실점하면서 하프타임에 교체 당하고, 모로코와 친선전에서는 퇴장을 당하는 등 어려움을 겪었지만, 이번 A매치에서는 견고한 수비를 펼치는 동시에 2도움을 올리면 활약했다.

판더비크는 포르투갈전에 7번을 달고 나서 다비 프로퍼와 호흡을 맞췄다. 네덜란드는 잉글랜드전에 헤오르히니오 베이날둠과 케빈 스트로트만 조합을 내보냈지만 중원을 장악하는 데 실패했다. 포르투갈전에서 기회를 얻은 판더비크는 프로퍼와 함께 부지런하게 움직이며 공수를 연결했고, 네덜란드가 공을 점유하며 창의적인 공격을 할 수 있게 도왔다.

이번 2연전에서 나온 네덜란드의 가장 큰 변화 중 하나는 스리백의 사용이다. 네덜란드는 월드컵 최종예선을 치르며 수비 불안을 노출했다. 불가리아에 2골을 실점하며 패하는가 하면 프랑스에게는 0-4로 완패하기도 했다.

네덜란드는 전통적으로 4-3-3 포메이션을 활용하는 팀이다. 월드컵 최종예선에서도 모든 경기를 4-3-3으로 시작했다. 쿠만 감독은 수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후방에 무게중심을 둔 스리백을 실험했고, 잉글랜드에 실점하긴 했지만 높은 완성도를 보였다. 판다이크와 더리흐트를 중심으로 번갈아 나선 나단 아케와 스테판 더프라이는 안정적인 수비라인을 형성했다.

네덜란드는 쿠만 감독과 함께 이제 막 2경기를 치렀을 뿐이지만 변화의 가능성을 보였다. “여러 포메이션을 활용할 수 있는 팀을 만들고 싶다”던 쿠만 감독은 완성도 높인 스리백 전술을 선보였고, 젊은 선수들을 적극 기용하며 세대 교체를 시작했다. 네덜란드는 5월과 6월 슬로바키아와 이탈리아를 상대로 친선을 치른다. 이후 9월부터 시작되는 ‘2018/2019 UEFA 네이션스리그’를 통해 본격적인 자존심 회복에 나설 예정이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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