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정 아니면 영장 칠 사안 아니다? 기각 놓고 시끌

양은경 법조전문기자 2018. 3. 29. 18:37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안희정이라는 이름을 떼면 영장 청구될 사건이 아니다.”
안희정 전 충남지사에 대해 검찰이 업무상 위력에 의한 간음 혐의로 28일 구속영장을 신청했으나 법원이 기각했다. 일반에서는 “정권 차원에서 봐주기 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지만, 법조계에선 ‘예견됐던 결과’로 보는 견해가 많다.

일단, ‘업무상 위력에 의한 간음’에 대해 영장을 청구 사례가 매우 드물다.
죄명 자체가 미투(Me too·나도 당했다)폭로 이전엔 잘 등장하지 않았던 유형이다. 법정형도 징역 5년 이하로, 강간(징역 3년 이상)이나 강제추행(징역 10년 이하)보다 낮다.
유죄가 나오더라도 실형이 선고될 가능성이 적은 만큼 법원 입장에서는 구속 사유 중 하나인 ‘구속의 필요성’이 떨어진다고 판단할 수 있다. 차기 대권 주자로도 거론되던 안 전 지사 정도의 파급력 있는 인사가 아니었다면 애초부터 영장 청구 대상도 아니었다는 말은 그래서 나오는 것이다.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지난 28일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기 위해 서울서부지법으로 들어오고 있다./조선DB


게다가 혐의를 입증하기도 힘들다. ‘업무상 위력’은 사회적 지위나 권세를 이용하는 경우를 말한다. 폭행·협박으로 강제로 성관계를 맺을 때 성립하는 강간죄보다 유죄 증명이 더 어렵다.

법원이 밝힌 기각 사유는 “현재까지 수집된 증거 자료와 피의자가 수사에 임하는 태도 등 제반 사정에 비춰 증거를 인멸할 우려나 도망할 염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흔히 기각의 이유에 등장하는 ‘범죄 혐의에 대해 다툼의 여지가 있다’는 표현은 없다. 그러나 법조계에선 결국 혐의 입증이 덜 됐다는 게 기각의 핵심 사유가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수행비서였던 피해자 김지은씨는 언론 인터뷰에서 “안희정 지사는 왕 같은 존재였다”, “안 지사로부터 ‘네 의사를 달지 말아라, 네 생각을 달지 말아라. 너는 나를 비춰주는 거울이다’라는 얘기를 들었다”고 했다.

사실이라면 안 전 지사가 지위를 이용해 억지로 성관계를 맺었다는 핵심 단서가 될 수 있다. 그렇지만 구속영장 청구서에서는 이런 내용들이 없었다고 한다. 안 전 지사 변호인조차 “왜 그런 사실이 빠졌는지 의아하다”고 했다. 그러나 검찰은 “일반적으로 영장에 넣는 내용이 아니다”라는 입장이다.

안 지사가 28일 영장실질심사에 직접 출석한 점도 기각결정에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변호인은 “안 전 지사가 사건에 이르게 된 경위를 소상히 설명했다”고 밝혔다.

신진희 대한법률구조공단 변호사는 “법원이 안 전 지사가 안 나오겠다고 했는데도 굳이 영장실질심사에 부른 것 자체가 이미 기각 가능성이 상당했다는 징표”라고 했다. 검찰 증거만으로 판단이 가능했다면 서류심사로 영장을 발부하는 게 통상적이다.

물론 영장 기각이 곧 무죄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안 전 지사의 유죄 여부는 기소 후 법정에서 가려지게 된다. 한 판사 출신 변호사는 “결국 누구 말이 더 일관성이 있는지, 믿을 만한지를 두고 판단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