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주의 일상 톡톡] 결혼 안 하는 걸까? 못하는 걸까?

김현주 2018. 3. 29. 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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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혼인율이 해마다 떨어지고, 결혼 연령은 점점 높아지고 있습니다. 이는 결혼을 기피하는 것도 있지만, 사회·경제적으로 결혼하는 것 자체가 어려워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난 1월 청년(15∼29세) 체감실업률은 21.8%였습니다. 일할 능력이 있는 청년 5명 가운데 1명 가량은 사실상 실업 상태라는 뜻입니다.

어렵게 취업에 성공해도 치솟는 집값, 자녀 양육비 부담, 일·가정 양립 인프라 부족 등이 결혼 기피 현상을 부추기고 있습니다.

최근 한 연구소의 여론조사에서 '결혼을 해야 한다'는 응답 비율은 20대 49.9%, 15∼19세 38.8%에 불과했습니다. 지난해 11월 말 기준 15세 이상 남녀 3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이 조사에서 전체 연령대의 동일 응답 비율은 절반 이상(56.6%)이었습니다. 연령대가 낮아질수록 '반드시 결혼해야 한다'는 생각도 옅어진다는 것을 엿볼 수 있습니다.

결혼은 범국가적 과제인 저출산 극복의 첫 단추입니다. 2002년 이후 16년간 우리나라는 '초저출산국'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저출산·고령화 기본계획이 처음 발표된 2006년 이후 저출산 대책에 약 100조원의 예산이 투입됐지만, 합계출산율은 되레 낮아지고 있는 실정입니다.

혼인율 하락과 만혼 추세도 저출산 심화의 원인 중 하나입니다. 현재 국내 여건을 종합해 볼 때 낮은 혼인율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리는 건 사실상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정부와 정치권이 절박한 위기감을 가지고 혼인율·출산율을 높이는 현실적 대책을 고민해야 한다며 과거 정책 답습이나 탁상공론으론 해결될 사안이 아니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으고 있습니다.

끝모를 청년 취업난, 치솟는 집값, 인구 감소가 겹치면서 지난해 국내 혼인율이 사상 최저 수준으로 떨어진 것으로 집계됐다.

혼인이 줄어들면서 이혼율도 20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20년 이상 같이 산 뒤 이혼하는 비중은 전체의 3분의 1로, 10년 전 대비 1.3배 증가했다.

통계청은 최근 지난해 전국 시·구청에 신고한 혼인이혼신고서 신고내용을 토대로 이런 내용을 담은 '2017년 혼인·이혼 통계'를 발표했다.

지난해 인구 1000명당 혼인 건수를 따지는 조혼인율은 5.2건으로, 1970년 통계 작성 이후 사상 최저로 떨어졌다.

조혼인율은 2007년만 해도 7건을 기록했다가 2015년 6건이 무너진 뒤 5건도 위태로운 상황으로 주저앉았다.

◆지난해 국내 혼인율 사상 최저…이혼율은?

지난해 혼인건수는 26만4500건으로 전년 대비 6.1%인 1만7200건 감소, 1974년 25만9600건 이후 43년 만에 최저를 기록했다.

연간 혼인 건수 감소추세는 2012년 이후 6년 연속 이어지고 있다.

1996년에만 해도 43만건이었던 혼인건수는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이후 30만건대로 떨어진 뒤 2016년에는 20만건대로 추락했다.

통계청은 "인구구조적인 측면에서 30대 초반인구가 전년대비 5.6%가량 감소했고, 20대 후반의 청년실업률이 높아지는 추세인데다 전세가격지수도 전년대비 상승하면서 혼인건수가 계속 줄어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보통 결혼을 하고 2년 정도 후에는 첫째 아이를 낳는 경우가 많다. 2016∼2017년 모두 결혼건수가 5%이상 감소했다"며 "2∼3년 후에는 출산에 안 좋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년대비 혼인 건수가 가장 크게 감소한 연령은 남녀 모두 30대 초반으로, 남성이 10.3%(-1만1300건), 여성이 9.0%(-7900건) 각각 급감했다.

평균 초혼 연령은 남성은 32.9세 여성은 30.2세로, 전년 대비 남성은 0.2세, 여성은 0.1세 상승했다. 10년 전에 비해 남성의 초혼연령은 1.8세, 여성은 2.2세 상승했다.

◆'결혼적령기' 30대 초반 남녀, 결혼 미루거나 기피하는 까닭은?

전체 혼인에서 여성 연상 부부 비중은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여성 연상 부부 비중은 전년보다 0.5%포인트 증가한 16.9%였다. 10년 전보다는 3.9%포인트 늘었다.

남성 연상 부부 비중은 0.5%포인트 감소한 67.2%, 동갑 부부는 15.9%를 각각 차지했다.

지난해 인구 1000명당 이혼건수를 말하는 조이혼율은 2.1건으로, 1997년 2.0건 이후 20년 만에 최저로 떨어졌다.

지난해 이혼 건수는 10만6000건으로 전년보다 1.2% 줄었다. 배우자가 있는 인구 1000명당 이혼건수인 유배우 이혼율은 4.4건으로 전년과 같았다. 특히 황혼 부부의 이혼이 두드러진 증가세를 보였다.

지난해 20년 이상 부부의 이혼은 3만3100건으로 2007년(2만5000건)보다 1.3배 늘었다. 30년 이상 부부의 이혼도 지속적으로 늘어 작년에는 1만1600건으로 10년 전(6100건)보다 1.9배 증가했다.

20년 이상 부부의 이혼은 전체의 31.2%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한편 미혼남녀 10명 중 6명은 결혼식 후 혼인신고를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1위 결혼정보회사 듀오가 운영하는 듀오휴먼라이프연구소에서 최근 ‘미혼남녀의 혼인 이혼 인식’을 조사·연구해 보고서를 공개했다.

조사 결과 미혼남녀 대다수는 결혼식 후에 혼인신고 하는 것을 선호했다. 전체 응답자의 63.6%는 혼인신고를 ‘결혼식 후’에 한다고 답했다. ‘결혼식 전’에 한다는 응답은 25.9%, ‘기간 상관없이 아이를 낳은 뒤’에 한다는 의견은 6.2%로 나타났다. 아예 ‘혼인신고를 하지 않는다’는 답변도 4.3%를 차지했다.

혼인신고를 늦추는 이유는 ‘결혼에 대한 확신 문제’(41.1%)를 비롯 ‘혼인신고에 큰 의미를 안 둬서’(25.7%) 때문이었다. 이밖에 ‘가족관계등록부에 남는 기록이 싫어서’(11.8%), ‘자유롭고 싶어서’(9.6%)라는 답변도 나왔다.

이에 비해 혼인신고를 결혼식 전에 하는 이유는 혼인 증명이 필요한 ‘전세자금 대출 및 주택 마련 문제’(35.4%) 때문이 가장 많았다. 특히 여성(41.3%)의 응답 비율이 남성(29.2%)보다 높았다. 다른 답변으로는 ‘결혼에 대한 확신 문제’(24.2%), ‘혼인신고에 의미를 안 둬서’(16.9%), ‘미리 관계를 인정받고자’(11.9%) 등이 있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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